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결산]모바일게임 태풍...카톡의 역습

일반입력 :2012/12/17 11:55    수정: 2012/12/17 15:10

2012년 국내 게임 업계는 단연 ‘모바일 게임의 약진’으로 요약된다. 올해 초 시장의 가능성 확인은 물론 하반기에 들어서는 온갖 게임 이슈를 선도하는 동시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경험했다.

지난달 게임전시회 지스타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한 해의 수작을 기리는 ‘대한민국 게임 대상’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졌다. 모바일 게임이 온라인 게임과 경쟁해 대거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후보 지명에선 수량으로 압도했다.

시상식 다음날부터 열린 지스타 전시관에서도 게임 시연을 위해 설치된 PC는 모바일 게임사들이 들고 나온 태블릿과 스마트폰에 밀리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온라인 게임사들의 모바일 시장 진출 러시도 이어졌다. 새로운 게임 시장이 어디서 열리는지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례다. 또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위력을 확인한 글로벌 게임사도 한국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단순히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나라를 넘어서 모바일 게임의 천국이 된 것이다.

■팜류 SNG의 전성시대

업계서는 국내서 스마트폰 게임의 가능성을 알린 첫 작품은 JCE의 ‘룰더스카이’였다고 입을 모은다. 막연히 이 시장이 언젠가는 열릴 것이라고 주목하던 가운데 온라인 게임에 육박하는 월 매출이 발생하자 단순 트렌드 수준을 지나쳤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룰더스카이의 성공 이후 다양한 소셜네트워크게임(SNG) 장르 신작 출시가 이어졌다. 게임 친구와 함께 하고 자신이 가꾼 농장이나 마을을 자랑할 수 있다는 재미 요소는 특히 여성 이용자를 끌어들였다.

이 부분에서 모바일 게임은 온라인 게임과 차별되는 지점을 찾았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 대수가 3천만대를 넘어선 가운데 잠재적인 게임 이용자층이 대폭 확대됐으며 모바일 게임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에 기존에 게임을 즐기지 않던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 요소는 물론 여성 이용자를 집중 겨냥한 신작도 속속 등장했다.

SNG는 게임성과 함께 플랫폼의 중요성도 부각시켰다. 세계적인 소셜 게임사 징가와 페이스북의 관계를 학습한 국내 게임사들의 자체 플랫폼 경쟁 분위기도 치열해졌다.

대표적으로 컴투스는 지난 7월 ‘컴투스허브’ 3천만 이용자를 달성했다며 SNG ‘타이니팜’의 성공을 자축했다. 국내 업체뿐만이 아니었다. 다음과 DeNA의 협력 모델 ‘다음-모바게’도 강력한 경쟁을 예고했고, 그리(Gree) 역시 ‘그리플랫폼’에 한국어 지원을 시작하며 더욱 치열해질 플랫폼 전쟁을 시사했다.

■‘카카오톡 게임하기’ 등장…잇따른 국민게임 열풍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스마트폰 환경에 누가 먼저 안착하느냐의 수준이었다. 기존 이통사와 협력 모델을 통해 피처폰 게임 시대부터 모바일 게임을 선보였던 게임사들과 새롭게 뛰어든 게임사가 시장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였다. 국내 모바일 오픈마켓 게임 카테고리가 열린지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을 즈음이다.

이러한 가운데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자체 게임센터 ‘게임하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7월말 10종의 게임으로 시작했던 이 서비스는 시장 판도를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국민게임으로 떠오른 ‘애니팡’ 신화를 시작으로 국민게임이라는 칭호가 따라다녔다.

애니팡은 그간 국내 게임산업이 지닌 동시접속자 기록, 다운로드 설치 수, 일일 유효사용자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화제가 됐다. 2천만 다운로드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것처럼 실제로도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대부분 애니팡이란 게임을 한번은 즐기게 됐다.

애니팡을 이어 국민게임 칭호를 부여받은 ‘드래곤플라이트’는 더욱 놀라운 성과를 가져왔다. 개발사 넥스트플로어의 김민규 대표는 카카오톡의 소셜 그래프와 애니팡이 일군 카카오 게임 이용자 덕분이라고 설명했지만, 매출 성과는 누구도 예상하제 못한 결과를 낳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드래곤플라이트 한 게임이 국내 모바일 게임 연매출 총합의 5%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카카오의 게임 사업 이후로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시장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국내 모바일 게임은 새로운 기로를 걷게 됐다. 게임을 내려받을 수 있는 오픈마켓과 개발사, 퍼블리싱 업체와 함께 새로운 산업 주체가 탄생한 것이다.

■이통사 포털의 반격…스토어 경쟁도 치열

모바일 게임이 유통되는 오픈마켓도 모바일 게임 시장 불을 지폈다. 구글과 애플 등 모바일 운영체제(OS) 업체가 선보인 자체 마켓에 이어 한 카테고리나 지역에 특화된 마켓 서비스도 모바일 게임 시장에 한 축으로 등장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SK플래닛의 T스토어. 이동통신사가 주관하던 피처폰 게임 때부터 게임 유통을 경험한 이 회사는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보여줬다. 카카오 게임이 성행할 당시에도 오히려 내부 게임 매출은 성장세에 있었다고 내부 고위 관계자는 귀띔했다.

특히 T스토어가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지스타였다.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싱 업체들의 축제였던 이 전시회에 이동통신사가 직접 대규모 부스를 차렸다는 점만으로 화제가 됐다.

단순히 마켓이 지닌 장점만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메이플스토리빌리지’, ‘앵그리버드스타워즈’ 등 화제작을 가장 먼저 선보이며 게임 시장 영향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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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업자 NHN도 마켓 서비스를 통해 게임 시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네이버 앱스토어 ‘N스토어’는 점유율이 70%에 이르는 네이버 검색 서비스를 기반한 점이 강점으로 최근 사업 강화 움직임을 보인 후 빠른 성장세로 주목된다.

일각에선 카카오 게임의 쏠림 현상에 새로운 마켓 사업자의 분전을 기대하기도 한다. 또 게임사 입장에선 자사 상품을 유통시킬 새로운 창구가 늘어나는 일은 무조건 환영한다는 뜻을 비추기도 했다. 때문에 올해뿐만이 아니라 새해 모바일 게임 시장이 더욱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