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승자?" 변리사 5인에 물었더니...

일반입력 :2012/08/08 10:12    수정: 2012/08/09 15:43

남혜현 기자

애플을 상대로 한 삼성 특허 공방은 미국에서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애플의 주장을 삼성전자가 어떻게 방어할까에 관심이 집중됐다. 지금 쟁점은 디자인 특허인데, 애플에 상당히 유리한 국면으로 볼 수 있다. (정우성 변리사, <특허전쟁> 저자)

삼성전자가 법원에서 배척한 증거를 언론에 뿌려 미국 재판부가 크게 화를 냈다고 하는데, 판결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때 이 증거가 삼성에 강력한 무기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정동준 변리사, 수특허법률사무소)

디자인은 일반 소비자가 봤을때 심미감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미국서 애플의 권리를 삼성이 침해했다는 결론이 나와도 대한민국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국가마다 다르다.

(A 변리사, 국제특허 전문, 익명 요구)

통신 특허는 적용 범위가 넓지 않다. 과거 개발된 특허를 개량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진보적으로 보기는 힘들다. (B 변리사, 국제특허 전문, 익명 요구)

우리나라서 진행 중인 특허 소송의 경우 삼성전자에 유리한 부분이 많다. 한국이 삼성전자의 홈그라운드라는 점도 일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추측한다. (C 변리사, 국제특허 전문, 익명 요구)

국제특허 전문 변리사 5인에 물었다. '세기의 재판'이라 불리는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 소송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8일 다섯명의 변리사들은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 소송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는 힘들다면서도, 국가별 재판 과정과 제소 내역, 정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라마다 판결의 근거가 다르거니와 양사가 각국에 제소한 특허 내용도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다.

실제로 각국 재판부는 제품 판매 가처분 신청서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놨다. 미국이나 독일 재판부는 삼성전자 갤럭시탭10.1 등 일부 모바일 제품이 애플 아이패드를 모방한 것으로 봤지만 영국 재판부의 결정은 달랐다. 오히려 애플에 사과문 광고를 게재하라고 명령했다.

이 가운데 가장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과 미국 재판부가 곧 최종 판결을 내놓는다.

서울지방법원은 오는 10일 오전 11시, 지난 6개월간 이어온 심리를 마무리하고 1심 판결을 내린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 역시 이달 중 4주에 걸친 본안 심리를 마무리하고,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판결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 [미국]애플이 우세...삼성의 방어 전략이 관건

지난달 30일 이후,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진행된 미국 재판부의 심리는 이슈의 연속이었다. 공개 재판인만큼 배심원 선정부터 채택된 증거, 재판부의 발언까지 대부분 보도가 이뤄졌다. 알려진 사실을 바탕으로 변리사들이 향후 재판의 흐름을 쟁점별로 전망했다.

첫번째 쟁점은 애플이 주장하는 디자인 특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재판부는 애플 측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다섯 명 중 네명의 변리사가 1심에서 애플이 승소할 확률을 높게 봤으며, 단 한 명 만이 절반 가량의 승소율로 본다고 답했다.

특히 변리사들은 디자인 특허 침해 여부를 결정할 때 '심미감'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제품 디자인에서 심미감은 말 그대로 '소비자가 보고 느끼는 것'이다. 때문에 디자인 특허 침해 여부는 판단을 내리는 주체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 예컨대, 소소한 부분들의 모양이 달라도 디자인이 유사하다고 느낄 수도, 같은 재질의 부품을 사용해 만들었어도 뭔가 다른데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C 변리사는 디자인은 일반인들이 보는 심미감으로 평가하는데, 배심원 제도를 채택한 미국에선 애플에 유리하게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전문가가 디자인 특허 침해를 평가하는 눈은 일반인과 다르다. 단순히 '네모나다'는 점만 닮아서는 디자인 특허가 성립되지 않으며, 전체적인 부품 위치나 인터페이스를 고려해야 한다. 미국 재판부가 이미 가처분 소송서 갤럭시탭과 갤럭시 넥서스를 애플 제품과 유사하다고 판단한 것은 이런 점을 고려했다는 평가다.

정우성 변리사는 애플의 디자인 특허는 단순한 사각형 전자기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각형 틀 안에 홈버튼의 위치와 화면 배치 등 전체적인 구성을 디자인 특허로 본다고 말했다. B 변리사도 (소송 등) 문제가 생기면서 지금은 삼성 제품의 디자인이 많이 바뀌었지만 초기 갤럭시탭은 아이패드를 많이 따라갔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법원이 증거채택을 하지 않은 애플 전 디자이너 니시바리 신의 이메일을 언론에 공개한 것도 변수 중 하나일 것으로 예상했다. 니시바리는 이메일에서 애플도 소니 디자인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법원의 명령을 어긴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삼성에 별다른 제재는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동준 변리사는 삼성이 루시 고 판사가 일단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던 것을 뿌렸다. 루시 고 판사가 굉장히 화를 냈다고 하는데, 그것들이 판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삼성이 왜 재판부의 심기를 거스를 것을 알면서도 이메일을 공개한 것일까. 여기엔 삼성의 장기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변리사들은 예측했다.

A 변리사는 삼성전자 측 법률대리인들이 이같은 액션을 그냥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루시 고 판사가 증거 채택을 하지 않은 것 자체가 삼성 입장에서 불쾌한 것일 수 있다. 많은 자료를 증거로 제출해 침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판사가 자의적으로 제출하지 못하게 한다면 삼성 입장에선 언론에 공개해서라도 영향을 미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정우성 변리사는 재판을 이기기 위한 전략이라기보다 재판결과가 미치는 나쁜 결과의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수 있다며 만약 삼성의 주장이 기각된다면, 그 판결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는 것이 삼성입장에선 중요하다. 지더라도 일반인들이 볼 때 그 판결이 이상하다, 사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장기적인 안목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니시보리 신의 이메일이 향후 항소심 등에서 증거로 채택된다면 삼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동준 변리사는 이메일이 삼성에 유리한 증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증거 배척 이유가 이메일이 늦게 제출된 것이 이유이고, 그 증거가 나중(항소심 등)에 사용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삼성에 강력한 증거로 보인다. 삼성도 해볼만한 증거를 갖고 있을 것으로 파악한다고 답했다.

정우성 변리사는 전체적인 디자인 구성을 봤을 때, 단순히 소니 제품을 모방했다는 표현만으로 애플의 디자인 특허가 무효가 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항소심 증거로 채택될 수도 있고, 증거 능력이 쌓이는 것으로, 법리적 설득은 어렵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쟁점은 삼성이 주장하는 통신특허 침해다. 대부분 변리사들이 미국 재판의 경우 애플이 아이폰에 퀄컴칩을 사용했기 때문에, 삼성측 주장을 기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놨다. 미국서 판매되는 아이폰에 들어간 칩이 어느 제조사의 것인지에 영향을 받겠지만, 실제 청구되는 로열티가 삼성이 주장하는 수준을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다는 설명이다.

C 변리사는 삼성이 퀄컴칩을 쓰는 기기에 대해서는 크로스 라이선스가 되기 때문에 써도 된다. 칩을 사서 쓰기 때문에, 삼성이 다시 재차 특허를 주장을 못한다며 그러나 퀄컴 외 인텔의 칩을 쓰는 부분에 대해서는 침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동준 변리사도 로열티 같은 경우에는 표준 특허 같은 경우가 소진론 때문에 많이 부딪혔다. 미국에 들어간 것(애플 제품 중)은 다는 아니지만 상당 부분은 퀄컴칩이다. 이 경우 로열티를 받을 수 있지만, 쉽지는 않다고 의견을 밝혔다.

■ [한국]누가 이겨도 피해 제한적 '무승부'

미국과 달리 한국 법원의 판결 결과에 대해선 신중한 답변들을 내놨다. 일단 양사가 우리 법원에 제소한 내용들이 미국과 일부 차이가 있을 뿐더러,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큰 파장을 몰고올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10일 오전 11시, 삼성전자와 애플이 상호 제기한 소송을 병합해 최종 판결을 내려놓는다. 시비를 가리는 최종판결인만큼,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변리사들은 그 어느쪽이 이기더라도 파장이 큰 만큼, 제한적인 승리가 될 가능성을 크게 봤다.

정우성 변리사는 전 세계 재판 흐름사상 봤을 때, 삼성전자가 유리하지는 않다. 그러나 애플이 만약 한국서 승소한다면 파급력이 엄청 크다. 한국시장이 가진 상징성이 있다. 때문에 신제품이 아닌 아이폰3GS에 대해서만 일부 영향을 준다는 등, 삼성전자나 애플 누가 이기더라도 제한적인 범위에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이 삼성전자의 홈그라운드라는 점을 감안, 일부 유리할 가능성도 내다봤다. C 변리사는 우리나라서 진행 중인 특허 소송의 경우 삼성전자에 유리한 부분이 많다. 한국이 삼성전자의 홈그라운드라는 점도 일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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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당사자들 역시 법원의 판결을 주목하고 있다. 일단 양측은 상대편에 '1억원'의 특허배상료를 청구한 상태다. 비교적 적은 액수로 보이지만, 양측은 손해배상에 대해선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만약 법원이 어느 한쪽의 특허 침해를 인정할 경우, 그 판결에 따라 구체적인 손해를 계산해 별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 판결이 미뤄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광장 권영모 변호사는 그날 가봐야 알겠지만 (최종판결을) 미룰 가능성은 없다. 재판부가 약속을 한 거고, 특별하 사정 변경이 생기지 않았다며 (삼성이) 한국기업이라 재판에 유리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