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꽃들에게 희망’ 주는 환골탈태 되어야

전문가 칼럼입력 :2013/01/22 17:13    수정: 2013/01/22 21:02

이봉규 연세대 교수
이봉규 연세대 교수

삶이 고난해지고 앞이 깜깜할 때에는 학생시절 읽었던 트리나폴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Hope for the Flowers)’은 생각만 해도 다시 용기가 나게 해준다.

까닭도 모른 채 경쟁적으로 기둥을 오르는 애벌레가 아니라 꽃들의 씨앗을 옮겨 주는, 그래서 꽃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나비를 꿈꾸는 애벌레와 같은 삶을 일깨우게 하는 이 책은 제자들에게 ‘격몽요결(擊蒙要訣)’과 함께 읽기를 권하고 있다.

최근 독임제 ICT 전담부처의 필요성을 읍소하다 과학기술과 ICT가 하나로 묶이는 것을 보고 적지 않은 낙심과 함께 ICT인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ICT를 뛰어 넘는 ‘희망’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된다.

특히나 기존의 모든 부처 이기주의들을 뛰어 넘어 환골탈태(換骨奪胎)하여야만 더 큰 ‘창조’의 물결이 일어날 수 있는데, 과연 미래창조과학부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며 국가의 ‘희망’을 잉태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가 된다.

그렇다면 ‘창조’ 경제의 핵심으로 떠오른 미래창조과학부가 당장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동시에 향후 30년이나 백년을 바라보는 혜안과 국가의 미래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부처가 되기 위한 선행조건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 생태계를 하나로 융합하여 다른 산업들을 견인할 수 있는 진흥정책과 육성이 필요하다.

모든 분야의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을 접목하여 시너지를 발휘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고, 국가적으로도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에 미래창조과학부가 성공할 수 있는 분야는 CPND 생태계가 최적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현실은 관련된 정부 기능들이 여러 부처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로 모으는 작업 자체가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CPND와 연관된 각기 다른 부처의 협의와 공조가 필수적인데 미래창조과학부 ICT 담당 차관이 과연 다른 부처와 상충된 이견이나 대립을 조정하고 중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를 총리급으로 그리고 ICT 차관을 장관급으로 격상하자는 논의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우려로 표명되었을 것이다. 물론, 단순히 막대한 권한과 규모를 가진 거대 부처가 다양한 의견과 기능을 모으고 협력하여 시너지를 만들지 못한다면 용두사미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한편, 진흥과 규제업무 분리에 따른 혼선도 최소화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가 융·복합되어 태동한 제품이나 서비스 분야에서 규제와 진흥 업무를 칼로 무 자르듯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예로, 통신요금을 낮춰 모바일 게임을 포함한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는 업무는 콘텐츠 업체 입장에선 진흥이 될 수 있지만 통신사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규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히 기업들만의 이슈가 아니라 이를 관장하는 부처 내 혹은 부처 간의 업무조정과 정책추진과정에서도 심각한 갈등과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

관련기사

따라서 칼날의 양면인 규제와 진흥을 동시에 만족하면서 각각의 목적과 기준에 들어맞는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창조경제의 확산 관점에서 정책의 우선순위 결정과 이에 부합하는 균형 있는 조율이 필요하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미래창조과학부를 미운 오리 새끼로 남겨서 또 하나의 정책적인 과오가 되게 할지 아니면 백조로 거듭나게 해서 모든 이공계와 국가에 “희망”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할 때가 아니고, 부처 이기주의를 뛰어 넘는 양보와 과감한 결정 및 실행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봉규 (현)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정책연구센터 소장. 코넬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 취득 후 한성대학교 공과대학 정보전산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 원장, 정보대학원 원장,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위원회 자체평가위원회 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인터넷정보학회 회장, 한국인터넷진흥원 이사, 서울시 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 (재)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설립추진단장 등을 역임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스마트 스페이스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대한민국 ICT의 미래,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