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가 찜한 ‘빙글’, 글로벌 SNS 될까?

일반입력 :2012/08/16 10:47    수정: 2012/08/16 14:40

전하나 기자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벤처기업 ‘빙글’ 사무실은 마치 게스트하우스를 연상케 했다.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자유분방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빙글은 미국 실리콘밸리서 글로벌 동영상 사이트 ‘비키(Viki)’를 성공적으로 창업한 호창성㊳·문지원㊲ 부부의 두 번째 도전. ‘관심사’를 기반으로 모인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호창성 대표는 “마니아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열렬한 관심을 가진 토픽들이 한 두개 쯤은 있기 마련”이라며 “사람들의 팬심을 나눈다는 것이 빙글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공유한다는 것만 놓고 봐도 잠재적 시장은 무궁무진하죠. 어떤 사람이 아니라 특정 관심사를 ‘팔로우(친구맺기)’함으로써 사람들은 계속해서 관계를 발전시키고 확장해 나갈 테니까요.(호)” 빙글은 지난 7월 시범서비스를 시작한지 한 달이 되지 않아 글로벌 가입자 10만명을 확보했다.

철저하게 해외 이용자를 겨냥해 만든 이 서비스의 R&D센터가 한국에 자리잡은 이유는 뭘까. 문지원 대표는 “한국에서도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성공 사례를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글로벌 벤처기업을 일구겠다는 포부다.

“빙글 직원 15명 절반이 외국인이예요. 이 중에는 한국에서 유학 중인 학생들도 있지만, 미국서 변호사나 기술 컨설턴트로 일하던 경력직 인재들도 상당수예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세계 각국의 인력을 끌어와 한국에서 우리의 자원으로 쓰겠단 거죠.(문)”

한국서 끓어오른 벤처붐도 그의 마음에 불을 댕겼다. 문 대표는 “그동안 한국IT가 너무 내수 시장에 몰입돼 있다 보니 기획자나 개발자도 고립된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벤처 문화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며 “선배 창업가로서 벤처를 꿈꾸는 한국의 젊은 기업인들과 창업과 성공을 함께 경험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이런 생각에서 그는 최근 강연 등을 통해 비키의 성공담을 나누는데도 열심이다. 자신의 앞선 경험이 벤처 후배들에게 조언이 될 수 있다는 바람이다.

비키는 지난 2010년 12월 서비스 시작 이후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 10억편에 달하는 방송프로그램들을 150여개 언어로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현재 월평균 시청자수가 1천200백만명에 이른다. 안드레센호로비츠, 그레이록캐피털, SK플래닛 등이 지금까지 2천500만달러(약 290억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결국 빙글의 태동에는 비키의 성공이 한 몫했다. “비키에선 마케팅 회사 CEO부터 은퇴한 노인, 대학 교수, 언어학 전공 대학생까지 다양한 면면을 가진 이용자들이 금전적 보상도 없이 자막 작업을 해요. 이런 자발적 참여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성취감과 열정이 밑바탕 되죠. 이를 보다 넓은 소통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 빙글을 창업하게 됐습니다.(문)”

빙글은 사용자가 글을 쓰는 ‘카드’와 모임을 형성할 수 있는 ‘파티’ 라는 요소로 크게 구성돼 있다. 단 하나의 카드라도 곧 관심사가 된다. 이를 기반으로 파티 역시 만들어진다.

“파티는 한국적인 커뮤니티 요소를 반영한 거예요. 물론 주인장이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국내 포털들의 카페와는 분명 달라요.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글을 쓰고 모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면서 나타나는 불합리가 없죠. ‘위키피디아(인터넷 백과사전·집단지성)’와 같은 민주적 자치가 가능해요.(호)” 이 같은 개방적 구조에 기반, 파티는 벌써 1천 개를 돌파했다.

관련기사

실험은 진행형이다. 현재 해당 사이트에는 “빙글 메인 화면에서도 카드를 작성할 수 있게 해주세요” “검색 기능이 추가되면 편할 것 같아요” “이메일로 가입할 수 있는 옵션 폰트 색상이 희미해서 잘 안 보여요” “몇 명이 같은 관심사가 등록되기를 원하는지 알 수 있으면 좋겠어요” 등의 베타 테스트 참가자들의 의견이 수두룩하게 올라와 있다.

빙글은 이들 이용자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유연하게 플랫폼을 완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연내 정식 서비스가 목표다. 모바일 버전도 함께 개발 중이다. 모바일을 통한 ‘열린 소통’의 가능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사용자들 만큼이나 ‘빙글 모바일’을 기다리는 이도 있다. 지난 6월 이 회사에 투자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계약 당시 “모바일 서비스를 꼭 내놓겠단 각서를 받아야겠다”고 농담을 던졌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