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웹하드 수면 위로?…21일부터 등록 필수

일반입력 :2012/05/21 16:22    수정: 2012/05/21 19:40

정현정 기자

지난해 11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도입된 웹하드 등록제의 유예기간이 20일부로 종료됐다. 오늘(21일)부터 실질적인 법적용이 시작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 등록절차를 거치지 않은 웹하드는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대상이 된다.

업계에서는 웹하드 등록제 시행을 계기로 그 동안 음성적으로 운영되던 웹하드가 제도권 안으로 편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입법초기부터 꾸준히 부작용으로 지적된 이른바 ‘풍선효과’ 등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다.

웹하드나 P2P 업체들은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되면서 신고만 거치면 영업이 가능했다. 때문에 그 동안 불법 콘텐츠 유통의 온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법 개정으로 이들 사업자를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정한 여러 요건을 충족시켜야 사업자로 등록된다.

저작권자가 인정하지 않은 불법저작물과 청소년 유해매체물이 유통되지 않도록 기술적 보호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점이 등록제의 핵심이다. 단순한 문자열 뿐만 아니라 저작권위원회 성능 평가를 통과한 동영상 식별 기술도 24시간 상시 적용하도록 했다. 이 밖에 업무수행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재무건전성 등에 대한 조건을 충족시켰는지 여부도 증명해야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 파일공유 서비스의 일종인 웹하드는 2000년대 초부터 영화, 음악, 소프트웨어, 게임, 만화, 출판물 등 모든 종류의 디지털 콘텐츠를 불법으로 유통시키면서 업체별로 매년 수십억에서 수백억 대의 불법소득을 거둬들여 국내 콘텐츠 산업에 위기를 가져온 주범으로 까지 인식됐다.

저작권위원회가 갤럽에 의뢰해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웹하드와 P2P를 통해 유통되는 온라인 불법복제물 시장 규모는 1천658억원에 달한다. 웹하드를 통한 무분별한 음란물의 유통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웹하드 업체 개수나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까지 업계에서 파악한 웹하드 업체의 수는 249개 정도로 추정된다. 여기에 음성적으로 운영되는 웹하드까지 합치면 500여개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 서버를 둔 업체나 토렌토 등 신종 P2P 서비스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모두 74개 업체가 등록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절차를 마치고 등록증을 교부받은 업체는 총 69개다. 이들 업체를 제외한 대다수 업체는 개정안 시행 이후 불법 업체로 간주돼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게 현실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불법 웹하드가 난립하면 소비자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시행 초기에는 단속 보다는 웹하드 업체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주력할 생각”이라면서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해 포기하는 사업자들이 없도록 홍보와 계도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등록제가 자리잡는 대로 정식 웹하드 등록증을 교부받은 업체들의 리스트를 공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합법 웹하드 여부를 이용자에게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웹하드와 비슷한 개념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과의 형평성 문제나 토렌트 등 신종 P2P 서비스에 대한 규제책 마련, 해외에 서버를 둔 사업자 단속 등은 풀어야 할 과제다. 등록제 시행으로 인한 풍선효과도 입법 초기부터 지적돼 온 문제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불법 영업을 하는 웹하드 사업자의 경우 IP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실제로 IP 주소와 도메인을 수시로 바꾸면서 이전해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대책 마련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 불법 웹하드에 대해 이용중지 등 조치가 내려진 경우 이미 해당 업체에서 월정액이나 패킷을 구매한 이용자들에 대한 보호방안도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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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개정안 시행을 계기로 건전한 저작물 유통 문화 정착과 합법 다운로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업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대희 고려대 교수는 “웹하드 등록제는 영상 저작물을 적법한 경로로 유통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인 동시에 위기이기도 하다”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불법 업체를 포함해 500여개 가까이 되는 웹하드를 블랙마켓(불법시장)에서 화이트마켓(합법시장)으로 나오게 하는 작업”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