웹접근성 지원, 인증마크가 걸림돌인가

일반입력 :2013/04/03 17:01

국내 기업과 기관들 상당수가 1주뒤 전면화될 웹접근성 준수 의무를 인지하고 있지만 그 대응 차원에서 인증마크 획득을 준비하는 곳은 절반 뿐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각에선 인증기관마다 접근성 평가 척도와 진단수준이 제각각이라 전체 인증마크 공신력을 떨어뜨린 탓이라 지적한다.

4일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는 지난달 웹접근성과 웹표준 준수 현황 및 개선사업 추진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국내 주요 웹사이트 운영 책임자를 상대로 '주요산업군별 웹접근성 및 웹표준 개선 준비동향'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부터 27일까지 20일간 국내 교육, 문화레저, 쇼핑, 의료, 금융, 5개 분야 112개 기업과 기관 사이트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접근성 의무를 인지한 비중은 90%에 달한 반면 인증마크 획득을 준비중이라 답한 곳은 112곳중 58곳으로 52%에 그쳤다.

금융과 쇼핑처럼 웹사이트 접근성과 편의성이 경영실적에 직결되는 곳은 접근성 의무를 인지한 비중이 100%에 달했다. 그럼에도 인증마크 획득을 위한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쇼핑 분야에선 3분의 1, 금융 분야에선 7분의 1 비중으로 적잖게 나타났다.

웹접근성 준수의무 인지도가 교육과 의료관련 조직에서도 알고 있다는 비중이 90% 가까웠다. 그러나 2개 분야 모두 인증마크 획득 계획이 없다는 비중이 3분의 2에 달했다. 인증마크 획득을 추진하지 않는 이유로 가장 비중이 큰 답변은 '웹접근성은 개선하지만 인증마크 획득에 관심이 없음'이었다.

이처럼 접근성 의무 인지도가 높은데도 인증마크 획득을 준비하지 않는 실질적 이유는 2가지로 추정된다. '웹접근성 개념에 관련된 정보가 부족한 것'과, '인증마크를 발급하는 여러 기관마다 서로 다른 진단 수준과 평가 척도를 적용하고 있어 인증마크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일단 인증마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답한 곳은 국가표준으로 권고된 한국형 웹콘텐츠접근성지침(KWCAG) 2.0 가이드라인의 성격을 오해한 경우다. 이를 따르기만 하면 장애인들이 웹사이트를 아무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KWCAG2.0은 웹사이트 구축시 정량화된 기준으로 검토 가능한 사항에 대해서만 제안한 최소 규격이다. 사이트가 이를 따랐다고 웹접근성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웹접근성을 실현하려면 정량적 검토를 넘어 실제 장애인이 직접 사이트를 이용하는데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는 '사용성평가'도 거쳐야 한다. 이는 웹접근성 인증마크 발급절차를 통해 보완될 수 있다. 이처럼 기계적인 검토를 넘어 사용성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거치도록 하는 게 인증마크 발급 취지의 하나다.

그런데 업계의 인증마크 발급 실상을 보면 이같은 취지를 살리기에 다소 부족할 가능성도 있다. 각 인증기관들이 쓰는 웹접근성 평가척도와 진단수준에 편차가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어서다. 웹접근성인증마크 발급업무는 정부 산하기관 한국정보화진흥원(NIA) 1곳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장애인인권포럼(웹와치), 신체장애인복지회, 웹발전연구소, 4곳까지 합쳐 5곳에서 수행중이다.

웹접근성 인증마크 발급업무를 수행하는 한 인증기관 관계자는 인증체계의 객관성과 평가 척도의 표준화, 허위발급에 대한 감시 등 당국의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KWCAG2.0 외에 사이트 담당자들이 장애인들의 웹접근성 개선시 실무적으로 참고할만한 기술자료 및 지침, 심도있는 정보를 얻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인증마크 획득을 계획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관련 정보 부족'이라 응답한 비중이 2번째로 높았던 점이 이를 방증한다.

조사를 수행한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관계자는 인증마크 획득 계획이 없는 이유를 관련 정보 부족이라 답한 경우는 웹접근성 투자에 필요한 예산규모 추정과 기술력 확보를 고민할 실무자가 직접 풀기 어려운 문제라며 정부당국과 기업간 의사소통을 통해 지원 사항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교육과 의료 분야는 웹접근성 의무화의 근간이 되는 '장애인 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근본적으로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곳인데도 상대적으로 접근성 인증에 대한 준비도나 관심이 낮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웹접근성 현황과 함께 조사된 '웹표준 준수를 위한 사이트개편' 계획에 대한 응답을 보면 사이트 재정비 시기를 잡아놨지만 필요한 예산규모까지 편성한 경우는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차세대 웹표준 기술에 대한 대응은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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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지원처럼 웹표준 개선 필요성에 대한 인지도는 형성돼 있지만 업계서 전문인력이 해당 기술을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 원인으로 꼽혔다.

협회 관계자는 웹 사이트를 구축, 운영하는 과정에서 검토해야 하는 법이 적게는 3~4개에서 많게는 20여개에 달해 인터넷 관계법을 통합적으로 교육, 해설할 필요가 있다며 인터넷 전문가를 중심으로 웹 접근성과 웹 표준, UX/UI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