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20년전 나이키와 닮은꼴"

일반입력 :2012/04/12 11:05    수정: 2012/04/12 11:07

손경호 기자

폭스콘의 열악한 근로실태가 공개되면서 지난 1990년대 신발·패션 산업부문에서 나이키가 겪었던 이미지 타격이 애플에게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 신발 공장을 두고 있는 나이키는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들 나라 근로자들의 파업·근로자 학대·피해배상 등으로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이에 대해 지난 10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는 애플-폭스콘과 같은 주문제조생산방식 산업을 분석하면서 “90년대 신발·패션부문에서 나이키와 마찬가지로 애플에게도 ‘심판의 시간(moment of reckoning)'이 왔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폭스콘 사태를 계기로 지난 2월 폭스콘 근로자들의 임금을 최대 25%까지 올리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역시 폭스콘 공장의 근로환경을 점검해 잔업시간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미국 공정노동위원회(FLA)는 여전히 중국 내 폭스콘 공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 중 60% 이상이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만큼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금미지급·고용시간 과다 등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FLA는 “전자산업계에서 애플 제품을 주문제작하는 폭스콘의 노동환경이 나이키와 같은 심각한 노동착취현장을 드러내고 있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애플 등은 전자제품의 가격상승부담을 떠안았을 뿐만 아니라 노동관련 법규를 준수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지게 됐다”고 아이서플라이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분석했다.

아이서플라이 토마스 딩어스 전자기기 주문제작생산(OEM) 담당 책임연구원은 “FLA의 조사결과를 다룬 대부분의 보도는 애플의 마진 혹은 소비자들이 아이폰·아이패드 등에 지불해야 하는 구매비용을 늘리게 됐다는 것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폭스콘과 같이 애플 등의 전자기기를 조립하는 기업들이 노동착취문제가 불거지면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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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서플라이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전자제품의 주문제작 생산 규모는 3천600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지난 2006년 이 분야의 매출이 2천640억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6년새 36%가 성장했다. 올해는 산업규모가 지난해보다 소폭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나 2015년에는 4천261억달러 규모로 대폭 성장할 전망이라고 아이서플라이는 밝혔다. OEM은 이제 전자산업의 필수적인 분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삼성·인텔과 같이 자체설계·생산기업을 포함한 모든 전자업체의 OEM 비중은 20.2%를 차지했다.

딩어스 책임연구원은 “최근 애플과 폭스콘이 주문제조기업들은 노동관련 규정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중국 내에서 채용규모를 확장하면서도 임금 또한 높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