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확 달라진 아이팟 "아이폰보다 낫네"

일반입력 :2012/11/01 13:39    수정: 2012/11/02 09:19

남혜현 기자

아이폰5에서 통화 기능을 뺐다. 대신 얇아도 너~무 얇아졌다. 이어폰을 꽂을 수 있는 최소한의 두께, 총 천연색 디자인. 달라진 아이팟 터치의 첫 인상이다.

애플이 지난 9월 공개한 신형 아이팟을 국내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애플은 자체 온라인스토어와 프리스비, 컨시어지, 에이샵 같은 애플프리미엄리셀러(APR)들의 아이팟 판매에 맞춰, TV 광고를 내보내며 제품 홍보에 나섰다. 막 발매된 아이팟 터치와 나노를 직접 써봤다.

스마트폰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 애플이 내놓은 MP3플레이어 생존방법은 스마트폰과 같이, 또 달리다. 새 아이팟터치는 통화 기능을 제외한 모든 아이폰 기능을 흡수했다. 뒤집어 말하면 아이폰과 터치의 차별점을 찾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이팟 터치를 직접 손에 쥐면 얘기가 달라진다.

애플에게 아이팟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아이폰으로 왕좌에 오른 애플이지만, 그 성장 동력은 아이팟에서 나왔다. 최근 애플이 선보인 TV 광고는 아이팟 용도를 보여준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통통 튀는 아이팟들, 그 음악과 컬러의 향연에서 애플은 이 제품군을 '엔터테인먼트 기기'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아이팟 터치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와이파이'가 있어야 한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아이팟 터치는 단순한 MP3플레이어일 뿐이다. 그러나 와이파이가 연결된 순간 터치는 달라진다. 게임, 영화, 인터넷 등 콘텐츠 소비자들이 생각할 수 있는 대다수 즐길 거리가 아이팟 터치를 통해 가능하다.

가장 큰 특징은 게임이다. 아이팟 터치는 웬만한 콘솔 게임기보다 더 많은 타이틀을 보유했다.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게임 가짓수만 17만이다. 게임센터에 등록된 친구들과 게임 기록을 공유하거나 대전할 수 있다는 점도 재미 요소다. 무선 인터넷을 연결하면 카카오톡 같은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다. 애니팡, 캔디팡 같은 카톡 게임들을 할 수 있는 것, 그게 아이팟 터치가 가진 장점이다.

애플이 신형 아이팟 터치 화면을 4인치로 확대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단순히 아이폰5를 따라간 것은 아니다. 앱이 한 줄 더 나열될 수 있을만큼 길어진 화면은 옆으로 누이면 정확히 16 대 9 비율을 가진다. 영화를 잘리지 않은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고, 화면 가득 웹 화면을 볼 수 있게 했다.

이를 위해선 애플은 아이팟을 더 고사양으로 만들어야 했다. 우선 레티나 디스플레이. 애플은 그간 아이팟에 아이폰에 사용된 것보단 저렴한 디스플레이를 탑재해왔다. 이번엔 다르다. 아이폰5와 동일한 레티나를 가져왔다. 전 세대 대비 디스플레이가 30% 얇아졌고, 화면 가장자리 까만 테두리 두께도 줄였다. 화면 속 아이콘이 손 끝에 더 밀착되는 느낌이 강조됐다.

아이폰에 들어간 '아이사이트 카메라'가 아이팟 터치에 처음 들어갔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화소수는 아이폰보다 적은 500만이지만, 카메라 안 렌즈를 다섯장 겹쳐 빛을 잘 받아들여 자연 색상에 가까운 화면 품질을 가져오도록 했다. 아이폰4S에 사용된 A5 칩을 이용, 이미지를 처리하는 속도도 개선했다. 렌즈 보호용 강화 유리를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변경, 긁힘이나 파손 등을 방지했다.

아이팟 나노도 눈여겨 볼 제품이다. 올해 소개된 아이팟 제품군 중 가장 큰 변화는 나노에서 있었다. 애플은 사람들이 MP3플레이어에 원하는 기능, 즉 나노를 최대한의 휴대성을 담았다. 주머니나 가방 속 어디든 넣고 다니며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블루투스 기능을 처음 지원한다. 곡 재생, 건너 뛰기, 볼륨 조정을 쉽게 하도록 물리적 버튼이 생겼으며, 기존 휠 대신 홈버튼을 설치했다.

보이스 오버 기능도 지원한다. 주머니 속에서 버튼을 누르면 실행되는 곡 이름과 가수 이름을 말해준다. 물론 한국어도 지원된다. 음악 재생시 가로 모드가 실행되지 않는 대신, 손가락으로 쓸어넘기면 곡의 긴 제목이 나타난다. 화면이 2.5인치로 커졌고, 동영상 재생시에는 가로 모드로 16 대 9 화면 비율을 제공한다.

재미있는 기능은 피트니스랑 라디오다. 엄지손가락 크기,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벼워 매일 가지고 다니며 자신의 이동 기록을 피트니스에 담도록 했다. 내 몸무게와 키를 저장해 놓으면 걸음수를 기록, 얼마만큼의 열량을 태웠는지 보여준다.

라디오는 번들 이어폰이 안테나 역할을 한다. 주파수를 잘 잡을 수 있어 깨끗한 음질로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일시정지 기능이 들어갔는데, 멈춰 놓은 부분에서 최대 15분까지 30초 단위로 앞으로 감아 다시 듣기가 가능하다. 마치 동영상 강의를 듣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중요한 부분을 다시 들을 수 있게 한 것과 같은 원리다.

숨어 있는 기능 중 하나는 녹음이다. 번들로 들어있는 이어폰 대신, 마이크가 달린 이어팟을 사용하면 자동으로 녹음 아이콘이 생긴다. 녹음 품질은 아이폰4S와 같은 수준이다.

애플은 아이팟 터치와 나노가 주로 외부서 사용된다는 점과 늘 손에 쥐고 있는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 제품을 산화피막알루미늄을 통째로 깎아 만든 유니바디 디자인을 채택했다.

금속은 산소와 만나면 녹슬게 되는데, 이 산화에 대한 내성을 높이고 강도를 강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여기에 산화피막알루미늄이 색감을 잘 표현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아이팟은, 도색이 아닌 염색으로 총천연색 옷을 입었다. 재질 속으로 색이 스며들었기 때문에, 제품에 상처가 날 경우 금속 색이 드러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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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아이팟나노를 16기가바이트(GB) 버전으로만 출시했다. 가격은 19만9천원이다. 와이파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아이튠즈와 동기화를 통해서만 곡을 추가할 수 있다.

아이팟터치의 경우 32GB와 64GB 제품이 각각 39만9천원, 54만9천원으로 책정됐다. 애플 제품군 중 처음으로 손목끈을 달 수 있도록 외관에 동그란 버튼을 만든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손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매력적인데, MP3플레이어 용도로만 보면 비싸다. 대신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이팟 터치를 특이한 놀이기기로 생각한다면 구매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