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산업, 체질 개선 이뤘다

일반입력 :2013/02/14 14:52    수정: 2013/02/14 15:26

정현정 기자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몰고온 모바일 열풍이 국내 반도체 산업 구조를 뿌리부터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주력제품을 중심으로 그동안 국내 반도체 업계의 과제로 지적됐던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통한 산업 구조 고도화의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지난달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2012년 IT산업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그동안 대표적인 적자품목이었던 시스템반도체는 모바일 분야 경쟁력 강화에 힘입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수출액이 전년 대비 23% 증가한 245억달러를 기록하면서 193억달러를 기록한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을 처음으로 넘어서며 수출 효자 품목으로 등극했다.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5.4%로 처음으로 타이완을 제치고 미국, 일본, EU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11년 대비 1.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우리나라의 시스템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1년 1.8%에 불과했으나 정부와 관련 업계의 적극적인 기술개발로 급격히 성장해 위상이 확대됐다.

이 같은 배경에는 최근 몇 년새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와 디스플레이드라이버IC(DDI), CIS(CMOS 이미지센서) 등 주력제품이 수출을 선도한 것이 주효했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수출액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지난해에는 77억달러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올해 반도체 수출 중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8.7%에서 증가한 51.3%로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수출 중 시스템반도체 비중은 지난 2004년 34.5%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 매출에서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무선사업부 갤럭시 시리즈가 성공을 거두면서 여기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브랜드인 엑시노스를 필두로 모바일용 프로세서 매출 호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매출이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8년 23% 수준에서 지난 2011년 30%를 넘어선데 이어 지난해 4분기에는 절반의 육박하는 45%까지 쫓아왔다. 올해부터는 메모리와 시스템LSI 매출 비중이 유사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은 9조5천900억원으로 이 중 시스템LSI 비중은 4조2천600억원을 기록하며 매출이 전분기대비 21.7% 증가하며 전체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업계를 중심으로 지난 몇 십년 간 외쳐왔던 시스템반도체 육성과 반도체 산업 구조 고도화가 애플을 시작으로 한 스마트폰 열풍에 맞춰 급격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최근에 징후들은 반도체 산업의 구조변화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반도체 매출에 있어서도 PC와 모바일 간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 중 모바일 비중은 40%까지 늘어나면서 PC용 D램 가격하락의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SK하이닉스는 모바일 분야 매출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2016년에는 비중을 7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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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올해에도 스마트폰 및 태블릿 시장 성장세가 지속되며 메모리 수요 증가를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저가 모바일 기기 확산에 따른 대중화와 신흥시장 중심의 보급률 증가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모바일 시장 확대는 반도체 업계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각 제품별 규격이 정형화된 PC용 제품에 비해 모바일 기기는 각 회사나 제품마다 요구되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커스터마이징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부품업체들도 다품종소량생산 체제에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 업체들이 다품종소량생산 체제로 빨리 전환해야하는데 그 동안 한우물만 팠던 업체들은 위기에 그대로 직면하게 됐다면서 팹리스나 장비업체들의 구조조정도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