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학 박사 윤형섭 교수 “게임 전도사 되고파”

일반입력 :2013/04/02 08:53    수정: 2013/04/02 11:48

“앞으로도 게임의 긍정적인 힘과 가치를 알리는 전도사가 되고 싶습니다.”

국내 1호 게임학 박사 윤형섭 가천대학교 연구교수의 꿈은 ‘게임 행복 전도사’다. 게임 관련 서적을 저술하고 각종 학술 세미나와 강연 등을 통해 게임의 긍정적인 힘을 알리겠다는 것이 게임학 박사로서 그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다.

윤 교수는 90년대 말 PC통신에서 만난 게임 제작 동호회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등 이 때부터 인터넷 패러다임 변화를 예감했다. 이에 인터넷 사업과 관련한 구직을 찾던 중 1995년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 입사, 국내 PC 및 인터넷 보급과 확산을 위해 정책을 수립하고 사업을 전개했다.

그 후 한국게임산업개발원과 위자드소프트 등을 거쳤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 전문위원과 재미창조연구소장 등을 역임한 뒤 현재 가천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에는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나라 게임 역사를 총 망라한 ‘한국 게임의 역사’ 도서를 출간했다.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 산업이 모든 과정을 직접 목격하고, 또 관련 정책 수립에 참여해온 윤 교수가 생각하는 국내 게임 산업의 발전 비결은 의아하게도 바로 ‘불법 복제’ 문제다.

“인터넷 인프라와 초고속 통신망이 깔린 이유도 있지만 불법 복제가 우리나라 PC 온라인 게임 개발을 유도했다고 볼 수 있어요.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온라인 게임의 필요성이 대두된 거죠.”

현재 국내 게임산업은 위기다. 모바일 게임으로의 전환이 빠르고 각종 규제로 게임업체들이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를 윤 교수는 ‘위기’와 ‘기회’의 공존으로 해석했다.

“우리는 온라인 게임 자체 엔진과 서버 기술, 또 훌륭한 기획력과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창의력과 이용자들의 패턴을 분석한 뒤 데이터화하는 노력과 기술이 부족하죠. 또 닌텐도와 같은 게임에 대한 철학적 사고도 얕은데, 고급 게임 디자이너 양성이 시급합니다.”

그는 로비오의 ‘앵그리버드’처럼 간단하면서도 창의적인 게임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게임 전문 디자이너의 양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또 징가가 갖고 있는 방대한 양의 게임 이용자 분석 시스템, 나아가 닌텐도가 ‘닌텐독스’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철학적 사고가 우리나라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비결로 손꼽았다.

“닌텐도는 게임을 개발하면서 왜 그 게임을 만드는가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합니다. 현대인은 외롭고 고독하다는 문제를 찾아내 만든 닌텐독스같은 게임이 대표적이죠. 글로벌한 기획과 철학을 갖지 않고 만드는 게임은 세계를 장악할 수 없습니다.”

PC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는 게임 플랫폼의 변화에 대한 그의 생각은 간단했다. 게임 플랫폼의 이동이 아닌, 플랫폼 자체의 변화로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스마트폰이 PC의 변형된 모습이죠. PC 형태가 바뀌는 겁니다. 애니팡도 서버로 데이터를 날려주는 온라인 서비스를 하고 있는 거고요.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게임을 하는 거죠. PC 온라인 게임을 잘해온 우리나라가 잘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게임이 갖고 있는 긍정의 힘을 알리고 싶다는 윤 교수가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궁금했다. 또 ‘마녀사냥’식의 게임 규제에도 국내 게임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조용한 이유도 들어봤다.

“이런 말을 들었어요. 중국인들이 말하길 한국을 경쟁 대상으로 봤는데 그냥 놔둬도 되겠다고요. 중국은 정부에서 적극 밀어주는데, 한국은 알아서 무너지겠다고 했다더군요. 예산이 적은 여가부가 타 부처에 없는 영역을 확장하고자 게임 쪽에서 기금을 마련하려고 한다는 논리가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정부의 규제에도 국내 업체들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유, 또 이런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는 이유로는 국내 4대 포털 게임사들이 고포류 게임을 서비스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행성 게임은 게임이 아니에요. 도박으로 분류를 해야죠. 한국이 조금 더 발전하며 사행성 게임의 자정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또 게임 중독 문제도 자인하고 이를 위해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와 행동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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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그는 게임역사박물관 건립의 계획과 함께, 게임학 박사로서 이루고 싶은 소망, 그리고 국내에서 활동 중인 게임인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게임역사박물관도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저는 게임물등급위원회 민간 이양 전략 수립, 게임중독에 대한 정의와 예방, 교육 상담과 같은 일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또 게임의 긍정적인 힘을 알리는 전도사가 되고 싶습니다. 분명한 건 게임은 인간을 즐겁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인들은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