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박스 라이브 ‘디지털 이민’ 오해와 진실

일반입력 :2013/01/19 09:23    수정: 2013/01/19 10:21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멀티미디어 서비스인 ‘엑스박스 라이브’의 지역(국가) 이동이 이달부터 가능해지면서 이용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용자 국가를 해외로 재설정할 수 있다는 소식에 일부 이용자들은 여성가족부가 시행한 ‘셧다운제’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또 계정 정보를 해외로 바꿔 'MS 포인트'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는 이용자도 눈에 띄고 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일명 ‘디지털 이민’으로 불리는 이번 국가 이동 서비스가 정말 좋은 혜택을 가져다 주는지 알아봤다.

19일 MS 문의 결과 이번 국가 이동 서비스의 본 취지는 이용자들이 해외 연수 또는 이민을 가는 경우를 위해서다. 거주 지역이 바뀌는 이용자들에게 해당 지역에 맞는 엑스박스 라이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MS 측의 생각이다.

즉 일부 이용자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정부의 게임 규제를 회피하기 수단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도 취지만 그럴 듯 하고 실제로는 규제를 피하려는 ‘꼼수’가 숨어있지 않을까 해서 실제로 지역 변경 과정을 시험해 봤다.

결과는 MS측의 말이 맞았다. 국가를 변경하려면 일단 엑스박스 라이브에 로그인을 해야 하는데, MS가 지난 해 11월 실시한 성인인증제 때문에 청소년들은 아예 엑스박스 라이브 이용이 차단된 상태다. 따라서 청소년 이용자들은 국가를 변경할 단계까지도 이를 수 없다. 기존 성인 인증을 거친 이용자만 국가를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성인 엑스박스 라이브 이용자들에게는 디지털 이민이 유리할까. 이용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야기처럼 국가를 옮김으로써 MS 포인트를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지 직접 알아 봤다.

이 결과는 이용자들의 생각이 맞았다. 부가세를 제외하고 국내 계정으로 6천 MS 포인트를 구매할 경우 9만6천750원이 들지만, 해외 계정으로 구매할 경우는 74.99달러(한화 약 7만9천200원)면 결제가 가능했다. 2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 것.

그렇지만 해외 계정이 무조건 저렴한 건 또 아니다. MS 포인트는 저렴하지만, 엑스박스 360으로 멀티플레이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엑스박스 라이브 골드’ 멤버십 가입료는 해외 계정이 더 비쌌다.

가장 높은 금액의 12개월 이용료의 경우 국내 계정은 부가세를 빼고 5만9천800원인데 반해, 해외 계정은 59.99 달러(한화 약 6만3천400원)였다. MS 포인트에 비해 가격차가 크지는 않았지만 4천원에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더구나 우리나라 이용자가 해외로 국가를 변경한 뒤 다시 국내로 넘어오는 것은 현재 불가능하다. 해외 계정을 허위로 만들어 우리나라로 바꾸는 것도 할 수 없다. 현재 MS가 제공하고 있는 변경 가능 국가 목록에 우리나라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추후 ‘한국’이 목록에 추가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결국 이번 MS의 엑스박스 라이브 국가 변경 서비스는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생각처럼 정부의 규제를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 또 기대했던 것처럼 엑스박스 라이브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기도 불가능하다.

결국 만약 청소년 이용자가 엑스박스 라이브를 이용하고 싶을 경우 옳은 방법은 아니지만 허위로 해외 계정을 만들어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각 지역에 맞는 우편번호를 맞춰서 써넣는 다소 귀찮은 작업이 따름에도 이미 많은 청소년 이용자들이 편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성인인증제 실효성 논란도 있다.

성인 이용자 중 MS 포인트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라면, 또 영어에 능통한 이용자라면 이번 국가 변경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해외 계정으로 로그인 하면 게임 등 보다 풍부한 엑스박스 라이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

다만 단순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든 결제 비용이 절약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으로 허위로 국가를 변경할 경우, 다시 한국으로 계정으로 변경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MS 관계자는 “엑스박스 라이브 국가 변경 서비스는 이 달 시작된 것으로 이주하는 이용자들을 위해 3개월에 한 번만 국가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해외 계정으로 접속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엑스박스 라이브 콘텐츠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점점 국내 엑스박스 라이브의 콘텐츠도 비슷한 수준으로 보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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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가 변경으로 이동이 되는 내역은 ▲이용자의 점수 및 달성한 도전 과제 등 엑스박스 라이브 프로필 정보 ▲잔여 마이크로소프트 포인트 ▲골드 멤버십 기간 등이다.

반대로 게임, 비디오, 음악 등 이전 지역에서 받은 엑스박스 라이브 서비스 등은 일부 제한을 받게 된다. 특히 특정의 다운로드콘텐츠(DLC)도 사용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