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파란 굿바이…포털 웹툰 시장 축소 우려

일반입력 :2012/06/26 11:42    수정: 2012/06/26 15:15

전하나 기자

야후코리아가 이달 말부로 웹툰 서비스를 종료한다. 파란도 내달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포털 웹툰은 네이버, 다음, 네이트만 남은 셈이 됐다. 시장의 다양성 축소라는 측면에서 작가들이 우려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야후코리아가 오는 30일 ‘카툰세상’ 서비스를 마치고 내달 초 ‘야후!북’이라는 전자책 서비스를 시작한다. 야후코리아 관계자는 “본사차원에서 새로운 전략을 짜면서 그 일환으로 결정된 일”이라며 “그동안 웹툰으로 한정 지었던 콘텐츠를 소설, e북 등으로 확장해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야후 측은 웹툰 서비스를 아예 중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지만 업계는 새로운 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는 창구는 사실상 닫힌 것으로 보고 있다.

만화 칼럼니스트 서찬휘씨는 “야후가 그동안의 DB를 삭제하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작품을 연재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네이버나 다음에 비해 작품이 양적으로 풍부하지는 않았지만 ‘너에게 하고 싶은 말(정지훈)’ 등 젊은 신진작가들을 발굴하는 매체로서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만화가들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주호민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야후 카툰세상이 6월 30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합니다. 최초의 장편이었던 ‘무한동력’을 연재한 곳이기도 하고 데뷔작인 ‘짬’과 ‘짬 시즌2’도 재연재됐던 곳이라 무척 아쉽습니다”는 글을 남겼다.

이 밖에도 트위터에는 “야후 웹툰이 문을 닫는군요. 씁쓸하다(석우)” “곧 파란닷컴도 문을 닫고...걱정된다. 시장은 다양해야 하는데...(홍승표)” 등의 반응이 올라와 있다.

갑작스런 소식에 야후가 서비스를 종료한 배경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서 칼럼니스트는 “야후 서비스 종료는 귀귀 사건 이후 최근 초등학생 성폭력 장면을 묘사한 만화가 네이버에 노출되는 등 사고가 잇따른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본다”면서 “야후, 파란의 서비스 종료로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판이 좁아지는 것은 만화계의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만화평론가인 청강대 박인하 교수도 “아직 제대로 공지가 나오지 않았지만 포털 야후의 사업부진과 함께 ‘열혈초등학교’를 비롯한 여러 작품의 청소년유해물 지정과 이에 따른 비난 여론이 큰 역할을 했으리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올 초 웹툰은 사회적 문제로 크게 대두된 학교폭력의 근원으로 지목받으면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특히 야후에 연재됐던 ‘열혈초등학교(초등학교 폭력과 왕따에 대한 희화적 묘사 등을 담고 있는 개그만화·귀귀)’가 웹툰 규제 논란의 시발점이 되면서 야후가 적잖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만화계에선 웹툰이 더이상 포털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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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인터넷 대중화와 함께 태동한 웹툰은 일기체 만화 위주에서 점차 완성도 높은 작품이 등장하고 영화 등으로 제작되는 일도 많아지면서 최근까지 폭발적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지금의 웹툰을 만든 웹의 확장성은 한계로도 작용했다. 웹툰의 성장성이 포털이라는 틀 안에만 갇혔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웹툰은 포털이 여러 사회적 문제에 직면할 경우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서 “과거 잡지만화 시장이 힘들어지면서 포털에 연재되는 웹툰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이제 대중문화 주류로 자리잡은 만큼 잡지, 다큐멘터리 만화, 지식교양·학습만화, 디지털 만화 등 만화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