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하둡 개발자 확보 '아귀다툼'

일반입력 :2013/03/19 08:29    수정: 2013/03/20 08:45

상황이 자바 개발인력 수요 급증했던 13~14년전이랑 비슷해요. 조금만 할 줄 안다 싶으면 빼 가려는 거죠.

IT업계에 '하둡 엔지니어'를 확보하기 위한 아귀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관련 업체마다 빅데이터 동향과 최근 크게 확대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 전문가를 찾아나서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하둡 엔지니어는 말 그대로 '태부족'이다.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당장 시장이 원하는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양성되기까지는 기약이 없다는 게 최대 문제로 꼽힌다. 하둡 엔지니어 인력 확보가 시급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인력빼돌리기를 고스란히 재현중이다.

하둡 엔지니어 수요는 많을 수밖에 없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는 기업뿐 아니라 그 전문 역량과 제품을 제공하려는 국내외 솔루션업체, 관련 시스템 구축과 유통에 관심이 큰 IT서비스업체서도 하둡을 잘 다룰 사람을 원한다. 주된 충원 방식은 외부 경력자를 스카우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일정수준 이상의 역량을 보유한 하둡엔지니어는 IT솔루션업체나 시스템통합(SI) 회사의 '러브콜'에 관심이 없다. 이들은 이미 전문 기술업체에 취직해 있는 경우가 많다. 또 네이버나 다음커뮤니케이션같이 이미 몇년째 하둡 기술을 다뤄온 회사의 담당팀 소속일 수도 있다. 이들 가운데 좋은 대우를 제안받고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경우도 적잖다.

삼성SDS, SK C&C, LG CNS같은 대형 IT서비스업체나 EMC, 오라클, IBM, 테라데이타같은 외국계 솔루션업체 등 하둡 엔지니어가 절실하지만 '막차를 놓친' 회사들은 속이 탄다.

이들은 현재까지 하둡엔지니어를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대해서는 '전략상 기밀'이라며 말을 아낀다. 그루터, 넥스알, 클라우다인 등 몇 안되는 국내 하둡 전문업체가운데 어느 곳과 손잡았는지에 대해서도 입을 다문다.

■자칭 빅데이터 솔루션 업체 '백조들의 헤엄치기'

물론 겉으론 태연하다. 이들은 국내 유력 하둡전문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중이라거나 사내 전문 교육기관을 통해 하둡 엔지니어를 양성중이라며 고객사를 안심시킨다. 그러면서도 공개적으로 '하둡엔지니어 수시채용'을 내걸고 있다.

일부는 파트너십 개념은 온데간데 없고 오래전부터 자행됐던 중소기업 인력빼돌리기를 재생산한다. 어떤 외국계 IT업체는 대기업 고객을 상대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 전문업체 인력에게 큰 보상을 약속하며 사장 몰래 이직을 제안했다가 빈축을 샀다.

큰 IT업체들은 최근까지 공동 진행한 프로젝트 성과를 알리기에도 인색하다. 고객사들이 빅데이터 프로젝트의 전략적인 무게 때문에 외부에 드러내길 꺼린다는 게 표면상 이유다.

그런데 '빅데이터' 딱지를 붙인 프로젝트가운데 외국계 업체들의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 솔루션 공급사례는 숱하게 찾아볼 수 있다. 유독 하둡 프로젝트에 대해서만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은 이질적이다. 잘 됐다면 자랑할 만도 하지만 유독 하둡에 있어선 언급을 회피한다.

진짜 이유는 장기간에 걸친 하둡 프로젝트 경험을 쌓아온 국내 전문업체들로부터 들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하둡이라는 오픈소스 SW기술의 특성과 관련된다.

우선 오픈소스기술을 도입하려면 안정적인 구축과 활용을 위해 전문화된 공급자나 사용자의 내공이 중요하다. 제품화된 SW나 HW솔루션을 사서 설치해 돌리는 것보다 전문가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단 얘기다.

하둡은 그보다 더 어렵다. 오픈소스일 뿐아니라 아직도 한창 발전단계에 있는 기술이고, 기업들이 실무환경에 적용해 운영환경을 안정화시키려면 일정한 경험치를 쌓아야 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를 필요로하는 조직이든, 전문적으로 공급하려는 조직에서든 장기적 관점에서 경험을 내재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영길 그루터 대표는 아직 하둡은 구축뿐아니라 운영시 이슈가 산재한, 계속 발전하는 오픈소스 기술이라 최소한 내재화에 대한 전략을 필요로 한다며 필요한 경우 (프로젝트) 초기에 전문업체와 함께 실무를 진행하며 여러 노하우를 전수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재 IT업계 하둡 엔지니어들이 '귀한 몸'으로 대접받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IT서비스업체서도, 솔루션 벤더에서도, 하둡에는 영업만으로 끝낼 수 없는 뭔가가 있음을 알기 때문에 전문 인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하둡 엔지니어 확보, '어쩌라는 겁니까'

사실 최소 5~6년전에 이런 현상을 예측한 업계 전문가들이 '당장 하둡 인력 양성과 전문성 내재화를 준비하라'고 경고했지만, 듣지 않았던 결과가 현재 상황이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뒤늦게 단기 인력 양성이나 외부 전문가 영입에 나선 것도 마냥 권장되는 방식은 아니다.

권 대표는 하둡은 짧은 시간에 습득하거나 교육만으로 해결하기엔 쉽지 않고 오랜 시간 경험을 바탕으로 해야 제대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하둡과 빅데이터 시장이 한창 활성화된) 미국에서도 관련 인력에 대한 채용전쟁이 심해 기업은 여러모로 인력 유지가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미 국내서 일정한 경험을 쌓아올린 하둡 엔지니어들은 대부분 인터넷서비스업체나 전문기술업체 또는 일부 대기업에서 전문성과 소위 '갑'의 지위를 인정받으며 일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다른 IT전문업체에 비해선 '을' 취급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일반 기업이라는 고객사를 상대해야 하는 IT서비스업체나 SW 및 HW 솔루션업체에서 일한다면 '을' 신세를 벗어나기 어렵다. 전체 IT업계에 하둡 엔지니어 부족 현상이 만연한 가운데 을 신세가 예정된 조직들의 구인난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또다른 국내 하둡 전문업체 넥스알이나 클라우다인에서는 시니어급 하둡엔지니어 채용을 포기했다. 사실 대기업이나 거대 IT서비스 업체들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은 내부에서 제대로 된 하둡 엔지니어 양성을 하겠다고 총대를 멨다. 물론 어느정도 성숙된 경험을 쌓은 직원들을 노린 대기업이나 거대 벤더들의 '인력 빼돌리기'가 재개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하둡전문업체에서 충분한 경험을 갖춘 인력을 양성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수도 있다. 업계가 지적한대로 사람이 필요하다면 전문업체들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장기간에 걸친 인력양성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넥스알 영업마케팅부문 채병근 팀장은 회사의 하둡 엔지니어 충원 계획에 대해 빅데이터 시장이 긍정적으로 흘러가려면 하둡 엔지니어 인력풀을 많이 확보해 고객들이 기술 활용시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며 주니어 엔지니어를 채용해 많은 경험을 쌓도록 하고, 한재선 대표가 맡고 있는 하둡커뮤니티와 비즈니스분석부문 팀장이 맡고 있는 R유저컨퍼런스 등 커뮤니티 활동도 공식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둡전문업체 클라우다인의 김병곤 대표도 (경력직으로는) 어차피 데려올 사람이 없다면서 하둡이라는 기술 특성상 단일 프로젝트에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 건 아니라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소수 고급인력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