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심 표준 전쟁, 애플 승리?

일반입력 :2012/06/04 10:35    수정: 2012/06/04 11:48

정윤희 기자

수개월을 끌어온 나노심(SIM) 표준 전쟁이 끝났다. 애플, 노키아, 모토로라, 리서치인모션(RIM) 등이 참전했던 해당 경쟁에서는 애플이 차세대 심카드 표준 제공자의 지위를 꿰찬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는 지난 1일(현지시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회의에서 나노심 표준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다만 채택된 나노심 표준이 어떤 회사가 제출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새 나노심 표준은 ‘제4의 폼팩터(4FF)’로 불리며 가로 12.3mm, 세로 8.8mm, 두께 0.67mm다. 이는 현재 상용화된 가장 작은 유심(마이크로유심)보다 약 40% 가량 더 작은 크기다. 기존 범용가입자식별모듈(USIM)과도 호환성을 가진다.

비록 ETSI가 표준 제공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외신들은 애플이 나노심 표준 경쟁에서 승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채택된 나노심 표준의 규격이 애플이 제출한 모델과 같다는 것이 그 이유다.

당초 애플은 가로 12.3mm, 세로 8.8mm의 안을 제출했으며 노키아의 경우 가로 10mm, 세로 8mm, RIM은 가로 11mm, 세로 9mm의 안을 ETSI에 제시했다. 지난달 노키아, 모토로라, RIM이 디자인을 수정한 안을 내놓긴 했지만 유럽 주요 이동통신사들은 애플 제시안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애플과 노키아, 모토로라, RIM은 저마다 나노심 표준 기술을 ETSI에 제출, 경쟁을 벌여왔다. 지난 3월 애플 표준안 채택이 유력해지자 나머지 경쟁사들은 특허 종속 우려 등을 이유로 이를 반대했다. 이에 애플은 자사의 나노심 표준이 채택되면 특허 로열티를 포기하겠다고 반격했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당초 지난 3월 결정될 예정이었던 나노심 표준 채택은 6월까지 미뤄졌다. 당시 ETSI는 “업계의 폭 넓은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결정을 연기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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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제조사들이 이렇듯 유럽 나노심 표준 채택에 목을 맨 이유는 해당 결정이 향후 국제 표준 채택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일단 한 번 결정이 되면 제조사들은 표준으로 채택된 나노심 라이선스를 받아 제품을 제조한다.

씨넷은 “ETSI의 표준 채택은 만장일치로 결정되는 만큼, 애플이 노키아 등 다른 제조사와 협의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느 회사가 승리했는지는 ETSI가 웹페이지에 사양을 공개(TS 102 221)까지 기다려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