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구글, 안드로이드 전략 엇박자"

브라이언 프렌티스 가트너 리서치 부사장 인터뷰

일반입력 :2013/03/06 08:45    수정: 2013/03/06 08:49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잡았지만 양쪽의 불화설이 꾸준히 제기된다. 삼성이 자체 모바일운영체제(OS) 타이젠을 키우고 구글이 제조사 모토로라를 인수했기 때문에 이들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영원할 리 없다는 관측이다.

이에 구글은 이달초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입을 통해 삼성과의 관계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에 따르면 구글과 삼성의 협력을 통해 안드로이드OS가 큰 성공을 거둬왔고 이후에도 양사가 다른 플랫폼 전략에 함께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 IT시장 분석과 업계 전략을 제안하는 조사업체 가트너의 전문가도 삼성과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놓고 추구하는 사업 전략에 엇박자를 보인다고 진단한다. 당장은 함께하더라도 균열이 없을 리 없다는 얘기다. 기술동향 연구를 맡아온 브라이언 프렌티스 가트너 리서치 부사장이 지난 4일 방한해 이같은 분석을 제시했다.

프렌티스 부사장은 구글과 삼성간에 (안드로이드를 바라보는) 전략상의 '미스매치'가 나타나고 있다며 구글은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일관된 경험을 얻도록 '파편화'를 관리하면서 다른 제조사들을 삼성처럼 키우려는 상황이고, 삼성은 구글이 그랬듯 스스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자체 OS를 만들려는 중이라고 묘사했다.

그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파편화는 구글이 풀어야 할 숙제다. 그간 물리적인 특성에 따라 앱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가 제각각이었던 상황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자를 고통스럽게 했고, 사용자들이 불만을 품게 했다.

이에 구글은 사용자가 어떤 단말기를 쓰든 안드로이드에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려는 추세다. 안드로이드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로 알려져 있지만 그 방향을 구글이 통제할 수 있다.

프렌티스 부사장은 수정된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메인 프로젝트에 업데이트할 권한을 가진 '커미터'는 대부분 구글 직원이라며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개발방향에 상당한 관리와 통제를 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적했듯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파편화를 최소화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삼성뿐 아니라 다른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은 서로 동일한 OS를 쓰면서도 독자적인 사용자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나름대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 안드로이드 강자 삼성, 통제 권한은 없어...

삼성이 자체 OS를 갖추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회사는 구글처럼 리눅스 커널에 기반한 자체OS 환경으로 플랫폼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것이다. 이미 삼성스타일을 녹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출시해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근본적으로 안드로이드가 나아갈 방향을 통제할 권한이 삼성에게 없는 것이다.

프렌티스 부사장은 구글은 지금 삼성처럼 단일 업체가 안드로이드 플랫폼으로 지배적인 시장을 차지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균형을 통해 여러 제조사 단말기가 일관된 안드로이드 경험을 제공하는 게 구글의 바람이었다고 평했다.

예를 들어 제조사 10곳이 10%정도씩 비등한 점유율을 차지한 상황이라면 각 업체의 차별화는 적정선을 유지할 수 있다. 너무 튀면 오히려 앱 개발자와 일반 사용자가 외면할 우려 때문이다. 앱과 서비스 호환성을 유지하는 여러 단말기가 출시된다면 구글 입장에선 더없이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그런데 삼성같이 과반의 지분을 차지한 안드로이드 제조사가 나타날 경우 구글이 파편화 수준을 온전히 관리하기 어렵다. 삼성이 튀는 제품으로 안드로이드 경험의 일관성을 깨뜨렸을 때 그 사용자 경험이 일반화되는 것을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앱 개발자는 표준 안드로이드 플랫폼과 삼성 갤럭시 시리즈 모두를 최적화해야 하는 부담을 안는다. 사용자는 삼성 갤럭시 시리즈를 쓰다가 구글 레퍼런스 단말기를 쓰면서, 또는 반대 경우 '낯선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프렌티스 부사장은 제조사 1~2곳이 구글처럼 오픈소스를 통해 독점적인 형태의 시스템을 개발해 퍼뜨리면 구글 매출 92%에 달하는 광고수익 창출방안, 안드로이드를 통한 인터넷서비스 연결 기회를 잠재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며 삼성이 그렇게 한다면 구글과의 관계가 불편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삼성이 타이젠과 같은 독자OS를 띄우기로 했다쳐도 곧바로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단말기 사용자와 앱 개발자 등 앞서 꾸려온 안드로이드 시장 기반을 온전히 자체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황상 쉽지 않아 보인다는 평가다.

프렌티스 부사장도 삼성에겐 (자체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하는 이유는) 자기 운명을 스스로 통제하려는 욕망이 있는 듯하다며 타이젠 프로젝트에 대해선 자체 OS 개발과 생태계 구축이라는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과연 '현명한 시도인가' 하는 물음에 답하긴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어 의지는 이해하지만 삼성은 (플랫폼 사업자가 아니라) 단말 제조사이기 때문에 전쟁에 빗댈만한 현재 플랫폼 위주의 경쟁 체제에서 충분히 승리할만한 경험을 쌓아왔는지 의문이 든다며 향후 삼성 경쟁사는 (LG전자같은) 국내 업체가 아니라 레노버, 화웨이, ZTE같은 중국 업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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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트너 예측에 따르면 내년말까지 휴대폰제조사 서열은 삼성과 애플이 전체 60%를 차지하며 여전히 1,2위를 다투는 한편 나머지 점유율을 놓고 중국업체 3개사가 나눠갖는 시장이 될 전망이다. 구글과 삼성의 관계가 소원해질 경우 이처럼 저비용의 제조생산라인을 갖춘 중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으로 일정부분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프렌티스 부사장은 최근 등장한 새 오픈소스 모바일OS 가운데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우분투'를 눈여겨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세히 살피진 못했는데 미려한 인터페이스가 인상적이었다면서도 플랫폼이 충분한 규모를 이루기 전까지 개발자들이 뛰어들진 않을 테고, 앱이 없다면 소비자가 원하는 단말기를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