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전문가 부족? 벤처에서 키워주마"

오픈소스 업체, 소프트웨어인라이프 장선진 대표 인터뷰

일반입력 :2012/08/23 08:36    수정: 2012/08/23 08:38

대중소 소프트웨어(SW)기업들이 저마다 '뽑을만한 사람이 없다'며 인력난을 호소하는 가운데, 한 오픈소스 벤처업체가 오히려 자사 인재를 업계가 원하는 '전문가'로 키워 내보내겠다는 포부를 밝혀 눈길을 끈다. 상반기 독특한 공개채용방식으로 구인에 나섰던 벤처SW회사, 클라우드컴퓨팅과 스마트디바이스 관련 커뮤니티로 출발해 오픈소스SW 관련 기술로 사업을 일으킨 '소프트웨어인라이프'가 그 주인공이다.

회사는 4년전 동명의 커뮤니티로 모여 일부 기업 모바일 프로젝트를 담당한 뒤 지난 2010년 8월 창립하고 현대중공업, SK텔레콤, KT, 삼성전자 등 대기업 관련 클라우드 사업도 맡으면서 꾸준히 성장해왔다. 이어 상반기 인원을 2자리수로 늘리고 사업 전반을 궤도에 올린 모습이다.

장선진 소프트웨어인라이프 대표는 그런 잠재력을 지닌 사람을 가리기위해 독특한 채용방식을 썼다. 까다로운 입사지원서 질문을 바탕으로 '관심법'을 구사하는 것. 그는 지원서에 쓴 내용만으로 구직자의 태도와 열정을 간파하며 회사에 득이 될지 여부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타 벤처SW가 중소기업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 틀을 갖출 최소한의 인력을 확보할 길은 짙은 안갯속이다. 중소기업 미만 사업체들은 사람을 뽑았어도 계속 다니게 할 수 있을지 장담을 못한다. 이런 분위기에 소프트웨어인라이프의 선언은 뜻밖으로 비친다. 지난달말 장 대표를 만나 그가 벤처SW업체 대표로써 제시하는 구인 전략과 인력관리 철학, 기업 비전을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 나눈 1문1답이다.

-구인공고 전략이 독특하다. 입사지원서의 5가지 질문은 뭘 알기 위함인가

누구나 볼 수 있게 회사 사이트에 공고와 입사지원서 작성 양식을 게재했다. 요구하는 신상정보는 이름, 나이, 메일과 휴대폰 번호 뿐이다. 나머지는 지원자가 평소 SW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경험과 비전은 뭔지 묻는 간단한 질문 5가지다.

이건 질문에 성실하고 진득하게 답할만큼 열정이 있는 사람만 지원할 수 있게 만든 일종의 장치다. 당신에게 SW가 어떤 의미냐, 어떤 SW를 만들거냐, 어떤 SW회사에서 일할거냐, 어떤 능력을 키울거냐, 어떤 SW를 설계하고 개발해봤느냐, 이렇게 정답 없는 물음 뿐이다. 고민할수록 답하기 어려울 거다. 오히려 답이 쉽다고 느끼는 사람에겐 그만한 열정이 없다고 본다.

-채용 당시 어떤 인재를 원했나? 보통 학력, 경력, 다룰 줄 아는 프로그래밍 언어, 대회 수상 실적이나 실제 수행해본 프로젝트 묻는 거 아닌가

입사지원서만 읽어봐도 그 사람의 비전, 미래 포부도 보이고 우리 회사에 진정 필요한 사람인지 느껴진다. 일단 입사지원서의 5개 질문에 대한 답부터 통과해야 다른 업적, 경력도 쓸모가 있다. 괜찮다 싶을 경우에만 '이력서'를 보내라고 연락한다. 본격적인 채용 과정은 그 다음 진행했다.

면접 단계서 평가 점수에 태도가 반 이상 차지한다. 당장 쓸 수 있는 전문기술과 노하우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인성을 포함한 태도점수는 비율로 치면 전체 54%쯤이고 나머지(46%)가 기술과 노하우로 구성되는데, 이것도 당장 가능한 것이라기보다 '앞으로 잘 하려는 것'에 대한 평가다.

SW에 대한 확신, 맡은 분야의 SW전문가가 되겠다는 목표의식이 분명한 사람을 원한다. SW는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발전한다. 근데 아직도 전체 '꿈'의 크기를 따라가진 못했다. 그만큼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분야다. 꾸준히 전문지식을 쌓으면 더 많은 기회와 보상을 만날 일도 하게 된다.

-그럼, 회사가 지원자에게 제시하는 비전은

직원을 일 시키는 사람으로만 보지 않는다. 각자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거다. 일하며 보내는 순간 자체도 SW전문가로 성장하는 과정이자 그 목표를 달성하는 시간이라 여길 수 있도록 말이다.

전문가들이 모인 조직 안에서 멋진 SW를 만들고, 이를 통해 회사 이름처럼 더 나은 사람들의 '삶'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생기게 한는 것이다. 삶의 질을 높이고 가치를 만들어내면 개인과 회사가 함께 의미있는 성장을 해나갈 것이라 믿는다. 이는 다시 구성원들이 전문가로 발전할 수 있는 양분으로 돌아온다.

규모와 자원에 제약을 느껴 언젠가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그래도 그가 여기서 지내는 동안만큼은 '좋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고 외부에 알리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듣고 다른 인재들도 찾아올 수 있도록 선순환하는 체계가 생기길 바란다.

-회사가 만들어주겠다는 전문가란 어떤 사람이고, 태도를 강조하는 이유가 뭔지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가는 체계적인 전문지식은 기본이고 그 지식과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부족하면 더 연구하고 스스로 발전하는 사람이다. 수준높은 이해는 교육만으로도 가능하다. 다만 이를 조직안팎에 풍부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역량이 필수다. 회사에서 내가 발전하기 위해 남을 발전시켜야 한다. 겸손하게 다른 이를 돕다 보면 내가 성장한다. 공유하면서 기존 이해를 정교화, 체계화하고 부족한 기술과 지식은 조직 안에서 함께 높이면 된다.

그리고 전문가는 자신이 진단하는게 아니라 타인에게 인정받는 거다. 기본적으로 좋은 '태도'를 바탕에 갖춘 사람이다. 뭔가 어려워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긍정적으로 돌아볼 태도를 포함한다. 이게 바르지 못하면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인정 못 받는다. 태도가 그 사람 미래를 좌우한다.

-'개발자가 전문가로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란

한마디로 '좋은 SW개발문화'가 있는 조직이다. 좋은 문화를 갖춘 SW회사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이를 좋은 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다. 앞서 얘기한 전문가의 태도도 그런 문화를 이룬다. 특히 공유는 앎을 더 확실히 해주는 수단이다. 모호한 걸 공유해 확실한게 뭔지 알 수 있고 잘못 알았던 내용도 바로잡기 좋다. 자신이 조금 더 아는 걸 공유하지 않으면 이미 누군가에게 뒤처진다.

여기에 생산성과 효율성을 뒷받침할 기술적인 업무 환경도 필요하다. 채용후 직원들에게 전문성과 생산성을 보장하기 위해 '애자일' 프로세스를 도입키로 했다. 이미 업무시간중 애자일 교육과 전문지식을 키우기 위한 주 2회 오전 교육을 장려한다. 업무를 시작전에 해당 분야 이해를 높이고 관련 자료 습득과 학습시간도 인정해 준다. 안목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투자다.

-애자일이라면 SW개발 방법론으로 들어본 적이 있는데, 실무적 예를 들면

SW개발은 끊임없이 짧거나 길게 처리해야 할 업무가 발생한다. 그 과정에 매일 스스로 할 일을 적어놓고 바쁠 때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을 소화해나가는 일정관리기법을 도입했다. 비슷하게 처리 가능한 작업들은 몰아놨다가 한꺼번에 해소하는 방식도 병행된다. 더불어 1~2주 간격으로 업무이력을 검토한다.

이런식으로 애자일은 꼭 기술분야가 아니라도 넓게는 일 하는 방식 자체에 적용될 수 있다. 우리는 SW개발분야 전문인 넥스트리의 컨설팅을 받았다. 이후 애자일 기법을 우리 회사 프로세스에 최적화시킨 툴을 직접 개발중이다.

-솔직히 벤처들은 대개 경영, 성과관리나 산출물 정리를 주먹구구로 할 줄 알았다

현재도 툴을 쓰면서 일하면서 곧바로 업무이력을 전산화시킬 수 있고, 개인별 생산성도 바로 측정이 가능해 경영자 입장에서 인력관리에 대한 고민을 덜었다. 물론 사람에 따라 툴에 업무성과를 짜맞춰 요령을 부리거나 제대로 다루지 못해 업무평가를 잘못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회사에선 도구를 잘 다루는 것도 '생산성 발휘'다.

더불어 개인이 맡은 업무를 통해 일정한 사업성과를 가시적으로 달성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체계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를테면 수주한 프로젝트 규모가 얼마쯤일 때 그 일정 지분을 주도적으로 담당한 사람이 인센티브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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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함께 전문가로 성장할 동료들에게 할 말은

소프트웨어인라이프는 돈 좀 벌어보겠다고 시작한 회사가 아니다. 국내 SW업계 잘못된 관행과 시각을 실천과 믿음으로 바꿀 수 있단 생각으로 세웠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내게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의견을 줬으면 한다. 1년간 이런 요청이나 의견 한 번 안 낸다면 나는 열정, 지식, 경험이 부족한 것이라 생각할 거다. 동료들이 나보다 더 좋은 생각으로 더 나은 경험을 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