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자 제정임이 말하는 '안철수의 생각'은...

일반입력 :2012/07/20 11:02    수정: 2012/07/20 11:30

손경호 기자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원장의 대선공약집이라고도 불리는 '안철수의 생각'이 지난 19일 출간됐다. 국내 신간 한 권이 이토록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준 것은 그의 대선 행보에 따른 정치적 파급 효과가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통신(IT) 분야 출신이라는 경력에 따른 향후 우리나라 IT 경쟁력 강화 방안에 해당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날 안철수 원장과의 대담을 진행한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안 원장이 IT기업에 오랫동안 몸담아 벤처 키우기나 대기업-중소기업 산업생태계 조성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데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고 밝혔다. 대선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안 원장의 확고한 IT 개혁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책에도 소개된 것처럼 제 교수는 대기업이 사람을 빼가고, 부당한 하도급 계약 때문에 실의에 빠지는 사람들, 그리고 벤처 기업가들이 투자를 받지 못해 연대보증 때문에 재기하기 힘든 풍토 등에 대해서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얘기를 풀어내 설득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우 안 원장이 보안 분야가 대표적인 리스크 매니지먼트인데 실제로는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사고가 터지면 수습하는 것(리스크 테이킹)이 아니라 평소에 자원을 들여 관리(리스크 매니지먼트)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 LG 겨냥...IT분야 혁신 필요성 강조

또한 안 원장은 책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들이 창업 이후 성공률이 떨어진다며 재벌기업들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과 독점계약을 맺고, 회계장부까지 열람하면서 단가를 후려치는 현실을 지적했다. 중소기업은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이나 인재 채용의 여력이 없어 기술개발은 꿈도 꾸기 어렵고 인력파견업체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안 원장은 우리나라는 IT분야에서 세계 12, 13위 규모의 시장인데도 작게 느껴지는 이유가 (삼성과 LG라는) 동물원에 갇혔기 때문이라며 독점에 묶여 독일의 강소기업과 같은 '히든챔피언'으로 클 수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제 교수는 세계적인 IT 창업 열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만 소외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 원장은 성공확률이 낮은 이유를 세 가지로 꼽았다. 당사자인 창업자, 경영자들의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부실하며, 중소기업끼리의 과당 경쟁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중소기업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했다.

인력을 공급하는 대학,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권, 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털, 기업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웃소싱 산업, 정부의 제도 등이 받쳐주지 않아 모든 일을 직접 해야하다보니 전력이 분산돼 성공확률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IT분야를 포함한 창업기업들이 실패 후 재기하기 힘든 이유로 초기 창업비용을 투자받지 못해 빚을 얻어서 기업을 꾸려가고, 담보로 제공할 자산이 없어 대표이사 개인의 빚이 돼 신용불량자가 돼버린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안 원장은 대안으로 창업활성화를 위해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를 롤모델로 삼아 벤처 경영자들에게 교육 및 멘토링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재단은 이달 중 공식출범 예정인 '안철수 재단'의 롤모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와이콤비네이터는 1년에 두 번씩 벤처기업에 대한 펀딩이 이뤄지는 것과 함께 3개월간 전문가들로부터 멘토링을 받고, 마지막 날에는 데모데이(Demo day) 행사를 통해 400여명의 투자자들 앞에서 자신의 제품이나 기술을 설명하게 된다.

안 원장과의 대담을 엮어낸 제 교수는 굉장히 무차별적으로 질문을 던졌는데 여러 분야에 폭넓게 스터디를 한 것이 느껴졌다며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 엉뚱한 생각을 갖지 않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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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교수는 안 원장에게 (정치권) 밖에서 보기에는 정당기반이 없고, 준비된 공약이나 정책이 없어 대통령 감으로서는 부족하지 않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안 원장은 부족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나가도 되는가에 대해 제일 많이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라며 책을 낸 계기도 자신의 능력을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고 평했다. 안 원장의 대선출마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국내 IT업계에는 지난 11일 교육과학기술부를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로 분리하고 정보통신부를 부활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IT 출신의 대선후보 예정자의 출격에 'IT강국 코리아'의 부활을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다. 한 국내 IT 관계자는 아무래도 국내 IT를 대표하는 인물이 대선 행보에 나선다면 정책적인 지원은 물론 실질적으로 IT업계에 활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