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벤처 NIS는 다음 모바일 중추”

다음, 모바일 DNA로 전사적 체질 개선

일반입력 :2013/03/19 08:24    수정: 2013/03/19 10:42

전하나 기자

현재 국내외 ICT업계에서 모바일 시장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그 시작은 모바일 메신저였다. 카카오톡이 첫 선을 보인 2010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은 경쟁사 중 가장 발 빠르게 ‘마이피플’로 맞붙었다.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기능도 제일 먼저 도입했다. 하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 마이피플과 카카오톡의 가입자수 격차는 3배 가까이 벌어졌다. 마이피플보다 8개월이나 늦게 나온 ‘네이버톡’도 이름을 ‘라인’으로 바꿔 마이피플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이후 다음의 모바일 사업은 이렇다 할 만한 결실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른 경쟁사들이 치고 받는 접전을 거듭하는 사이 다음의 모바일 전략은 베일 속에 감춰졌다. 그런 다음이 조용히 회심의 칼날을 갈고 있다. ‘넥스트 인큐베이션 스튜디오(NIS)’가 바로 비장의 무기다.

NIS는 다음이 작년 8월 신설한 사내 벤처 조직이다. 경연 과정을 거쳐 구성원을 선발한다. 이를 이끌고 있는 민윤정 다음 신사업부문 이사는 “NIS는 국경도 규모의 장벽도 없어진 모바일 시장에서 다음이 살아남기 위해 시작한 실험”이라며 “실리콘밸리의 린스타트업(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제품으로 만든 뒤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벤처 경영 전략) 모델을 다음의 기업문화와 조직원들의 성향에 맞게 적용했다”고 말했다.

1기 NIS 선발 대회에는 140여명이 아이디어 제안서를 냈다. 1천400여명의 다음 전체 직원 중 10%에 달한다. 민 이사는 “신입부터 10년차 이상 베테랑들까지 경력과 직책에 관계없이 도전했다”며 “다음에는 이런 식의 아이디어를 내는 문화가 깔려 있다”고 했다.

3개팀 20여명을 선발한 NIS는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3개의 제품을 완성했다. 이 중 ‘카닥(자동차 외장수리 견적 서비스)’과 ‘해피맘(지역기반 육아 정보 공유 서비스)’이라는 2개 애플리케이션은 지난달 출시됐고 ‘클링레이(뮤지션들의 음악 파일 관리 서비스)’라는 앱은 시장 경쟁력이 낮다는 판단에 상용화하지 않았다.

민 이사는 “NIS 설립 취지에는 좋은 제품을 발굴하자는 것도 있지만 기존 다음 조직원들에게 혁신의 자극기제가 되자는 것이 컸다”며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경우 인센티브, 분사 등의 기회를 주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에는 도중하차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클링레이는 몇몇 개발자 커뮤니티에 오픈소스로 제공하고 해당 제품을 개발한 팀은 현업으로 복귀한 상태다.

NIS는 내달 2기 선발 대회를 갖는다. 2기부터는 기존 다음 서비스와의 연계점이나 내부 팀과의 접점을 찾는 일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사내 리더들이 포함된 ‘모바일생활연구소’가 발족되는 등 전사가 ‘모바일 퍼스트’ 전략을 수행해보자는 생각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NIS는 다음 모바일 사업의 중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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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분야에 걸친 개발자 구인에도 나섰다. 지난해부터 고용을 줄이고 있는 인터넷 업계에서 오히려 정반대의 행보다. 위기감이 팽배해 있을 때 좋은 인재나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이 곧 변화와 혁신의 단초가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민 이사는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이나 이종 사업자들과의 협력에도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17년간 다음에 몸담아온 민 이사는 현재를 위기이자 기회가 찾아온 시기라고 봤다. 그는 “그동안 포털 1위라는 영광을 보기도 했고 극심한 부침을 겪기도 했다”며 “분명한 것은 다음이 위기를 극복할 저력 있는 회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