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기업 쏠림병', 전직 임원의 3가지 처방

일반입력 :2013/02/20 10:26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PC와 모바일 운영체제(OS), 이를 위한 오피스 프로그램을 새로 선보였지만 예전처럼 성공을 확신받지 못하고 있다. 개인 소비자 시장에 공을 들이겠다는 선언 이후 오히려 기업 시장에 덜 집중할 것이란 불안도 낳았다.

여전히 기업시장에서 MS를 믿을만한 벤더로 인정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 안정감이 애플이나 구글같은 회사의 대중적 이미지에 희석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MS를 예전처럼 대단한 사업체로 보지 않는 시각이 일반 사용자들 사이에 확산 추세다.

앞서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는 MS에서 단말기와 그에 연계되는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더 사용자 친화적인 회사 이미지를 갖추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MS가 아직까지는 계획한 일들을 풀어가고 있지만 앞날은 순탄찮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10여년전 MS를 떠났던 OEM사업 담당 임원이 '친정'을 향한 애정어린 충고를 남겨 눈길을 끈다. 지난 1983년부터 2002년까지 20년동안 일한 요아킴 켐핀 전 MS 세일즈 담당 부사장이 'MS가 부활할 방법'이란 글을 19일(현지시각) 온라인 IT미디어 리드라이트웹에 게재했고 여러 외신들이 이를 소개했다.

그의 글가운데 MS에 기술전문가(tech guru)가 필요하다는 것,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안주했던 과거를 반성하라는 것, 교육시장에서 다시 사업기회를 다지라는 것, 3가지 조언에 무게가 실렸다.

■신세대 기술전문가를 수혈하라

켐핀에 따르면 MS는 제품 사업부 전반을 이끌 수 있도록 위엄을 갖추고 돋보이는 기술전문가 임원을 둬야 한다. 이 사람의 책무는 모든 제품에 대한 주요 대변인 역할 외에도 시장에 존재하는 개발자들의 존경을 끌어모으고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까지 아우른다.

켐핀의 표현을 빌리면 MS에서 퇴사한 레이 오지는 '불행하게도 이 역할에서 살아남지 못했'고 그 후임자 크레이그 먼디는 '아예 그 자리에 어긋난 사람으로 시작'된 모양이다.

원래 창립자 빌 게이츠가 그런 역할이었다. 레이 오지는 지난 2006년부터 최고소프트웨어아키텍트(CSA)로 게이츠의 후임자였다. 그는 '클라이언트와 서버' 중심의 IT산업 생태계에서 활약했다. 즉 게이츠나 발머 CEO와 동세대 인물이었다.

온라인 IT미디어 기가옴에 따르면, 당시 업계는 게이츠가 왜 구글 쪽 사람들처럼 더 젊고 신세대적 사고방식을 갖춘 사람을 내세우지 않았는지 의문을 품었다. 오지라는 인물의 기술적 비전을 폄훼한 건 아니었지만 당시 MS는 이미 '인터넷' 대응에 실기했고, 이를 얼른 수습할 타이밍이었다는 평가다. 이후 회사는 지난 2년간 로비 바크, J 알라드, 스티븐 시노프스키같은 임원들 떠나보내며 '인력 출혈'을 겪고 있다.

■기업시장 안주, 반성해야

켐핀은 MS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집중해온 것도 분명히 효과를 봤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그 반대급부로 개인 소비자 시장을 손상시켜온 것도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그가 쓴 내용을 보면 현재 MS는 기계처럼 '매우 능률적으로' 수익을 내는 회사가 됐다는 점에서 훌륭하긴 하다. 하지만 그사이 '윈도95' 출시때처럼 제품에 기반해 일반 사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관심을 끌어모을만한 영향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 주목도 높은 '불꽃'은 애플,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넘어간 셈이다.

켐핀이 주력 제품가운데 하나인 윈도를 예로 들며 MS를 긍정적으로 묘사한 점에 이론의 여지가 있다. 이를 인용 보도한 기가옴도 사실 이런 켐핀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MS가 윈도95 출시를 전후할 때 누구나 '엄청 멋진 회사'라고 여긴 건 아닌 것 같다는 얘기다. 윈도95 출시 때 엄청 화제가 되긴 했지만 실제로 제품이 훌륭한 건 아니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너무 기업시장만 바라봐 왔다는 문제제기는 정확하다. MS가 일반 사용자를 겨냥해 직접 만들기까지 해서 내놓은 '서피스' 태블릿조차, 근본적인 경쟁우위는 그 단말기에서 돌아가는 '오피스' 제품으로 꼽힌다. 오피스는 PC용 기술이지만 기업 시장을 통해 기반을 다져왔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윈도와 오피스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이유는 일반 사용자를 위한 신기능보다 기업 환경의 운영 안정성을 지원하는 게 더 크다.

MS에게 예외적으로 순수한 소비자용 제품은 X박스나 키넥트, 그리고 관련 서비스들 정도다. 이는 아직까지 MS에서 그 브랜드에 내건 근본 목적에 맞물리는 사업이 아닌 걸로 묘사된다.

■다시 교육시장에서 기회를

MS가 기업시장에 투자해온 것은 단순한 관성이 아니라 그 자체에 막강한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순위상 어쩔 수 없었던 측면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국면에서 일반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켐핀은 학생과 교직원들이 모여 있는 교육기관 시장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 학교들은 아직 정보화체계 수준이 최신화되지 않은 상태다. 21세기에 알맞는 선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시장이 MS에게 당장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테면 학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엑셀을 쓰게 만들고 가르치는 과정에 직접 투자하면 된다.

켐핀이 '엑셀'이란 제품명을 괜히 언급한 건 아닐 수도 있다. 적잖은 학생들이 구글의 웹기반 오피스 제품인 '구글독스'를 쓴다. 독스의 '워드'나 '프리젠테이션'을 잘 쓴다면 MS 오피스 워드나 파워포인트가 필요한 상황을 얼마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스프레드시트' 기능은 브라우저에서 돌아간다는 제약 때문에 오피스 엑셀만큼 간편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MS는 계속 오피스 새버전을 만들면서 구글 독스와의 기능 격차를 좁히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구글 독스가 운영체제(OS)간 장벽에 가로막히지 않은 기술이라는 점이 위협적이다. 학생들 중에는 윈도 노트북 대신 맥북을 쓰는 비중이 상당하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오피스 대신 구글 독스를 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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켐핀은 MS 제품이 다시 교육기관 시장에 퍼질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창립자 빌 게이츠가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자선기금을 운용하는 '게이츠 재단'을 통해 장학 후원 형식으로 MS 제품을 무료로 쓰게 만드는 식의 구상이다. 재단은 이미 칸아카데미를 후원중인데 이 점이 켐핀이 말하는 학교로의 연결고리다.

한편 그가 MS에 관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건 지난달 하순 'MS의 시크릿 파워브로커'란 제목으로 집필한 책을 출간하면서 시작됐다. 발머 CEO를 이달초엔 게임관련 미디어를 통해 X박스사업이 소니와 경쟁하기 위해 시작됐다고 발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