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코너]하늘로 쏘아올린 나침반, GPS ⑧엄청난 선물

일반입력 :2013/04/23 05:40    수정: 2013/04/24 07:59

이재구 기자

8■자네들이 도플러 데이터를 갖고 있다지?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위성에서 보내오는 주파수 변화(도플러효과)를 이용해 위성궤도 추적을 할 수 있겠어.”

두사람은 스푸트니크 신호음이 기지국 관찰자와 가까워질 때는 커지고, 멀어지면 작아지는 이른바 도플러원리를 이용해 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이들은 이를 '순수한 도플러 변이(Doppler shift)'라고 부르기로 했다.

순전히 호기심으로 하룻 만에 녹음한 이 인공위성 신호음은 이들에게 대강이나마 스푸트니크 위성궤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제 이들은 스푸트니크의 속도를 측정하기 위한 도플러변화의 가장 단순한 등식을 만들기 위해 전체 주파수 진폭을 추정했다.

이 날 저녁 두사람은 도플러변화의 최대 슬로프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스푸트니크와 와이펜바흐 안테나 간의 가장 가까운 점을 결정할 수 있었다. 이는 유도미사일이 타겟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을 때의 거리를 추정하는 해군연구소의 방식을 응용한 것이었다. 이후 두사람은 점점더 도플러데이터에 대한 측정량을 늘렸고 데이터로부터 위성의 궤도를 추정하기 시작했다. 윌리엄 귀에르는 연구소 안테나를 통과하는 여러 위성에 상응하는 가장 가까운 거리와 각각의 시간대 등 다양한 궤도 패러미터 값을 알아냈다.

이들 연구와 무관한 연구소내 동료들도 이들의 작업에 팔걷고 나서 도왔다.

어떤 사람들은 수신 안테나 크기를 향상시키고 위치를 바로잡아 수평선 가까이에서 신호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 누군가는 데이터양 줄이기를 도와 주기도 했다. 다른 연구소 내의 많은 사람들도 스푸트니크 위성의 타원궤도에 대한 빌 귀에르의 계산과 솔루션을 체크해 주었다.

두사람의 성과, 그리고 연구소 동료들의 자발적 지원 결과까지도 결국은 그들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연구의욕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이는 수십년 후 인류에게 엄청난 편의성 제공은 물론 GPS경제라고까지 불릴 만한 새로운 산업 창출로 나타난다.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APL)사람들은 수 주일 만에 궤도측정과 무관하게 추정만으로 궤도를 추론해 낼 수 있게 됐다. 또 위성 궤도의 경사도가 러시아에서의 발사지역 위도와 같다는 것도 추정해 냈다. 이제 이들은 스푸트니크위성의 신호가 들리는 시간을 보다 더 잘 예상할 정도가 됐다. 조악한 위성궤도의 추정치나마 점점 더 신뢰성 높은 예상치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발사 23일 째 되던 날 지구에서 804km 떨어진 궤도상에서 ‘삐~삐~삐~삐~’ 하는 신호음을 내던 스푸트니크가 신호전송을 멈췄다. (스푸트니크는 발사후 꼭 석달만인 1958년 1월 4일 지구대기권으로 들어와 추락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스푸트니크 위성신호 녹음데이터로 다양한 실험적 연구를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은 이들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스푸트니크의 도플러 데이터를 녹음해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무도 궤도를 도는 위성의 소리를 녹음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들에게 행운이었다.

스푸트니크가 신호음 전송을 중단했을 때 이들과 전세계 사람들은 깊은 숨을 쉬었고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또 앞으로 연구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에 대한 재평가를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두사람은 스푸트니크의 궤도를 언론에 발표했다.

“미국이 컴퓨터로 스푸트니크의 궤도 궤적을 계산해 냈다...”이번에는 소련과학자들의 차례였다. 두사람의 발표로 소련은 미국의 컴퓨터가 얼마나 강력해졌는지를 알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소련은 자신들이 쏘아올린 위성의 궤적을 계산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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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해군연구소(NRL)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네들이 스푸트니크의 도플러데이터를 가지고 있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