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서비스 솔루션2.0…"ERP때와 다르다"

일반입력 :2013/03/12 08:59    수정: 2013/03/12 11:22

송주영 기자

유니ERP, 드림ERP. 2000년대 초반 IT 서비스업체가 솔루션 사업에 진출하며 개발한 제품명이다. 최근에는 잘 거론되지 않는 제품이 됐다. 삼성SDS, CJ시스템즈 홈페이지에도 이들 솔루션 소개는 사라졌다. 유니ERP는 2011년 분사의 길을 걷게 됐고 드림ERP는 사업 중단 상태이기 때문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T서비스 업계가 10년만에 다시 솔루션을 말한다. IT서비스 빅3 업체들의 연초 계획에는 모두 올해 새로운 수익창출 수단으로 솔루션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비전이 담겼다. 과거 실패했던 솔루션 시장에 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IT서비스 업계는 현재의 솔루션은 이전과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10년 전에는 이미 형성된 시장에 신규로 뛰어들었다면 최근에는 새로운 시장 창출을 목표로 삼았다. IT솔루션만이 아닌 모바일, 공장 자동화 등 융합을 내세운 것도 특징이다.

■10년 전 야심찬 도전…결과는?

2000년대 초반 닷컴붐이 한참 불어닥치던 시기 삼성SDS는 유니ERP로, CJ시스템즈는 드림ERP로 솔루션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례도 꽤 확보했다. 유니ERP는 1천개 기업에 깔렸다. 드림ERP도 식품, 의류를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당시는 SAP, 오라클 등이 이미 ERP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구축사례를 확보해가던 시절이었다. SAP, 오라클 등이 검증된 해외사례가 있다면 우리나라 IT서비스 업체에게는 자금과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

이들 업체는 우리나라에서 제품이 일정 정도 검증이 되면 이후에는 해외시장에서도 진출하겠다는 뜻을 품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유니ERP는 비젠트로라는 이름으로 분사했고 드림ERP는 존재가 사라졌다. 과거 구축한 업체들이 아직도 활용하고는 있지만 신규로 솔루션을 구축했다는 업체는 찾을 수 없다.

SAP ERP가 현재도 광범위하게 적용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공급망관리 등으로 시장을 넓힌 사례와는 차이가 났다.

유니ERP, 드림ERP 등은 이제 IT서비스 업체들의 손을 떠났다. 유니ERP 사업은 ‘비젠트로’라는 이름으로 삼성SDS에서 분사했다. 비젠트로는 삼성SDS 자회사가 아닌 독자 형태로 솔루션 사업을 추진한다.

CJ시스템즈 역시 드림ERP 사업을 중단했다. 과거 드림ERP를 구축한 업체들에 대한 유지보수 정도만 수행한다. CJ시스템즈 관계자는 “IT서비스 사업은 계열사 지원에 주력한다”며 “대외사업은 비중이 미미하고 ERP 사업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년 전 야심차게 우리나라 솔루션 사업에 내밀었던 도전장이 별 성과 없이 끝난 경우다. 당시 소프트웨어 업계는 자금력이 있는 솔루션 업체가 소프트웨어 시장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던 시절이었다.

ERP뿐만이 아니다. 삼성SDS는 당시 웹리포팅, 포털까지 다양한 솔루션 라인업을 가동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중 삼성SDS가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대표제품은 없다.

■골목상권 아닌 ‘나만의 제품’ 만들어야

IT서비스 업체들이 과거 솔루션 사업에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서 관련업계는 “대기업이 할 수 있었던 사업이 아니다”라는 평가를 내린다.

더존, 영림원 등이 이 시장에서 안착한 것과 달리 삼성이나 CJ가 할 수 없었던 이유는 작은 시장에서 대기업의 역량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당시 이들 IT서비스 업체가 주력으로 내세웠던 시장은 중견, 중소기업이었다. 대기업은 이미 SAP, 오라클 제품 도입기여서 신규 진출하던 업체들이 갈 수 있었던 시장은 이곳뿐이었다. 삼성 계열사마저도 유니ERP 대신 외산 SAP를 택했다. 결국 삼성SDS는 10년만에 분사를 통해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를 출범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IT서비스 업체들의 플랫폼이 장기적으로는 신시장 창출에 도움이 되겠지만 초기의 기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상하는 시장이나 중소기업 중심의 골목상권을 노리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품목이나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다시 솔루션이다...과거 경험 딛고 재도전

최근 삼성SDS, LG CNS, SK C&C 등은 다시 솔루션 시장에 주력한다. 삼성SDS는 모바일데스크, LG CNS는 스마트팩토리, SK C&C는 모바일 커머스 솔루션을 내놓았다. 주로 대기업 시장이나 소비자 등 중견 솔루션 업체가 공략하기 힘든 시장을 목표로 삼았다.

이들 업체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제품이 중심이 됐다고 강조한다. 융합이 새로운 키워드로 등장한 것도 10년 전과 달라졌다.

삼성SDS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경쟁을 하기보다는 강점을 활용한다”며 “과감한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 CNS 관계자도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데 솔루션을 활용한다”며 “이미 있는 시장에서 경쟁을 하기보다는 IT로 효율화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선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삼성SDS 모바일데스크는 과거 유니ERP가 삼성 계열사보다는 협력사를 파고들었던 것과는 다르다. 삼성 그룹 계열사들이 폭넓게 사용중이다. LG CNS도 대기업 중심의 공장시스템에 눈을 돌렸다. SK C&C는 통신사가 주력으로 돼 있는 SK그룹의 강점까지 살렸다.

솔루션 분야를 살펴보면 10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기존 ERP, 웹리포팅 등이 이미 만들어진 시장에 새롭게 뛰어들었다면 현재의 솔루션은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사례다. 스마트워크, 공장 토털 서비스, 모바일 등 외국계, 중소기업의 주력 시장을 피해 특화 서비스를 만들었다.

■새로운 시장으로 성공경험 만든다

IT서비스 업체의 최근 솔루션 시장 공략의 형태는 그룹 계열사의 성공경험을 기반으로 사용기업 저변을 점차 넓히는 형태다. 삼성SDS는 모바일데스크로 삼성그룹을 비롯해 CJ, 코오롱, 빙그레, 하이트진로 등 100여개 기업에 솔루션을 공급했다. 사용자수는 10만여명에 달했다.

삼성SDS는 모바일데스크로 제조, 유통, 판매, 금융, 의료 등 전문화된 기업 업무를 쉽고 편리하게 개발해 사용자들의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플랫폼을 통해 기업 내 기간계 시스템과 연결해 모바일 단말, 네트워크를 제어하는 등 통합 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LG CNS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장구축 통합 솔루션을 내놓았다. 지난해 출시한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은 공장설계 컨설팅부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구축, 운영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공장구축 통합 솔루션이다.

이 솔루션을 이용하는 고객은 공장구축 경험 없이도 IT기반의 표준화된 통합관리서비스를 한번에 제공받을 수 있다. LG CNS는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통해 북미,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SK C&C는 모바일 사업 글로벌 확대를 목표로 우방을 확보중이다. 구글, 던킨브랜드그룹, 보다폰, 페이팔, 베리폰 등에 모바일 커머스 솔루션을 공급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 속도를 높였다.

글로벌 업체들과도 협력의 속도를 높였다. 2011년 미국 퍼스트데이터코퍼레이션(FDC), 페이팔, 베리폰 등이 SK C&C의 협력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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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IT서비스 업계의 솔루션2.0 전략이 성공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특화된 서비스로 공략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현대증권 전용기 연구원은 “IT서비스업체의 솔루션 사업은 내년부터는 성과가 날 것”이라며 “사업의 연속성을 통해 승부를 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