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IT공약에 '액티브X 대체' 들어갈까

일반입력 :2012/11/30 02:09    수정: 2012/11/30 09:00

사퇴한 안철수 전 무소속 예비후보 IT관련 공약 가운데 "액티브X 등 비표준 기술 대체개발 지원과 정부주도 공인인증제 폐지"에 누리꾼들이 보인 반응은 뜨거웠다. 그와 후보단일화를 논의해온 문재인 통합민주당 후보가 해당 정책공약을 이어받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오픈웹'을 이끄는 김기창 대표가 특히 문 후보측의 안 전 예비후보 IT공약 수용여부를 주목할 듯하다.

국내 공인인증서 처리방식인 액티브X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만든 웹브라우저 인터넷익스플로러(IE) 전용 부가프로그램 구현기술이다. 크롬이나 파이어폭스같은 다른 브라우저에서 돌아가지 않아 최근 사용자의 브라우저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윈도PC 악성코드 유포경로로 악용돼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용을 지양하라고 권고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안 후보의 액티브X와 공인인증제도 관련 IT공약은 오픈웹의 김 대표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오픈웹 측은 제안을 받은 18대 대선 후보들 가운데 이를 수용한 안 후보가 단일화 과정에서 사퇴를 했기 때문에, 문 후보가 이 공약을 이어받을 것을 바라고 있다.

오픈웹은 최근 '올브라우저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웹브라우저 다양성을 지원하는 캠페인을 시작한 민간커뮤니티다. 지난 2006년 설립돼 최근 7년간 액티브X와 각종 보안 프로그램때문에 야기된 국내 웹사이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해온 곳으로 알려졌다.

오픈웹은 지난 22일에는 국내 '인터넷 브라우저 사용행태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서비스업체들에게 브라우저 다양성 제고를 촉구, 이어 27일에는 국내 62개 주요사이트의 브라우저 다양성 지원현황 조사 결과를 1차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조사를 직접 지휘한 김 대표는 "여전히 (액티브X 위주인) 결제와 보안시스템이 우리나라 웹사이트의 고질적 문제"라며 "외국은 이미 오래전 졸업한 시대착오적 상황에서 우리도 조속히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액티브X를 포함한 "브라우저 보안프로그램을 사용자에게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서비스 방식은 오히려 보안위협을 야기하고, 열린 웹의 정신에 반대되며, 특정 업체의 이익만을 키워주고, 국내 인터넷서비스 산업 전반의 침체와 고립을 유도한다"고 덧붙였다.

■올브라우저 프로젝트?

최근 알려진 조사와 결과분석은 오픈웹 프로젝트팀 '올브라우저'가 맡았다. 조사는 윈도, 맥, 리눅스 운영체제(OS)와 IE, 크롬, 파이어폭스 브라우저 환경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재정적으로 구글코리아 지원을 받지만 이 내용은 올브라우저 팀의 독립된 견해란 설명이다. 이들은 앞서 발표한 62개 사이트의 웹브라우저 지원현황을 6개월 후 재조사할 계획이다.

이들은 또 "웹브라우저 다양성지원 캠페인을 넘어 사이트 운영자와 방문자를 잇고 더 나은 웹 이용경험을 위한 환경을 가꾸는 열린 대화 공간"으로 공식사이트(allbrowser.org)를 다음달 연다. 국내 웹사이트 방문자 만족도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올브라우저 팀을 포함한 오픈웹은 설립된 이래로 전자정부와 온라인뱅킹 등에 오페라, 크롬, 파이어폭스, 사파리 등 IE를 쓰지 않는 사용자를 위한 웹표준기반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는 모임이다. 구성원은 블로거 민노씨와 써머즈, 한국모질라커뮤니티 신현석 씨 등이다.

오픈웹 김 대표는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이기도 하다. 그의 주도로 2007년초부터 2009년말까지 IE와 윈도환경에서만 공인인증서를 발급하던 금융결제원을 상대로한 손해배상 민사소송이 진행되기도 했다.

그는 "웹표준을 준수해 다양한 브라우저를 지원하면 사업자가 더 많은 방문객을 유인할 수 있고, 사용자는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웹표준을 지키고 사용자가 브라우저 선택권을 제대로 누리게끔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2~3년전 비해 다양성 높아졌는데…액티브X 결제 걸림돌 

오픈웹은 지난 27일 포털, 공공기관, 금융사와 쇼핑몰, 이러닝, 언론사 등 62개사이트를 조사한 결과를 공개하며, 큰 흐름에서 다양성 지원수준이 2~3년전 대비 개선됐다고 평했다. 서비스와 콘텐츠 디자인이 발전했고 모바일 환경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며 HTML 마크업과 자바스크립트와 CSS 오류에 따른 오작동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조사대상을 영역별 대표성이 있는 곳으로 걸러낸 만큼 상대적으로 개선이 가능한 기술과 자본을 갖췄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묻지마'식 플러그인 설치 강요는 이용자 정보결정권을 빼앗고 잘못된 습관을 학습시켜 그를 해킹, 피싱 등 위험에 노출시키는 원인을 제공한다는 게 오픈웹의 주장이다.

여전히 문제로 꼽힌 사항은 결제프로그램에 액티브X를 다수 사용중이었다는 것, 정부와 일부 언론사이트가 브라우저 다양성을 지원하지 못했다는 것, 금융거래 관련 기능에 필요한 부가프로그램 설치가 강요되는데 사용자에게 그 필요성과 관리요령에 대한 안내가 부실했다는 것 등이다.

부문별로 포털사이트가 전반적으로 브라우저 다양성을 지원하는 편이었다. 언론사도 비슷한 평가를 받은 가운데 온라인사이트에 과도한 광고 노출로 방문자 피로도와 가독성 저해 문제가 지적됐다. 또 사이트내 검색기능 편차가 컸고 소셜댓글을 지원하되 독자투고나 제보 등 소통기능에 개선여지가 큰 것으로 평가됐다.

영상과 음악 등 멀티미디어서비스도 여러 OS와 브라우저를 지원중이지만 이러닝 업체들은 다른 조사대상 사이트에 비해 특정 환경에 종속적이었다. 정부사이트는 회원가입정보를 받는 경우 의무화된 보안서버 구축이 미흡했고 HWP문서 포맷을 활용해 국민들의 공문서 접근성을 낮추는 원인을 조장하는 것으로 비판받았다.

■10명에 6명 "액티브X가 'IE 탈출' 걸림돌"

다양성 조사에 앞서 공개된 브라우저 사용행태 조사 결과는 시장조사업체 TNS가 지난달 15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만19~49세 남녀응답자 4천400여명가운데 선별한 900명에게 최근 6개월간 브라우저를 사용한 경험을 묻고 답한 내용을 분석한 것이다.

선별된 900명가운데 150명은 최근 6개월간 IE만 사용한 집단(A그룹), 350명은 IE를 주로 쓰며 최근 6개월간 다른 브라우저를 써본 집단(B그룹), 나머지 400명은 IE외 다른브라우저를 주로 쓰는 집단(C그룹)이었다. IE외 다른브라우저는 크롬, 사파리, 파이어폭스, 오페라를 포함했다. 다른브라우저 사용자가 소수인 상황에 유의미한 결과 도출을 위해 응답자군을 이렇게 나눴다는 게 TNS측 설명이다.

전체 응답자가운데 61%가 다른브라우저를 쓰려할 때 최대 걸림돌로 IE에서만 실행되는 액티브X를 지목했다. 액티브X는 다른 PC브라우저뿐 아니라 윈도RT를 포함한 모바일 환경에서 구동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국내 온라인결제나 금융거래가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브라우저로 결제를 시도해 불편을 느낀 사용자가운데 자신의 브라우저를 지원하지 않는 사이트 이용을 중단했다는 답이 46%로 나타났다. 오픈웹은 이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자사 홈페이지, 쇼핑몰을 찾아온 소비자를 쫓아내고 있는 셈"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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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그룹을 아울러 응답자 40%가 모바일 기기로 쇼핑을 시도했지만 실제 구매까지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C그룹을 대상으로 개선이 시급한 사이트를 3가지 중복 선택케한 결과 95%가 은행과 증권사이트 등 금융기관, 88%가 쇼핑몰, 66%가 국세청과 통계청 등 정부, 33%가 대학과 이러닝 등 교육, 18%가 신문과 방송 등 언론을 꼽았다.

특히 C그룹은 속도와 다양한 기능 때문에 크롬이나 사파리를 쓰는데 IE 외 다른 브라우저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웹사이트 때문에 IE를 병행해 쓴다는 응답이 65%였다. B그룹 57%와 A그룹 35%도 다른 브라우저 사용시 호환성이나 결제 문제가 없으면 다른 브라우저를 쓸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