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업계, ICT전담부처 무산에 담담한 이유

일반입력 :2013/01/16 16:34

정보통신기술(ICT) 전담부처 신설 계획이 무산됐음에도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는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5일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안에 ICT전담부처 신설 계획은 없었다. 이전 정권들의 수혜주들은 깊은 한숨을 쉬었지만 SW업계 반응은 '약간 아쉬운' 정도를 넘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 관심사가 하드웨어(HW)에 쏠린 탓에 SW업계가 누린 특혜는 거의 없었다는 게 주된 이유다.숱한 SW업체들이 정보통신부 부활과 등치였던 ICT전담부처 신설안에 '일단 환영'하면서도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고 조건을 박았던 이유다.

■신설 독임부처 없지만 '멘붕'은 남말

국내 SW업계는 정부에서 ICT생태계를 전담할 '부'단위 총괄조직을 만들 거란 관측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 속에서도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 일단 생기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겠지만 마냥 좋아할 일도 아니란 반응이었다.

국내 SW업체 A사의 전략마케팅 담당 임원은 ICT부처 신설이라는 사실보다도 향후 그 분야를 맡게 될 정부조직에서 어떤 내용의 IT를 말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정부가 진정으로 SW를 국가 핵심 경쟁력으로 키워내려면 미국이 주도해온 시스템SW와 애플리케이션 등 범용 패키지SW 분야 경쟁력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부 때부터 이어온 정부의 ICT 육성정책에서 SW는 사실상 들러리였다. 기존 정부의 SW관련 정책은 패키지(범용)SW 보다는 융합IT를 강조하며 타분야에 '부속재'로 쓰이는 임베디드SW에 치중했다. 이는 그나마 HW 투자에 집중해온 관성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또다른 SW업체 B사 대표는 기존 정부의 분산된 ICT정책에 비판이 적잖았던 만큼 차기정부의 신설이 필요했지만 어떤 조직을 만드느냐보단 현재 문제점을 파악하고 향후 어떤 기능을 수행할지, 세밀히 논의돼야 한다며 대기업 주도의 HW수출 의존에서 벗어나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 개선을 통합 추진해야 할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임베디드SW는 제조수출용

우리나라는 범용SW, IT서비스, 임베디드SW로 나뉘는 부문별 SW시장 비중이 세계 추세와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띤다.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원천기술 확보와 플랫폼 비즈니스는 범용SW 시장이 성장해야 나올 수 있는데, 실제로는 첫 발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SW산업연간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트렌드에서 비중이 높은 분야는 IT서비스 다음이 범용SW, 그리고 임베디드SW가 마지막이다. 글로벌 SW시장 성장추이는 새해부터 2015년까지 IT서비스가 6천658억달러에서 7천299억달러, 패키지SW가 3천765억달러에서 4천309억달러, 임베디드SW가 1천476억달러에서 1천586억달러로 예상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임베디드SW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크고 IT서비스, 범용SW 순으로 역전돼 있다. 새해부터 오는 2015년까지 부문별 시장규모 추이가 임베디드SW는 163억달러에서 176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인데 IT서비스 시장은 65억달러에서 69억달러, 패키지SW시장은 32억달러에서 37억달러 성장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소홀했던 범용SW 분야에서 미국은 일찍이 패권을 쥐고 플랫폼생태계에 참여한 여러 기업들의 의존성을 이용해 꾸준히 부가가치를 창출해왔다. 우리나라가 이를 따라잡기엔 독자적 기술력이 부족하고 정부의 지원방향도 엉뚱한데다, 현 정부들어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면서 집중력마저 떨어졌다. 청장년층에 희망과 비전을 주지 못하면서 SW업계에선 고급인재 확보도 더욱 어려워졌다.

■새정부, 방송통신-HW 쏠림 '이제 그만~'

업계 기대치는 바닥을 쳤고 이제 남은 목소리는 '하한선'을 요구하는 정도다. 방송통신분야에서 망중립성이 화두일 때, 제조수출업계에서 전력수급과 부품공급 이슈가 불거질 때, SW업계는 'SW제값받기'나 '하도급공정거래'처럼 산업의 본질과 동떨어진 고충을 호소하고 있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원천기술이 나올라야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ICT를 말하는 정부 관료들에게 SW라는 특수한 존재에 전향적 검토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기능을 맡을 조직이 어느 곳이든지 오히려 과거 정보통신부나 현 지식경제부 중심의 산업진흥책보다 나을 게 없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다.

SW업체 C사 대표는 또다시 통신과 방송 분야에 구심점을 찾는다면 차라리 지경부 '글로벌SW경쟁력 제고'와 융합을 통한 IT산업 강화에 기대를 걸겠다고 언급했다.

SW업계는 차기 정부가 미래창조과학부에 ICT기능을 일임할 조직에도 타분야와의 균형잡힌 정책방향, 인력수급문제 해결, 적정대가산정 등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결국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꾸준히 제기할 전망이다.

또다른 SW업체 D사 대표는 국산SW 제값주기, 공정한 SW유지보수요율같은 현업의 고민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E사 대표는 고급인재가 SW분야에 많이 확충되려면 개발 기간당 투입인력을 기준으로 비용을 산정하는 '맨먼스'부터 없애야 한다며 납품단계에서 개발한 SW의 언어 종류, 결과물 내용, 사용된 함수, 설계구조, 전체 프로그램 크기 등 일의 난도와 산출물의 희소성을 고려한 가치측정방식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미래를 창조하려면

아직 새 정부의 조직개편안이 온전한 밑그림을 드러낸 것은 아니다. SW를 포함한 ICT관련 정책의 향방을 더 지켜볼 여지는 남았다. 가능하다면 오히려 SW의 이름을 달지 않은 정부 지원책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이 타 산업과의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SW가 다른 ICT분야와 과학, 일자리창출 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광범위하게 활용돼 인식과 입지를 키울 가능성에도 기대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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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업체 F사 관계자는 예전부터 SW육성지원을 맡아왔다는 지경부도 결국은 대기업 중심 정책을 폈고 SW가 정부 지원으로 무슨 이득을 본 분야는 아니었다며 회사 입장에선 외려 중소기업청에서 시행한 지원사업이 중소SW업체들에도 요긴했는데, 그 기능이 강화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김진형 SW정책연구센터 소장도 SW중심으로 여러 산업과 융합을 추진해야 하는 관점에서는 (ICT가) 과학과 같이 있는 것이 좋아 보인다며 아직 부처 기능이 어떻게 구성될지 알 수 없지만 통신, 제조, 과학 등 분야를 막론하고 혁신에 필요한 SW가 '미래'를 말하는 부처를 만났으니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