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포털은 공공재” 공공정보 활용 눈길

일반입력 :2012/09/22 14:45    수정: 2012/09/22 14:46

전하나 기자

지난 2009년 아이폰 도입과 함께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였던 앱이 있었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만들었다고 알려져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바로 서울 시내버스의 실시간 운행 정보를 제공하는 ‘서울버스’ 앱이다.

이 앱은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집 앞 정류장에 몇 분 후 도착하는지 혹은 도착지로 가기 위해 타야할 버스 정류장이 주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혁신을 가져다 줬다.

서울시 공공 DB의 API를 활용해 탄생한 이 앱이 순식간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공공데이터가 상용화돼 상품으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조명됐다. 이후 유사한 앱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서울버스 앱은 성공한 공공정보 활용 사례다. 최근 정부는 제2, 제3의 서울버스 앱을 만들기 위해 공공 영역에 쌓여 있는 정보들을 민간에 내놓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공공정보 개방의 필요성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EU집행위원회는 공공정보의 경제효과를 약210조원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연구에서도 공공정보 제공의 경제적 가치는 약 3조4천86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미 미국, 영국, EU 등 해외 선진국에선 수년 전부터 공공 정보를 적극 개방하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에 들어서 ‘오픈 거버먼트 이니셔티브’를 발표, 공공정보 전면 개방을 추진했다. 뉴욕시에선 매년 공공정보 활용 경진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반면 국내에선 여전히 사회 전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가치 있는 정보들이 시스템 구축과 방대한 자료 관리 등의 어려움을 이유로 활용도가 다소 낮은 편이다.

이 가운데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활발하게 공공정보 활용에 나서고 있다. NHN 관계자는 “최근 몇년 사이에 IT기술의 발달로 인해 공공정보를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포털 플랫폼을 잘 쓰면 공공기관이 수집하고 생산하는 공공정보가 더욱 풍성해진다”고 설명했다.

우선 NHN은 공공정보 활성화를 위한 민-관 상생협력 모델 구축에 힘쓰고 있다. 서울시가 주요 행사나 복지·문화·도시계획·관광명소·교통 정보 등을, 인천시가 항공사진과 부동산·섬지역 관광 정보를 네이버 검색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것이 이러한 일환이다.

API 공개로 서울시는 도시계획 정보를, 인천시는 2014년 아시안게임 경기장 세부계획서를 네이버 지도에 반영하기도 한다. 경기도 버스 정보를 실시간으로 포털, 스마트폰에 전달하는 네이버-경기도 버스 정보는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뒤 현재 사용량이 3배나 증가했다.

네이버 대표 서비스 지식iN도 공공정보 시스템 구축에 쓰인다. 서울시 종합민원전화인 다산콜센터는 네이버의 지식iN 서비스와 연계해 서울 시민들의 민원을 듣고,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4월부터 ‘학교생활컨설턴트’라는 이름으로 전국 각 지역의 학교 상담사 500여명이 직접 학교폭력, 진로진학 등을 상담 중이다.

특히 학습상담, 진로진학, 가정 친구상담, 학교폭력상담 등 4개 카테고리로 구성된 학교생활컨설턴트 서비스는 서비스를 개시한지 반년이 안된 지금까지 5천220건의 답변이 달릴 정도로 활용도가 높다.

이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박현정 교육과학기술부 학교폭력근절과 행정사무관은 “다른 네이버 지식iN 서비스는 보통 답변채택율이 50% 언저리에 머무는 데 이들 카테고리의 답변채택율은 모두 80%가 넘는다”며 “이는 효용성이 검증 받은 것과 동시에 전문적인 정보가 쌓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박 사무관은 이어 “이전에도 위센터 등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지만 학생들의 접근성이 떨어졌는데, 네이버 지식인서비스라는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상담이 활성화돼 크게 만족하고 있다”며 “이후 대학 입시 정보 공유 등의 창구로 확대하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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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공공정보 활용은 결국 기업의 수익성 향상에도 보탬이 된다. 옥상훈 NHN 제휴협력실 부장은 “지금 IT시장은 제품, 서비스 모두 플랫폼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추세”라며 “트위터의 경우 API를 공개해 플랫폼 전략을 취한 결과 1.5초당 1개의 써드파티앱이 등록되고, 트윗글의 42%가 이를 통해 유통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성공한 플랫폼일수록 외부서비스로부터 꾸준히 트래픽이 유입되는데, 결국 플랫폼 이용자를 모으기 위해선 양질의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업이 API를 개방하고 질높은 공공정보를 수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