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위헌’...인터넷 실명제 폐지 된다

일반입력 :2012/08/23 15:49    수정: 2012/08/23 18:38

전하나 기자

헌법재판소가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7년 7월 악성댓글 등에 따른 사회적 폐해 방지를 위해 포털 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도입된 인터넷 실명제가 5년여 만에 폐지될 전망이다.

헌재는 23일 손모씨 등 3명과 미디어오늘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대상으로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앞서 손씨 등은 2009년~2010년 유튜브,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게시판에 익명으로 댓글 및 게시글을 올리고자 했으나 실명을 등록하도록 하자 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또 미디어오늘은 방송통신위원회가 2010년 자신들을 ‘본인확인제 적용대상 사업자’에 포함, 그동안 익명으로 게시판에 글을 올리던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게 됐다며 마찬가지로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이날 “표현의 자유를 사전제한하려면 공익의 효과가 명확해야 한다”며 “인터넷 실명제 시행 이후 불법 게시물이 의미있게 감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용자들이 해외사이트로 도피했다는 점,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익을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위축시키고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외국인의 인터넷 게시판 이용을 어렵게 한다는 점, 게시판 정보의 외부 유출 가능성이 증가했다는 점을 볼 때 불이익이 공익보다 작다고 할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위헌 결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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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실명제는 지난 2007년 인터넷상 익명 명예훼손과 악성 댓글을 막을 목적으로 실시됐지만 실효성 논란과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옥션, SK컴즈, KT 등 대규모 해킹 사건이 잇따르면서 인터넷 실명제가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을 부추긴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인터넷실명제는 인터넷 생태계를 왜곡시켰던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로 헌재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번 결정이 한국 인터넷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현행 규제들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개선을 검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