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3DTV, 편광방식이 셔터글라스 눌러

일반입력 :2012/12/30 11:03    수정: 2012/12/30 11:33

정현정 기자

세계 3D TV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편광필름패턴(FPR) 방식이 빠르게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셔터글래스(SG) 방식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올해 4분기를 기점으로 전세가 역전될 것이란 전망이다.

FPR 방식 3D는 안경 상에서 입체영상을 구현하기 때문에 눈이 쉽게 피로해질 수밖에 없는 SG 방식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공략하며 약진하고 있다. 속속 FPR 진영에 합류하는 TV 제조사들이 늘고 있고 고가 하이엔드 제품을 비롯해 보급형 제품까지 다양한 라인업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27일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를 기준으로 삼성이 주도하는 SG 방식은 58.5%, LG가 첫 개발한 FPR 방식은 41.5%의 시장점유율을 각각 기록했다. 디스플레이서치 추정치에 따르면 올해 4분기를 기준으로 FPR 방식은 52.5% 점유율로 47.5%인 SG 방식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추세는 내년 상반기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가 독자 개발한 FPR 방식은 지난해부터 TV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LG전자도 초기 3D TV에는 SG 방식을 적용했지만 지난해부터 FPR 방식으로 완전히 선회했다. 도입초기부터 양 진영은 두 기술 방식을 놓고 자존심 경쟁을 벌여왔다. 업계에서는 무안경 3D TV가 완벽하게 상용화되기 전가지는 두 진영 간의 표준화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FPR 방식은 한 화면에 왼쪽 영상과 오른쪽 영상을 동시에 보여주고 편광안경으로 이를 구분한다. 안경에에 많은 장치가 필요하지 않아 제조단가가 적게 들고 가볍게 만들 수 있으며 눈의 피로도 덜한 장점이 있다. 반면 SG 방식은 좌우로 영상을 따로 표시하고 안경 자체에서 번갈아 가며 좌우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고화질을 구현하는데 유리하지만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고 무겁고 상대적으로 고가의 전자안경이 필요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FPR 등장 전까지 3D TV 시장에서는 SG 방식이 대세로 통했다. 세계 TV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가 셔터글래스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어 시장에 등장한 FPR 방식은 이 같은 SG 방식의 문제점을 해소한 기술로 주목받으며 전문가들과 각종 소비자 조사에서 지지를 받았다.

LG전자의 3D TV 판매량이 늘고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제조사들이 잇따라 FPR 3D TV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FPR 방식은 빠른 속도로 SG 방식을 따라잡으면서 판도를 바꾸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강력한 점유율을 형성하고 있는 하이센스, TCL, 하이얼, 창홍 등 중국 TV 업체들을 우군으로 확보한 것도 점유율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FPR 제품은 북미와 유럽을 비롯해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와 Gfk에 따르면 지난해 3월과 4월 각각 제품이 출시된 미국과 유럽에서 FPR 방식 3D TV 점유율은 올해 10월 말 기준 점유율 각각 54%와 35%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올뷰컨설팅(AVC)에 따르면 FPR 3D 신제품이 출시된 지난해 1월 4%에 불과했던 FPR 3D 점유율은 춘절 연휴 기간 동안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해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48%에 이르고 있다.

일본 3D TV 시장에서도 FPR 진영에 이미 합류한 도시바, 소니 외에도 주요 TV 업체들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폐쇄성이 강한 일본 TV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시장점유율 10위 안에 진입한 LG전자도 올해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반면 SG 방식은 세계 TV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를 등에 업고도 시장 우위를 내주게 됐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세계 시장 평판TV 시장 점유율은 25.2%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3D TV 시장에서도 29.4%의 점유율로 2위 업체와 두 배 가까운 격차를 벌리며 전 지역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라는 강력한 캡티브 마켓(계열사 간 내부시장)을 가지고 있음에도 3D 패널 분야에서 1위를 수성하지 못하는 것은 FPR 방식이 빠르게 세를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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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LG디스플레이 자체 집계에 따르면 2010년 12월 FPR 3D 패널을 첫 출시한 이후 지난 7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이 1천500만대를 돌파했으며 4분기 중 2천만대 돌파가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FPR 3D 열풍은 FPR 3D TV 제조업체 증가와 고객사들의 라인업 확대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최근 3D TV가 고가 대형 제품 위주의 하이엔드급에서 30인치~40인치 초반 대중형 제품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고급형에서 보급형에 이르는 다양한 라인업에 적용될 수 있는 FPR 3D의 강점도 빛을 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