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올해 '안개 속 투자'

일반입력 :2013/02/12 00:56    수정: 2013/02/12 08:15

정현정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시황도 뚜렷한 개선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업체들도 공격적인 시설투자에 나서기 보다는 공정 효율성 개선과 차세대 기술개발에 집중하면서 상황을 관망 중이다.

지난해 계획했던 투자 목표를 채우지 못했던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올해 역시 연간 설비투자(CAPEX) 목표를 시원스레 밝히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반도체 부문 투자 축소 움직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신규 투자가 전무했던 디스플레이 분야는 올해 중국 내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건설과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규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술 검증과 시장 상황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반도체 투자 축소 불가피

국내 양대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규모 축소가 확실시 된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개선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데다 업계의 미세공정 전환으로 두 자릿수 이상의 비트그로스(생산량 증가율) 기록하면서 추가 증설이 절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양사는 매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연간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올해는 별도의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발표하지 않았다. 양사 모두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수급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만을 밝힌 상태다. 업계에서는 업체들이 올해 신규 증설 투자 보다는 기존 라인에 대한 추가 투자를 진행하면서 당분간 투자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 15조원에 투자를 계획했지만 실제 투자는 1조원 이상 줄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3조원 가량이 줄어든 11조5천억원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부문의 경우 6조에서 4조5천억원 수준으로, 시스템 LSI 사업부는 8조에서 6조5천억원 정도로 투자액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지난해 목표 대비 3천500억원 줄어든 3조8천500원으로 투자를 마무리 지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대비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지난해 투자액 대부분이 신규 라인인 M12 준공에 소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장 신증설 등 대규모 시설투자 계획이 잡혀있지 않은 올해 투자액은 지난해 대비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 투자규모를 지난해 목표였던 4조2천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2조5천억원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신규 공장 증설은 계획된 것이 없고 대부분의 투자가 공정 전환(마이그레이션)에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투자금액의 대폭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OLED 대중화 변수

지난해 투자가 얼어붙었던 디스플레이 분야는 올해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건설이 진행 중인 중국 내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라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투자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디스플레이 부문의 6조6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투자는 5조원 수준에 머물렀다. 업계에서는 올해 투자액이 지난해 대비 소폭 증가해 7조원 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쑤저우에 건설 중인 8세대 LCD 라인이 올 하반기 가동을 앞두고 있는데다 늘어나는 중소형 OLED 수요에 맞춰 지난해 미뤄졌던 라인 증설도 올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분야로 꼽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투자와 대형 OLED 양산 라인 투자도 올해 본격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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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의 경우 올해 설비투자 금액은 4조원대 초반으로 지난해 대비 비슷하거나 소폭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광저우에 건설 중인 8세대 공장의 내년 하반기 가동을 앞두고 일부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저온폴리실리콘(LTPS) 공정 전환과 대형 OLED 양산 라인 투자도 한 발 앞서 이뤄진다.

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8세대 OLED 투자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보이는 LG디스플레이와 달리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직 8세대 증설에 대한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출시되는 OLED TV에 대한 시장 상황과 기술 로드맵 검증이 OLED 분야의 투자속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