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창업에 IT라는 날개를 달아드립니다"

IT대중화 꿈꾸는 서울대생 아마추어 해커

일반입력 :2013/03/30 14:06    수정: 2013/03/30 18:26

손경호 기자

우리 동아리를 거쳐 적어도 27개의 벤처회사가 나오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IT대중화를 꿈꾸는 서울대 출신 아마추어 해커는 벤처를 창업했다가 그만두고 돌연 학교에 복귀하더니 비전공자들을 위한 프로그래밍 동아리를 만들었다. 모 음료광고처럼 그들의 꿈에 'IT'라는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지난 20일 서울 인근 커피숍에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 이두희씨㉛를 만났다. 파마머리에 안경을 쓴 이 씨는 우리가 알고 있는 IT인 혹은 개발자의 냄새가 났다.

실제로 그는 학과 재학 중에 와플스튜디오를 창업해 익명 강의평가 사이트 'snuev.com'을 만들어 회원 수 3만명이 넘는 커뮤니티로 키우기도 했다.

2011년에는 '울트라캡숑'이라는 벤처회사를 차려 대학생용 소셜 커뮤니티인 'klassmate'를 만들었다. 학교 안에서는 꽤 유명한 개발자로 알려졌다.

그가 가장 유명세를 탔던 것은 지난 2006년 서울대 중앙전산원의 보안취약점을 이용해 김태희의 졸업사진을 유출시킨 사건이다. 당시 모 신문 1면을 장식하기도 했던 이 기사가 나간 뒤 교수님께 빌어 겨우 퇴학을 면했다.

그랬던 이 씨가 올해 새로 벌이고 있는 일이 비전공자를 위한 프로그래밍 동아리인 '멋쟁이 사자처럼'이다. 그는 동아리를 통해 루비, 파이선, 자바스크립트와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비전공자들도 원하는 목표에 따라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동아리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회사인 패스트트랙아시아로부터 운영비용를 지원받고 있다.

지난 일주일 간 회원을 모집한 결과 지원자수만 200~300명이다. 그만큼 비전공자들이 IT지식 혹은 프로그래밍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는 것이다.

21일 그가 최종적으로 선발한 27명의 첫 동아리 회원들은 모두 독특한 목표를 갖고 이 동아리에 합류하게 됐다. 이 시는 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분명한 데 학원을 가자니 돈이나 시간이 아깝고, 그렇다고 외부를 통해 구현하려니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 서울대 안에서만 그렇게 많았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설명했다.

두희씨에 따르면 첫 동아리 회원 중에는 약사도 있다. 이 회원은 약국을 운영하다보니 손님들에게 이 약이 무슨 약이죠?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감기약이니 진통제니 일일이 설명하기도 어려운 터라 아이디어를 낸 것은 스마트폰으로 약 사진을 찍어 이를 분석해 무슨 약인지 알려주는 앱을 만들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IT지식이 없는 이들에게 동아리는 가장 좋은 '날개'가 되는 셈이다. 이밖에 모바일 관련 벤처회사 운영자도 개발자들에게만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껴 동아리에 함께 하게 됐다.

프로그래밍에 대해 겁부터 내거나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에 대해 이 씨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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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한 달 동안 코딩은 커녕 기본적인 HTML언어도 모르는 미대생 2명을 가르쳐봤는데 굉장히 빠르게 내용을 습득해 놀랐다고 말했다. 열정이 있다면 IT가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메시지다. 오히려 비전공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참신한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그는 기대했다. 적어도 여름방학에는 27개의 새로운 서비스를 보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회원들에게는 프로그래밍은 우리가 가르쳐 줄테니 끊임없이 갈고 닦을 본인의 생각만큼은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동아리를 통해 스스로 얻게 되는 것은 뭐가 있냐는 질문에 그의 답은 짧고 굵었다. 그냥 재밌어서 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