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 얘기?…‘○○옆 대나무숲’ 화제

일반입력 :2012/09/18 09:14    수정: 2012/09/18 15:05

전하나 기자

트위터에 우후죽순 개설되고 있는 ‘○○옆 대나무숲’ 계정이 우리 사회를 달구고 있다. 익명의 힘을 빌어 개인의 사연을 토로하는 것은 물론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끼리 애환과 공감을 나누는 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일부 트위터리안들은 대나무숲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일반적인 사실로 확대 해석되는 것에 우려하는 상황이다.

○○옆 대나무숲은 출판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출판사 옆 대나무 숲(@bamboo97889)’을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이 계정의 명칭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우화에서 신하가 임금의 비밀을 외쳤던 곳이 바로 대나무숲이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속에 두고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신 옮기자는 취지다.

이 공동 계정에는 동종업계 종사자들이 같은 비밀번호로 접속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쏟아낼 수 있다. 익명으로도 계정 개설이 가능한 트위터 특성을 활용한 덕분이다. 제일 처음 생겨난 출판사 옆 대나무숲은 현재 트윗글 2천400개, 팔로워 3천600명을 넘어섰다.

해당 계정에는 “남편이 지금 들어왔다. 새벽 3시 넘었다. 망할 대학출판부. 직원들은 다 계약직이고, 무슨 예외조항인가 뭔가로 정직원도 못 되고. 매일 야근에, 교수 뒤치다꺼리만 하는 곳”, “사장이 잘 나가는 책 몇권을 던져주며 마케팅 기법을 알아오라고 한다. 나는 편집자란 말이다. 마케터를 한명이라도 채용해라 제발”, “친구가 다니는 출판사는 근무기간에 따라 15일에서 20일의 연차에 수십일의 근속휴가도 있다는데, 울 회사는 달랑 5일 연차. 같은 나라 출판사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층위가 다양한 세계” 등 다양한 속내들이 드러나 있다.

이후 생겨난 ‘IT회사 옆 대나무 숲(@bamboo65535)’에도 야근에 지친 개발자들의 탄성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스펙이 나오고 분석, 설계를 해야 일정이 ‘예측’ 되는 법. 무리하게 일정 줄여 밤샘 월화수목금금금 하면 사람이 견뎌나? 힘들어서 관두면 플젝(프로젝트) 망하는 거지. 사장들이 ‘연구개발’을 ‘건설제작’으로 착각한다니까?”, “자기가 스티브 잡스라고 착각하는 사장이 왜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넌 그냥 니가 만들고 싶은거 만들고 싶은거 뿐이잖아. 개인회사랑 법인회사도 구분 못하는 멍청아” 등 이들의 아우성은 대부분 관리직 임원과 상부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주로 많다.

또 “구글의 경우 주80시간 일한다더군. 그런데 한국 사장들은 야근을 전제로 일정 빡빡하게 잡아서 건강, 가족, 사생활을 끝장내 버리지”, “개발자들은 1인 창업이라도 할 수 있는 능력의 보유자들이야. 자기 회사에서 일해주는 것 만도 ‘감사’하다고 구글 어떤 임원이 애기 하더라구. 비정상 회사들의 똘끼 있는 임원이나 팀장은 개발자들을 노예로 알고 일시키고 ‘감시’하더라구” 등 외국 IT회사와 국내 IT회사의 근무 환경을 비교한 글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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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좀체 바깥에 내비치기 어려운 애환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종의 보상감 덕분에 ‘신문사 옆 대나무숲(@paperbamboo)’, ‘방송사 옆 대나무숲(@bamboo150600)’, ‘고객센터 옆 대나무숲(@bamboo1588)’ 업종에 관한 계정 뿐만 아니라 ‘시댁 옆 대나무숲(@bamboo_in_law)’ ‘가정폭력 대나무숲(family_abuse)’과 같은 계정도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이와 관련 곽동수 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대부분의 대나무숲은 이 시대에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지식노동자들이 정당한 대우는 고사하고, 부당한 처우를 받는 걸 알지만 밥벌이의 엄중함에, 혹시라도 돌아올지 모르는 불이익에, 입다물며 참다참다 몇마디 털어놓는 공간”이라며 “어디서든 자신의 분야에서 무언가 이룬 사람들이 높은 위치에서 대나무숲을 보고 자기주변부터 하나씩 둘씩 해결해 나갈때 이 사회가 진정으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