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웹앱, HTML5전문가가 만들면 달라?

일반입력 :2012/12/30 11:02

한 HTML5 기술업체가 직접 웹기반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내놨는데, 느려터진 페이스북 자체 모바일앱보다 훨씬 낫다는 평가다. 섣불리 HTML5에 투자했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반성이 무색할 정도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9월 중순 미국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컨퍼런스에서 HTML5에 너무 많이 베팅한 것이 지난 2년간 페이스북의 최대 실수라 말했다. 차세대 웹표준으로 기술업계 뜨거운 감자인 HTML5에 일찌감치 투자한 게 왜 '실수'였을까. 페이스북이 PC용 브라우저 기반 서비스에서 모바일로 영토확장에 나설 때 만들었던 앱 때문이다.

현재 iOS와 안드로이드용 공식 페이스북 앱은 각 OS 특성에 맞춰 개발한 네이티브앱이다. iOS용은 지난 6월말부터 개발돼 8월부터 업데이트됐고, 안드로이드용은 지난 10월 최종 테스트를 거쳐 이달 중순 공개됐다.

기존 페이스북 모바일앱은 그 모바일 웹사이트를 겉부분만 앱으로 포장해 만든 것이었다. 구동방식만 iOS와 안드로이드 등에 맞게 붙였을 뿐, 알맹이는 그냥 모바일웹이었다는 얘기다. 이는 차세대 웹기술 HTML5에 집중하려는 회사 방침에 기반했다.

문제는 그 웹기반 모바일앱이 너무나 느려터져 사용자 불만이 빗발쳤다는 사실이다. 사용자 입장에선 그냥 모바일브라우저로 사이트에 들르는 게 iOS나 안드로이드용 앱을 내려받아 쓰는 것보다 빠를 정도였다. 앱이 페이스북 콘텐츠 처리과정을 모바일OS 내장 브라우저에 딸린 '웹뷰' 기능에 의존하느라 안정성과 속도가 형편없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플랫폼의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써서 만든 현재 네이티브앱은 훨씬 빨라졌다. 저커버그 CEO는 iOS용 페이스북 네이티브앱을 내놓은 뒤, 안드로이드용 버전을 만들면서 HTML5 투자가 너무 일렀다고 자평했다. 역시 웹앱은 네이티브앱 성능을 못 따라간다 반응도 나왔다.

■페이스북보다 잘 만든 웹앱 '패스트북'

이런 가운데 최근 등장한 '패스트북(Fastbook)'은 일종의 반전이다. 패스트북은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API를 써서 그 네이티브앱과 동일한 인터페이스에 그와 맞먹는 속도와 안정성을 구현한 앱으로 화제를 모았다.

패스트북을 만든 곳은 HTML5 전문업체 '센차(Sencha)'다. 센차는 모바일용 '센차터치'와 PC용 'ExtJS'같은 상업용 웹앱 개발 프레임워크를 공급하는 회사다. 센차가 패스트북을 만든 이유는 별 게 아닌 듯하다. HTML5 전문업체가 만든 저커버그 CEO가 HTML5의 성숙도를 핑계삼자 이에 '발끈'한 모양새다.

센차는 패스트북에 자사의 HTML5 전문기술 노하우를 쏟아부었다. 센차터치라는 모바일 HTML5 웹앱프레임워크를 통해 네이티브앱과 별 차이가 없는 성능을 구현한 점은 인상적이다.

국내서 센차 솔루션 라이선스 공급과 교육사업 파트너인 미래웹기술연구소의 김종광 수석연구원은 지난 27일 센차가 (패스트북 개발에) 정확히 어떤 방법을 썼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동적로딩'을 이용해 '문서객체모델(DOM) 트리'를 가볍게 가져오는 게 기본 적용됐다며 아이폰뿐아니라 갤럭시넥서스같은 안드로이드 단말에서도 빠른 성능을 보여주고 오히려 네이티브앱보다 나은 부분도 많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모바일앱, 언제 HTML5로 돌아올까

앞서 페이스북이 모바일웹 버전을 그대로 앱으로 포장해 내놓을 땐 그게 HTML5로 가는 최선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HTML5에 대응하겠다던 노선을 포기할 정도로 실패한 모바일앱을 만드는 동안 웹기술 자체에 대한 개발역량을 개선하지 못한 모습이 더 큰 문제로 비친다.

물론 페이스북이 모바일에서 웹기술을 아예 내다버렸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업계는 저커버그 CEO의 잘 알려지지 않은 발언중 난 사실 장기적으로 HTML5에 정말 관심이 많다며 (실수로 인정한 점은 과잉 베팅일 뿐) HTML5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다만 페이스북이 센차같은 전문업체만큼 HTML5 대응 노하우를 갖추려면 충분한 노하우를 확보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때까지는 지금처럼 iOS와 안드로이드같은 주요 플랫폼용 네이티브앱을 최적화해 내놓는 작업에 신경을 쓸 듯하다. 어차피 일반 사용자들은 자기 휴대폰에서만 잘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회사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웹기술로 대응하는 것이 플랫폼 다양화 추세의 도전과제다.

회사는 지난달말 직원들에게 iOS에 의존하지 말고 사용자 규모 측면의 성장세가 월등한 안드로이드 플랫폼에도 관심을 기울이자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iOS만큼 안드로이드용 페이스북 서비스 개발 품질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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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OS용 페이스북 네이티브앱과 센차 패스트북 웹앱 비교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