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퀄컴-엔비디아, 쿼드코어 삼국지

일반입력 :2013/02/06 16:29

정현정 기자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3에서 예고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오는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3)를 기점으로 레퍼런스폰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낼 예정인 가운데 제조사들도 마케팅에 화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지난해 쿼드코어 프로세서 시대가 열렸다면 올해는 성능과 함께 저전력에 초점을 맞춘 아키텍쳐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ARM의 최신 코어텍스 A15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높은 전력소모를 보완하기 위한 기술을 도입했다. 모바일 프로세서 업계 최강자 퀄컴 역시 각각의 코어를 제어해 효율적인 쿼드코어 성능을 이끌어낼 전망이다.

■삼성전자 '옥타코어' 마케팅 선점

삼성전자는 지난달 9일(현지시간) CES 2013 현장에서 8개 코어를 집적한 옥타코어(Octa-Core, 8개의 코어) 모바일 AP 엑시노스5 옥타를 최초로 공개하며 코어수 마케팅을 선점하게 됐다.

엑시노스5 옥타는 ARM A15에 최신 저전력 설계구조인 ‘빅리틀(big.LITTLE)을 적용해 고성능 구현한 제품이다. 빅리틀은 ARM 코어텍스A15와 코어텍스A7을 혼용해 모바일 기기에서 3D 게임 등과 같이 고사양이 필요할 때는 4개의 고성능 코어텍스A15 코어가, 웹서핑이나 이메일 등 저사양 작업에는 4개의 저전력 코어텍스A7 코어가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구글 크롬북과 넥서스10에 탑재된 '엑시노스5 듀얼'에 이어 이번 엑시노스5 옥타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차세대 코어텍스 A15 코어 기반 모바일 AP 라인업을 갖추고 향후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엑시노스5 옥타를 진정한 옥타코어로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업계 간 찬반양론이 뜨겁다. 엑시노스5 옥타는 고성능 코어 4개와 저성능 코어 4개가 결합한 4+4 구조로 8개의 코어가 동시에 동작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퀄컴은 일찌감치 삼성전자의 옥타코어 마케팅을 견제하고 나섰다.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중국 내 언론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간담회에서 ARM 빅리틀 구조의 한계과 제조사들의 코어수 마케팅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제이콥스 회장은 “(빅리틀은) 4개의 고성능 코어의 전력소모를 감당하기 위해 4개의 저성능 코어를 추가로 장착한 고육지책이나 마찬가지”라며 “기업들이 많은 코어수의 AP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하는 옥타코어 마케팅 뒤에 큰 문제가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4+1 vs. 4+4 뭐가 더 효율적?

삼성전자와 동일한 A15 기반 프로세서 ‘테그라4’를 출시하는 엔비디아는 높은 전력소모에 대한 대안으로 전작 테그라3와 동일한 ‘4+1’ 기술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기존 테그라3 대비 전력소비를 최대 45%까지 줄여 스마트폰 상에서 HD 동영상을 최대 14시간 동안 재생 가능하도록 했다.

A15 아키텍쳐 기반 코어 4개가 사용된 것은 엑시노스5 옥타와 동일하지만 컴패니언 코어(Companion Core) 한 개를 추가해 전력소모를 줄인 것이 특징이다. 고성능 작업을 수행할 때는 4개의 코어를 가동하고 저전력 작업을 수행하거나 대기 모드에 있을 때는 컴패니언 코어가 가동된다.

특히 저성능 코어에는 A7 아키텍쳐를 적용한 빅리틀과 달리 테그라4의 경우 컴패니언 코어 역시 A15 아키텍쳐 기반에 저전력(Low Power) 공정 디자인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순간적으로 빠른 공수교대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기존 코어는 간단한 작업을 할 때도 높은 전력소모에서 시작해 원만히 상승하는 그래프를 보이지만 컴패니언 코어의 경우 낮은 전력소모에서 시작해 급격히 올라가는 흐름을 보이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한 작업을 할 때 전력소모를 아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빅리틀과 엔비디아의 4+1 모두 고성능 작업을 수행하지 않을 때에는 저전력 구조에서 일을 시행하도록 하는 구조는 동일하다면서 하지만 실제로 사용 빈도가 높지 않은 저전력 코어가 4개나 탑재되면서 대기전력 소모량이 만만치 않고 고성능 코어와 다른 아키텍쳐를 적용하면서 교차 과정에서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퀄컴의 쿼드코어 프로세서는 4개의 코어가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 수행하는 작업에 따라 각각 클럭을 조정해 효율적인 성능을 내면서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제이콥스 회장은 “퀄컴의 제품은 각각의 코어가 독립적으로 작동해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빅리틀 기술을 활용할 필요가 없다” “퀄컴은 이미 우리의 듀얼코어가 경쟁사의 쿼드코어 보다 성능이 좋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1인자 퀄컴 모뎀칩 맞수 등장할까

모바일 프로세서 업계의 최강자 퀄컴은 독자적인 크레이트400 아키텍쳐를 적용한 스냅드래곤 800과 600 시리즈로 올해 하반기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 신형 스냅드래곤은 퀄컴의 최신 4G LTE 어드밴스드 기술이 도입돼 최대 통신 속도가 150Mbps 이른다. 이는 이전 세대 제품에 비해 35Mbps 이상 향상된 수치다. 스냅드래곤 800과 600은 각각 기존 대비 처리성능이 75%, 40% 향상됐다.

그 동안 모뎀칩 시장에서 독주해왔던 퀄컴은 올해 적수를 맞을 전망이다. 엔비디아가 지난 2011년 인수한 통신용 반도체 업체 아이세라를 통해 4G LTE 음성 및 데이터를 지원하는 통신칩 아이세라 i500를 테그라4의 옵션으로 제공한다. 아이세라 i500에는 소프트모뎀 기술이 적용돼 크기는 40% 줄이고 처리속도는 4배로 높일 수 있다는 게 엔비디아 설명이다.

특히 지난 2011년 최초의 쿼드코어 모바일 프로세서 '테그라3'를 출시하고도 퀄컴에 밀려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던 만큼 테그라4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당시 휴대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이 LTE 마케팅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던 상황에서 테그라3가 LTE를 지원하지 못한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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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의 스마트폰 AP 경쟁은 실제 제품 출시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5 옥타를 자사에서 출시하는 주력 스마트폰 모델에 선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퀄컴은 현재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샘플링 중으로 올해 중반 이후 스냅드래곤800과 600 탑재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MWC 2013에서 테그라4 레퍼런스폰을 선보이고 2분기부터 태블릿과 스마트폰 제품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AP의 성능만 놓고는 직접적인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 실제 제품에 적용됐을 때 어떤 성능을 내느냐는 다른 부품들과의 밸런스와 최적화 작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