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로 돌아간 NHN…캠프모바일 가보니

캠프 리더 3인방 “캠프모바일로 글로벌 간다”

일반입력 :2013/03/25 11:51    수정: 2013/03/26 16:35

전하나 기자

“베프님, 힐링해주세요.(본부장님, 회식합시다.)”

“캠프파이어 땔깜은?(회의 주제는 뭔가요?)”

알듯말듯한 대화가 오가는 이곳은 NHN의 모바일 자회사 ‘캠프모바일’이다. 팀은 캠프, 본부 단위는 베이스캠프, 줄여서 ‘베프’라고 일컫는다. 회식은 ‘힐링캠프’, 회의는 ‘캠프파이어’로 부른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역 인근 캠프모바일 사무실에서 만난 이람 대표(NHN 이사)는 “이런 용어들은 누가 일괄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밴드(NHN 제작 모바일 SNS)’를 통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제안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며 “캠프모바일의 조직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모바일은 NHN이 시도하는 ‘제대로 된 벤처’다. 3월 초 업무를 시작한 캠프모바일은 현재 150명의 인력이 16개의 ‘캠프(팀)’를 꾸리고 있다.

각 캠프의 구성은 다양하다. NHN서 전혀 다른 성격의 팀 부장과 신입 직책으로 근무했던 이들 2명이 만나 이룬 캠프부터 NHN이 아닌 외부에서 개인 개발자로 있다가 캠프모바일 출범부터 합류해 결합한 캠프까지 면면이 흥미롭다. 이 캠프들이 모여 3개의 ‘베이스캠프(본부)’가 차려져 있다.

장도훈㉙ 도돌유틸 캠프 리더는 이달 4일 캠프모바일에 입사했다. 그는 2009년 겨울에 만든 ‘도돌폰’이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유명세를 탔다. 도돌폰은 통신사 요금제 정비가 잘 안돼 데이터 요금제 폭탄 등이 문제가 되던 스마트폰 보급 초창기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1인 개발자로 이름을 날리던 장 리더가 캠프모바일에 몸을 담게 된 건 캠프모바일이 자신의 꿈을 실현해 줄 장소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캠프모바일은 NHN과는 또 다른 정체성을 가진 진짜 벤처 조직이라는데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정된 자원으로 도돌폰 같은 스테디셀러 유틸리티 앱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 장 리더는 “도돌폰 이후 통신사 등 대기업들이 비슷한 앱들을 잇따라 내놨지만 도돌폰의 사용량이 줄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것을 보고 유틸리티의 사용성과 시장성을 높이 사게 됐다”며 “하지만 확실히 개인 개발자로는 앱을 지속적으로 유지보수하고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캠프모바일에서 다양한 유틸리티 앱과 ‘런처(응용프로그램 실행기)’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송민규㉛ BP캠프 리더도 장 리더와 유사한 경우다. 그는 지난 2011년 브레인펍을 설립하고 ‘폰꾸미기어플천국’, ‘벨소리천국’, ‘필수어플백과사전’, ‘심부름해줄게’ 등의 앱을 출시했다. 폰꾸미기어플천국은 1천800만 다운로드를 넘기고 월 8천만원 정도 매출을 올릴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브레인펍은 지난해 말 NHN에 인수됐고 송 리더는 이 때 NHN에 합류, 현재는 자회사 브레인펍의 대표인 동시에 캠프모바일의 캠프 리더 중 한 명이 됐다. 그는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갈수록 해외 진출에 대한 갈망이 커져갔다”며 “캠프모바일 자체가 내수 시장 위주인 NHN과 달리 글로벌로 가기 위한 것인 만큼 우리의 지향점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캠프모바일은 기존 NHN 구성원에게도 새로운 자극이다. 미투데이 초창기 멤버인 백인범㉞ V캠프 리더는 창업을 생각하다가 이람 대표의 설득과 권유에 마음을 돌린 케이스다. 2007년 미투데이가 인수되면서부터 NHN서 일한 백 리더는 “3명으로 시작했던 미투데이 조직이 60명의 센터로 확대되면서 장점 이면에 단점을 많이 느꼈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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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해 11월 NHN이 사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개최한 해커톤 ‘캠프4’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자신의 서비스 아이디어가 인정받는 것을 보고 창업에 대한 마음은 더욱 커졌다. 도전에 수반되는 위험 요소로 망설이고 있는 사이 그에게 이람 대표가 캠프모바일에서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먼저 해왔다. 백 리더는 “캠프모바일은 NHN의 강점은 취하고 한계는 넘으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며 “이 곳에서 미투데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계에 대한 피로감을 해소하는 새로운 해외향 SNS를 완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에게는 상부에서 내려 온 ‘서비스 출시 일정 목표’ 따위가 없다. 대신 각자의 서비스를 빨리 만들어 선보이고 싶은 열망들만 있을 뿐이다. NHN도 날렵한 조직의 힘, 자유로운 분위기에 기업의 생을 걸었다. 이람 대표는 “조직이 세분화된 NHN과 달리 캠프모바일에선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면 또 다른 누군가가 합류하는 식으로 팀이 빠르게 꾸려졌다 흩어지곤 한다”며 “당장 정해진 로드맵 없이 린스타트업(Lean Startup) 식으로 움직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