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8, 이래서 불안하다

일반입력 :2012/10/30 08:32

일부 개인 사용자들이 온라인 판매중인 윈도8 다운로드 버전을 사서 주말새 기존 개인용 PC에 설치해본 소감을 내놓기 시작했다. 앞서 국내외 개발자들과 초기 리뷰어들이 지적한 새 사용자인터페이스(UI) 관련 반응은 대동소이하다.

이가운데 당장 쓸만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과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과 일부 호환성 문제는 '당초 우려한 대로'라는 평가다. 각 요소가 실제 문제인지에 대한 관점이나, 이를 받아들일 경우 해법은 제각각일 수 있다. 유형별 사례를 정리했다.

■윈도8 스타일UI, 불편함-어색함?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8에 '스타일UI'라는 새 바탕화면을 집어넣었다. 구성과 작동방식이 기존 데스크톱 바탕화면과 전혀 달라 어색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가장 다른 점은 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사이트를 열 때 둥근 '아이콘' 대신 격자형태로 큼직하게 늘어선 사각의 '타일'을 누르는 것이다.

사실 바탕화면과 아이콘, 작업표시줄과 탐색기 등으로 이뤄진 기존 환경도 살아 있다. 스타일UI에서 '데스크톱'을 열면 나온다. 여기서 스타일UI 전용 앱이 아니라 윈도7 등에서 쓰던 프로그램도 돌릴 수 있다. MS도 윈도8을 소개하면서 기존 윈도용 프로그램을 모두 지원한다고 설명하지만, 데스크톱 환경으로 들어가기 위해 이질적인 스타일UI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마우스와 키보드 입력이 그 본래 목적으로 추정되는 '터치스크린 입력'처럼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스타일UI의 작동원리는 마우스 커서로 뭔가를 '실행'하는 단추를 찾아 누른다는 점에서 기존 바탕화면과 동일하다. 다만 2개 환경간 괴리가 큰데, 바탕화면에서 파일을 열었더니 느닷없이 스타일UI 앱 뷰어로 연결되는 식이라 어색하다. 사용자의 맥락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불편하다는 주관적 인식을 강화할 요인은 충분하다.

■국내용 앱과 콘텐츠, 부족하지 않나

윈도8 스타일UI 기본 앱으로 연락처와 MS클라우드 '스카이드라이브'에 기반한 일정관리, 메일관리, 메신저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업무와 일상 용도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한다. 하지만 콘텐츠 관리나 멀티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부분의 지원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MS는 '비디오'와 '음악'이라는 앱이 사용자의 콘텐츠 소비생활을 지원하는 앱으로 투입했다. 비디오는 동영상과 TV프로그램을 찾아 PC나 TV로 시청하게 해준다. 음악은 최신 곡을 탐색하고 내려받거나 들어보고 재생목록을 공유해 준다. MS는 둘다 멀티미디어 재생 기능에 더해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앱으로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공식사이트 소개문구에는 일부 국가나 지역에서는 특정 기능이 제공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씌었다.

사실 이는 콘텐츠서비스 전반의 문제다. MS가 현지 시장 사업자들과 계약을 맺어야 유효한 서비스가 윈도8 스타일UI에 적잖다. MS 본사는 영미권에서 충분히 준비된 결과물을 보여줬지만 한국MS같은 지사는 정식 출시 시점까지 완전한 서비스를 마련하지 못했다. '빙맵'같은 지도 서비스도 국내서는 먹통이다.

통신사, 포털업체 등 자체적으로 국내 콘텐츠서비스를 꾸려온 사업자들이 윈도8용 앱을 준비했다면 대비가 됐겠지만, 벅스뮤직 외에 콘텐츠서비스라 할만한 앱을 내놓은 곳은 전무해 보인다. 국내 사업자들은 스타일UI에 특화된 네이티브 앱보다는 기존 웹콘텐츠를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호환성 준비, 충실했지만 아쉬움도

MS 입장에서 윈도용 지역별 콘텐츠 서비스 문제는 새로운 과제다. 수많은 국내 사업자, 기존 서비스 공급사와의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른 시점에 준비되긴 어려울 수 있다. 다만 국내서 새 윈도 출시때마다 불거지는 호환성 문제가 반복 제기돼 아쉽다는 평가다.

윈도 호환성 문제로 가장 크게 불거지는 것은 액티브X같은 플러그인을 요구하는 범용 웹서비스다. 포털이나 주요 서비스들은 웹표준 대응 이슈로 플러그인을 걷어내자는 움직임이 결실을 보이는 추세다. 다만 웹기반 런처를 쓰는 온라인 게임이나 공인인증서 모듈과 보안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하는 공공기관 사이트는 윈도8 초기 확산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MS도 윈도XP, 비스타, 7 출시 때마다 불거지는 이슈에 어느정도 대응체계는 정돈된 모습을 비쳤다. 출시를 앞두고 각사 개발자를 위한 인터넷익스플로러(IE)10버전 관련 호환성 매뉴얼을 배포하고, 주요 은행 담당자들과 만나 이슈 대응에 주의를 쏟았다.

아쉬운 점은 애초에 모든 플러그인 기술이 데스크톱모드 전용이라, 스타일UI 기반 브라우저에선 무용지물이란 사실이다. 또 메이저 은행이 아닌 일부 금융기관 뱅킹시스템과 증권사 등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대응이 느리다는 것, 웹에 의존하는 온라인게임 실행 프로그램이 IE9 이전 버전에 최적화돼 있다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더불어 기존 하드웨어용 장치드라이버를 다수 포함했으나 지원되지 않는 예외 사례도 있어, 제조사들의 후속 지원을 기다려야 하는 모양새다.

■미신과 불안

한편 일반 사용자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떠도는 얘기로, 개인용 MS 윈도 시리즈는 징검다리주기로 성패를 반복한다는 예언(?)이 있다. 최대 성공사례로 알려진 '윈도XP'에 이어 '윈도비스타'가 처참한 실패를 맛본 것으로 평가되고, 그 뒤에 등장한 '윈도7'은 안정적인 확산추세기 때문이다. 윈도XP 직전에 나온 '윈도 밀레니엄에디션(ME)' 역시 형편없는 운영체제(OS)로 기록된 반면, 그보다 먼저 나온 윈도98은 잘 팔렸다는 얘기도 근거로 삼는다.

여기서 윈도XP 이후 시리즈에 대한 평가는 설득력을 갖더라도, 그 이전 시리즈는 반박될 여지가 많다. 윈도98 이전 나온 윈도95도 그 기술적 완성도에 비해 PC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또 윈도98과 윈도ME 시리즈 사이에는 기업용 데스크톱(워크스테이션) 사용자와 개발자를 겨냥한 윈도2000이 같은 계열 서버OS와 함께 나왔다. 나온 순서대로 성공과 실패를 번갈아 한다는 주장은 언제나 일치하진 않았단 얘기다.

관련기사

더불어 윈도비스타가 점유율 측면에서는 분명한 실패를 겪었지만, 하드웨어 또는 보안기술 호환성 등 기술 생태계 측면에서 윈도7에 요구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은 업계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물론 시장이 윈도비스타를 건너뛰고 XP에서 7로 옮아온 것처럼, 8을 건너뛰고 윈도9(?)로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IT산업 미디어들의 분석대로, 기존 업무용 소프트웨어(SW)를 버리기 힘든 기업시장이 윈도8 수요를 이끌어줄 전망이다. 하지만 소위 '얼리어답터'들이 지적하는 아쉬움은 MS가 비중을 높여갈 '일반 사용자'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일반 사용자들은 이미 모바일 OS로 안드로이드와 iOS 기기에 익숙해 있다. MS 윈도와 시너지를 낼 윈도폰8은 단말기 출시 날짜도 잡지 못했다. 감소 추세인 PC시장서 모바일 공략에 나선 MS에게 시간이 촉박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