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휴대폰 보조금 폐지 움직임...한국은?

일반입력 :2013/01/11 13:36    수정: 2013/01/11 15:13

정윤희 기자

우리나라 휴대폰 가격은 고무줄이다. 100만원에 가까운 스마트폰이 17만원으로 둔갑하는가 하면, 다시 70~80만원이 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보조금 규모가 뒤바뀌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빠르게 정책이 대리점으로 전달된다.

자연히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호구+고객이라는 뜻의 ‘호갱’이라는 단어가 팽배한 시장이다. 같은 폰을 나는 100만원에 샀는데, 친구는 50만원에 사는 일이 예사다. 지난 7일부터 불법 보조금에 따른 방송통신위원회 제재조치인 영업정지가 시작됐지만, 보조금 경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반면 미국서는 보조금 폐지 바람이 부는 추세다. 미국 이동통신시장은 기본적인 보조금 지급구조 자체는 우리나라와 같다. 이미 T모바일이 약 3개월 내에 휴대폰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예고했다. 여기에 버라이즌과 AT&T 등이 이를 주시하면서 향후 보조금 폐지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T모바일은 올해 3~4월경부터 약정 계약에 따른 단말기 보조금을 폐지하고, 소비자들이 직접 일시불 및 할부로 휴대폰을 구입하도록 한다. 대신 통신요금을 대폭 내려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존 레저 T모바일 CEO는 “보조금 폐지 등으로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이 5% 가량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전히 2년 약정으로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쟁사에 비해 경쟁력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로웰 맥아담 버라이즌 CEO 역시 “T모바일의 보조금 폐지는 매우 훌륭한 시도”라며 “만약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을 경우 버라이즌 역시 신속하게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BS는 약정 보조금 폐지로 인한 단말기 선택권 확대가 이동통신 시장 표준을 기존 보조금 지급 방식에서 T모바일로 이동하게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휴대폰 유통구조 개선해야...

일각에서는 국내 휴대폰 보조금 부작용 개선에 미국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통사들이 포화가 된 시장에서 보조금으로 출혈경쟁을 하기보다는 휴대폰 유통구조 개선에 협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통신요금과 단말기 분리를 위해 알뜰폰(이동통신재판매, MVNO) 제도를 시행했지만 아직까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알뜰폰 업체들이 대부분 중소업체나 영세업체라 자금력 측면에서 이통사가 보조금을 풀기 시작하면 힘들 수밖에 없다”며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 외에도 이통사들의 적극적 협조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2011년 이통사의 약정보조금이 전체 마케팅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조원에 육박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업자별 마케팅비의 약정보조금 규모는 ▲SK텔레콤 3조43억원 중 9천853억원 ▲KT 2조640억원 중 6천253억원 ▲LG유플러스 1조2천954억원 중 3천577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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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최재천 의원은 “이통사는 이외에도 유통망에 판매촉진비, 가입자관리비용을 지급하기 때문에 실제 가입자에게 지급되는 보조금 규모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보조금은 비싼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우리나라 휴대폰 유통구조상 당장 보조금을 없애거나 하지는 못한다”며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낮춰가려면 높은 단말기 출고가도 함께 내려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