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PC용 리눅스 '구분투' 비밀 밝히다

일반입력 :2012/09/01 09:33    수정: 2012/09/02 08:55

구글이 회사의 클라우드 서버와 마찬가지로 데스크톱 환경에 리눅스를 쓴다는 점은 알려진 얘기다. 그 리눅스 배포판은 캐노니컬의 우분투(Ubuntu)고, 구글의 업무환경에 맞춰 이를 개조한 버전을 '구분투(Goobuntu)'라 부른단 얘기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까지 구분투의 실체에 대한 정보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구글이 사내 데스크톱 리눅스 시스템에 대해 직접 언급하기 전까진 말이다.

회사는 최근 리눅스재단이 미국에서 진행한 연례 기술컨퍼런스 '리눅스컨'을 통해 사내 데스크톱에 설치된 우분투, 일명 구분투의 실체를 소개했다. 일반 사용자들은 구글 직원들과 같은 리눅스 배포판을 직접 PC에 설치해 쓸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데, 이는 가능하기도 불가능하기도하다.

구글의 업무용 데스크톱에 리눅스를 배포하고 관리하는 그룹의 토머스 부시넬 기술 수석이 리눅스컨 현장에서 구글이 쓰는 우분투의 특징, 리눅스와 우분투를 선택한 이유, 실제 사용 방식과 관리상의 주안점 등을 직접 설명했다. 그의 발표 내용을 1문1답식 가상 인터뷰로 재구성했다.

-대체 구분투의 정체가 뭔가

알다시피, 구글에서 쓰는 우분투 리눅스를 부르는 별칭이다. 솔직히 말하면 별 거 아니다. 단순히 우분투 표준 배포판에 가벼운 '스킨(skin)'을 씌운 거라 생각해라. 캐노니컬의 공식사이트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데스크톱용 리눅스 정식판과 기능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우분투를 분기(fork)시킨 건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우분투 개발사 캐노니컬에서 2년마다 나오는 장기지원(LTS)판을 쓴다. 지금 최신 LTS판 우분투는 12.04 버전이다. 이 숫자는 개발 연월을 나타낸다. 지난 4월 나온 데스크톱용 우분투리눅스를 쓴단 얘기다.

-메이저 업그레이드는 반년마다 나오는데, 굳이 LTS판을 쓰는 이유는

구글이 LTS버전을 가려 쓰는 이유는 업무용 시스템을 최신판 적용을 반년마다 하는 것보단 2년마다 하는 게 일하기 편해서다. 2년이란 기간은 구글의 업무용 하드웨어 교체주기와도 맞물리기 때문에 LTS를 쓰는 건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꼭 리눅스(구분투)를 써야 하나

실질적으로 장려되긴 한다. 사내 개발툴이 기본적으론 전부 우분투용이니까. 전사적으로 우분투 기반의 리눅스PC를 쓰긴 하는데 애플 맥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컴퓨터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직원들의 업무용 시스템을 특별히 제한하지 않는다. 운영체제(OS)뿐 아니라 다른 기술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G메일이 안 맞는 엔지니어는 유닉스 셸 문자기반 메일클라이언트 '파인(pine)'을 써도 '괜찮다(fine)'는 얘기다.(프로그램 이름과 형용사 발음을 이용한 엔지니어식 언어유희임 - 편집자註)

다만 직원들이 윈도를 쓰려면 반드시 우리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 보안 문제가 워낙 유별나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보안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 윈도용 개발툴은 유연성이 떨어지고, 무겁다.

-왜 하고많은 리눅스 배포판 가운데 우분투인가, 페도라(Fedora)나 오픈수세(openSUSE)도 있는데

우분투가 데비안(Debian)계열이란 건 알고 있을 거다. 그 배포판의 소프트웨어 패키지 'deb' 형식하고 패키지 관리프로그램 'apt' 쓰려는 이유다. 레드햇 계열이 쓰는 패키지 'rpm' 형식은 deb보다 무겁다.

-데비안 계열 배포판이 우분투만 있는 것도 아니고

최종적으로 우분투를 전사적으로 활용하는 이유? 캐노니컬이 우분투 배포판을 주기적으로 잘 내놓는데다 기술 지원도 잘 해주니까. 구글은 우분투리눅스를 공짜로 쓰는 게 아니다. 캐노니컬의 '우분투 어드밴티지 서포트 프로그램'이라는 유료 서비스에 돈을 내고 있다.

-캐노니컬이 열심히 홍보하는 '유니티' 인터페이스는 어떤가

아 유니티, 그거 못 쓰겠다는 사람이 많다. 구글러(구글 직원)들은 저마다 다른 데스크톱 인터페이스를 쓴다. '그놈(GNOME)'이나 'KDE'나 'X윈도'나 'X텀즈'같은 거. 비중이 유니티보다 많다. 유니티를 쓰는 사람들은…맥 애호가들이다.

-'구분투'를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쓰나

구글 사내 우분투 사용자는 수만명이다. 그래픽디자이너, 엔지니어, 관리자, 영업사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다. 일부는 유닉스를 만드는데 도움을 준 켄 톰슨같은 엔지니어고, 더러는 자기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사용법만 빼면 컴퓨터라곤 당최 모르는 일반인이다.

-그 많은 데스크톱을 한꺼번에 관리하려면…

우리는 모든 사내 우분투 데스크톱을 관리하기 위해 패키지 관리 프로그램 apt와 데스크톱 관리툴 퍼펫(Puppet)을 쓴다. 이 기술들은 구글 데스크톱 관리팀이 PC를 빠르게 제어하고 관리하도록 돕는다. 이 작업이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재부팅 한 번에 날아가는 돈이 인스턴스당 100만달러 수준이거든.

-리눅스를 기본 채택한 게 안정성 때문인가

사실 아무리 리눅스라도 데스크톱에서 오래 쓰이면 문제가 생긴다. 사용자들의 PC는 언젠가 문제를 일으키게 돼 있다. 대응체계를 처음부터 실패에 대비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아무일도 생기지 않길 바라는 건 전략이 아니니까. 구분투의 비밀은 데스크톱에 깔린 액티브모니터링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문제가 심해지면 우리 데스크톱 관리팀이 여력이 되는만큼 워크스테이션을 지원한다. 개발 사이클이 돌아가게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

-보안상 유리한 측면도 고려한 건가

리눅스라도 데스크톱 사용시 구멍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는 우분투 배포판에 기본 탑재되는 프로그램 일부분을 잠재적인 보안위협으로 인식시켜 차단한다. 외부 서버에서 사내 자원을 호출하는 어떤 프로그램이든 그 차단 대상에 포함된다. 우리는 사내에서 자체 사용자 PC 네트워크 인증기술도 쓴다. 우리 회사 시스템을 모든 사람들이 해킹하고싶어하는 목표로 취급하고 있어서다. 구글이야말로 보안 규정이 매우 엄격한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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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무래도 자화자찬같은데

실제로 구글러들의 데스크톱 환경에는 최상위 수준의 보안과 PC 성능, 천재 개발자부터 컴퓨터에 문외한인 영업사원까지 알맞게 쓸 수 있는 유연성이 두루 필요하다. 구글이 이를 위한 OS로 우분투 리눅스를 선택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