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절치부심…A6 탄생비화

일반입력 :2012/09/20 12:09    수정: 2012/09/20 15:01

송주영 기자

아이폰5에서는 확달라진 핵심 반도체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6가 연일 화제다. ARM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하는 애플의 독자 신기술이 A6에 처음으로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연일 지속되는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에서는 기존 A시리즈 반도체, 인텔 메드필드의 성능을 뛰어넘는 속도를 자랑했다.

최근 반도체 컨설팅 업체 린리그룹이 애플 A6 개발에 숨은 노력을 이야기로 풀었다. 애플의 설계 기술이 적용된 A6칩이 탄생하기까지 5억달러 이상의 개발비용이 투자됐다는 추정과 함께 인수, 개발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다.

■2008년 PA세미 인수, 반도체 개발의 시작

지난 2008년 애플은 반도체 설계 기술을 걸고 승부수를 던진다. 부품과는 인연이 멀었던 애플이 PA세미라는 반도체 개발회사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2억7천800만달러였다. 6년차 벤처기업, 150명밖에 되지 않는 직원수. 작은 회사의 인수금 치고는 큰 금액이었다.

그로부터 4년 뒤 애플의 독자 기술이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A6칩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다. 반도체 기술은 모바일 시대에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제품이나 마찬가지지만 반도체 개발은 잘되면 대박, 못되면 쪽박이다. 비용이 만만치 않고 개발 기간은 길다.

B2B라는 특성상 자칫 트렌드를 놓치면 어마어마한 개발비를 날리고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그렇게 시류에 편승하지 못한채 사라져간 반도체 업체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애플은 도전을 통해 A6칩을 개발했다. 핵심 기반기술에 대해 꼭꼭 숨겨뒀지만 시장조사업체, 반도체 리뷰 사이트는 “최고 성능”, “독자기술을 이용한 ARM 코어의 개선” 가능성을 추정하고 있다. 기존 아이폰, 아이패드에 탑재됐던 A시리즈와는 차원이 다른 제품이라는 분석이다.

애플 AP는 역시 2008년 품에 안았던 작은 기업 PA세미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작은 회사였지만 인력은 탄탄했다.

댄 도버풀 PA세미 CEO는 1990년대 저전력 프로세서를 개발하던 디지털이큅먼트(DEC) 출신이었다. CPU 설계팀은 고성능 파워PC를 개발하던 짐 켈러, 피트 배논 등 최고의 전문인력으로 평가받는 기술진이 이끌었다.

■ARM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사들인 애플

PA세미 인수 직후 애플은 또 다시 승부를 걸었다. ARM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비밀리에 사들였다.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사들였다는 의미는 ARM칩과 호환되는 CPU를 독자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는 것과 상통한다. 가격이 비싸 ARM과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맺고 있는 회사는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등 소수업체다. 대부분의 반도체 회사는 ARM과 코어 기술 전반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다.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아키텍처 라이선스 구매는 모험”이라고 말한다.

반도체 설계 기술이 워낙 빠르게 변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수년에 걸치는 투자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미다. 애플은 자신 있었다. 모바일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다는 스티브 잡스의 자신감이 있었다.

PA세미 직원은 곧 애플로 이직해 ARM CPU 코어를 이용해 A4칩 설계에 참여했다. 그중 일부 직원은 스티브 잡스와 함께 A4가 아닌 미래 아이폰에 들어갈 새 CPU 마이크로아키텍처 초기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성능 개선에 힘쓰던 잡스는 곧 한계에 부딪힌다. 린리그룹은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잡스는 새 CPU의 성능을 강조했지만 ‘물리의 법칙’의 한계를 깨달았다”고 적었다.

■떠난 그들 이후의 새로운 만남

한참 AP 개발이 이뤄지고 있던 2010년 3월 도버풀 전 PA세미 CEO가 결국 애플을 떠났다. 앞서 COO였던 레노 조세프, 시스템 아키텍처 담당 부사장 마크 헤이터가 애플을 나돈 뒤였다. 결국 CPU개발팀은 흩어졌다.

이들의 퇴사는 큰 의미는 없었다고 린리그룹은 해석했다. 기술 분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버풀 CEO는 업무 총괄로 사업을 담당했고 헤이터 부사장은 CPU가 아닌 통합칩 개발 업무를 수행했다.

반도체 개발팀에는 짐 켈러, 피트 배논 등이 남았다. 애플의 반도체 개발은 계속됐다. 곧 새로운 인물도 합류한다. 2010년 2월에는 제라드 윌리엄스가 애플에 입사했다. 윌리엄스는 ARM 기술 전문가로 코어텍스 A8, 코어텍스 A15 기술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윌리엄스는 애플 CPU 총괄 책임자로 영입됐다. 만남 후에는 헤어짐도 따랐다. 결국 켈러는 애플을 떠났고 AMD로 자리를 옮겼다.

우여곡절 끝에 2010년 초에는 A6 마이크로아키텍처 논리 설계가 완료됐다. 이제 물리 설계 과정이 남았다. 이 시기 애플은 곧 또 다른 반도체 업체 인수에 착수한다. 반도체 디자인하우스인 인트린시티였다. 2010년 4월 1억2천만달러 규모의 애플, 인트린시티 인수건이 발표됐다.

애플의 인트린시티 인수는 물리적인 설계 단계에서 꼭 필요했다. 반도체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인수…A6 양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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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있는 반도체 설계팀, 물리적인 성능 개선에 전문화된 인력이 애플에 합류했다. 이 팀은 삼성전자와도 협력했다. 삼성전자의 허밍버드 CPU(애플은 이 기술을 A4에 적용했다)의 속도 개선을 맡았던 바로 그 팀이었다.

또 다시 1년이 지났다. A6의 개발이 끝났다. 애플은 지난해 여름 처음으로 A6 시제품을 받아들었다. 아이폰5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양산이 시작됐다. 그렇게 애플의 첫 AP인 A6의 개발이 모두 완료됐다. 삼성전자의 공정기술과 맞물린 애플 A6는 이제 아이폰5의 두뇌 역할을 하며 전 세계 소비자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일단 공전의 사전예약 판매기록으로 시장에서 히트행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