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달라"...특별한 스토리지 이야기

일반입력 :2012/04/02 15:43    수정: 2012/04/03 11:48

기업용 외장 스토리지라면 흔히 떠오르는 업체과 제품이 존재한다. EMC, 넷앱, 히타치데이터시스템즈(HDS) 등의 대표선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조금은 특이한’ 제품도 기지개를 펴는 요즘이다.

전통적인 스토리지업계의 강자 EMC는 2년전 인수한 네트워크 스토리지(NAS) 아이실론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IBM은 XIV스토리지를 하이엔드 제품으로 밀어붙인다. HP는 3PAR를 안착시키는데 정성을 쏟는다. 오라클도 ZFS 스토리지 띄우기에 나섰다.

아직 유명세를 타지 못하는 이들 제품을 두고 관련 업체는 생소한 개념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각 제품들엔 스케일아웃, 분산형 아키텍처, 데이터 미러링 등이 언급된다.

이들의 특별(特別)한 스토리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빅데이터를 노리며' 스케일아웃 NAS 아이실론

아이실론은 스토리지에 병렬컴퓨팅 기술을 접목한 제품이다. 파일을 여러 조각으로 쪼갠 후 박스의 디스크 모듈(LUN)에 분산 저장하는 구조를 갖는다. 읽기 작업 수행 시 쪼개졌던 파일 조각을 모아 하나의 파일로 인식시킨다.

한 박스의 디스크들은 단일한 파일시스템으로 묶여 작동된다. OneFS로 불리는 아이실론 파일시스템은 10페타바이트(PB) 이상까지 확장 가능하다.

백승권 한국EMC 아이실론사업부 부장은 “최대 144개의 스토리지 박스를 하나의 파일시스템으로 만드는 게 가능하다”라며 “박스를 새로 쌓으면 용량과 성능이 함께 늘어나고, 박스단위 확장에 1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쪼개진 파일 볼륨은 15개 모듈에 흩어진다. 데이터 모듈은 동시에 다른 디스크에 복제본을 형성할 수 있게 돼 있다. 클러스터, 디렉토리, 파일레벨에서 동시에 데이터를 보호한다. 파일을 쌓는 공간은 시스템에서 쓰기 명령을 수행할 때 만들어진다. RAID와 볼륨, 파일시스템 매니저가 하나다. 사용자 입장에선 디렉토리로 보이며, 내부적으로 RAID다.

아이실론 박스는 확장 시 모듈을 추가하는 것으로 곧바로 용량을 증설할 수 있다. 5테라바이트(TB)를 쓰던 중 다른 모듈을 끼우면, 설정작업 없이 용량이 늘어난다. 모듈은 저마다 하나의 노드 역할을 한다.

아이실론은 ILM 솔루션으로 데이터 사용빈도에 따라 저장하는 스토리지 계층화 기능을 지원한다.

백승권 부장은 “기존 스토리지는 유저블 데이터가 37%밖에 안되지만, 아이실론은 86%의 유저블 데이터를 보장한다”라며 “데이터 운영중 마이그레이션도 가능하며, 업무환경의 복잡함을 없애고 단순하고 쉽게 스토리지를 관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MC는 아이실론을 하둡 클러스터용으로도 밀어붙이고 있다. 하둡은 기본적으로 서버 내장 디스크를 이용하는 아키텍처를 갖는데, 고대역폭 이더넷 스위치로 연결해 외장형 스토리지를 이용해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자는 주장이다.

백 부장은 “맵리듀스는 서버에 두고 저장을 아이실론에 하면서, 맵리듀스와 이이실론의 HDFS를 연결하자는 것”이라며 “아이실론은 하둡에 없는 싱크, 재해복구(DR) 등의 기능을 제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이라고 설명했다.

■IBM 하이엔드 쌍두마차 ‘XIV 스토리지’

IBM은 미드레인지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다. 하이엔드 영역에선 EMC와 HDS의 기세에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전통적인 SAN 시장에 IBM은 XIV 스토리지를 앞세워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XIV스토리지는 EMC 아이실론과 거의 유사한 콘셉트지만 SAN제품이다. 병렬컴퓨팅 기술이 XIV스토리지에도 적용됐다. 현재는 3세대(G3) 제품이 나와있다.

XIV스토리지는 하나의 랙에 180개의 디스크를 채워넣을 수 있다. 15개의 모듈로 구성된 디스크들에 원본 파일을 쓰면 1MB 단위로 쪼개져 각 모듈에 퍼져 저장된다. 모듈은 각자 CPU, 메모리, 캐시 등을 갖고 있어 하나의 컨트롤러 역할을 한다. 때문에 하나의 파일을 읽거나 쓰더라도, 특정 디스크만 회전하는 게 아니라, 박스 전체가 회전하게 된다.

6개의 모듈은 서버에 물리고, 동시에 데이터 저장 역할도 담당한다. 나머지 9개 모듈은 데이터 저장 역할만 한다. 서버쪽과 연결되는 입출력(I/O)가 특정 디스크에만 쏠리지 않아 병목현상이 없으며, 핫스팟이 발생하지 않는다.

XIV스토리지의 강점은 데이터 미러링이다. 데이터가 쪼개질 때 다른 모듈에 복제본을 저장한다. 특정 모듈이 장애를 일으키면, 복제본으로 작업을 수행한다. 때문에 전통적인 스토리지에서 사용되는 RAID가 없다. 확장이 쉬우며, 직관적인 GUI로 쉽게 관리할 수 있다.

XIV 스토리지 G3는 SAS 디스크를 채용해 속도를 높였고, 랙당 최대 243TB 용량을 제공한다. 모듈 간 통신은 고대역폭 인피니밴드를 이용한다.

최근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캐시모듈로 장착해, 캐시 용량을 6TB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고속처리를 요하는 OLTP 업무 애플리케이션에도 적용가능해졌다.

한국IBM STG 스토리지 사업부의 신석주 사원은 “안정적이면서 고성능일 뿐 아니라, 가격대비 최고 성능을 보장한다”라며 “IBM 스토리지의 쌍두마차로서 대형 고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토리지도 협력한다' HP 3PAR V시리즈

HP가 앞세우는 특별한 스토리지는 3PAR다. 2010년 델과 치열한 인수전 끝에 확보한 3PAR를 HP의 대표선수로 키우려 힘을 싣고 있다. 그리고 1년 뒤인 작년말 HP는 하이엔드 제품으로 3PAR V시리즈를 내놓으며 EMC와 HDS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서 탈피했다.

3PAR V클래스는 강력한 씬프로비저닝과 서비스레벨 최적화 기능을 제공하는 하이엔드 제품이다. 계층 간 데이터 블록을 재배치하며, 무중단 RAID를 지원한다.

HP는 3PAR V클래스를 출시하면서 피어모션이란 새로운 기능을 선보였다. 피어모션은 여러 대의 스토리지 박스를 마치 하나의 박스처럼 연결해 데이터를 무중단 이전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HP는 이로써 3PAR를 ‘협업 스토리지’라고 부른다.

피어모션은 새로운 스토리지 박스를 추가했을 때 기존 박스의 데이터를 새로운 박스로 이동할 때 유용하다. 디스크를 물리적으로 이동하지 않고 온라인 상의 클라이언트를 이용해 서비스 중단없이 데이터를 이전할 수 있다. 용량 재배치, 복제 등을 볼륨단위로 수행할 수 있다. PC의 하드디스크를 추가한 뒤 포맷없이 사용하면서 파티션을 나누는 것과 같다.

피어모션 기능은 스토리지 제품의 등급에 구애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타사 제품 유사 기능의 경우 하이엔드-하이엔드, 미드레인지-미드레인지, 로엔드-로엔드 등 같은 등급끼리만 온라인 마이그레이션이 가능한 것과 극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기존 가상화를 이용한 데이터 이전작업도 별도의 어플라이언스를 필요로 하지만, 3PAR는 별도 장비가 없다.

임혁용 한국HP 스토리지사업부 차장은 “피어모션은 무중단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서로 다른 등급의 스토리지끼리도 이용할 수 있다”라며 “현재 3PAR 전제품에서 이용가능하며, 향후 HP 스토리지 전체, 나아가 이기종 스토리지 전체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호성 한국HP 상무는 “박스에서 박스로 데이터를 넘기는게 무슨 쓸모가 있나 싶을 수 있다”라며 “하지만 어느 스토리지에 사용량이 많이 늘고, 어디에서 효용성이 떨어지는 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분산된 스토리지 환경을 별도 라이선스없이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솔루션이 힘을 발휘한다”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흘러온 아이실론과 XIV의 흐름이라면 HP의 레프트핸드 P4000시리즈도 떠오른다. 아이실론, XIV, 레프트핸드 등은 모두 분산형 아키텍처를 통해 쉬운 확장성을 강조하는 제품이다. 재밌는 것은 각 업체들이 경쟁 제품으로 삼는 게 모두 다르다는 점. 아이실론은 IBM SONAS와 HP 아이브릭스를 경쟁상대로 삼으며, XIV는 전통적인 SAN 스토리지를 경쟁상대로 삼는다. 레프트핸드는 델의 iSCSI제품 이퀄로직과 맞대응된다.

■'비빔밥 구조' 오라클 썬 ZFS 스토리지 어플라이언스

오라클은 국내 스토리지업계에서 지명도를 확보하지 못한 업체다. 이전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확보했던 스토리지 시장도 크지 않았다. 썬 합병절차 완료 후 오라클은 고성능 서버제품 알리기에 바빴고, 상대적으로 스토리지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최근 오라클은 NAS 시장을 잡기 위해 썬 ZFS 스토리지 어플라이언스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정식명칭 ‘오라클 썬 ZFS 스토리지 S7000 어플라이언스’는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다. NAS를 중심으로 SAN까지 확장한 개념으로 솔라리스의 데이터 매니지먼트 ZFS를 활용한 운영체제(OS)가 특징이다. 컨트롤러의 CPU는 80코어까지 지원한다.

최근의 스토리지는 SSD, FC/SAS, SATA의 3계층 구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ZFS스토리지도 3계층 형태를 활용하지만, 설계 단계에서 디스크별로 데이터 영역을 구분하지 않는다. 한국오라클은 이를 비빔밥 구조라고 표현한다.

하이브리드 스토리지풀이란 기술을 이용해 빈번한 데이터는 SSD와 캐시에 저장되고, 빈번하게 사용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HDD 영역에 저장된다. 이같은 작업에 데이터 아카이빙 솔루션이 사용되지 않는다. SSD는 저장매체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캐시 역할도 수행한다. 스토리지 캐시가 20TB까지 확장된다.

매니지먼트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시작해 클릭을 반복하면서 상세한 정보를 확인하면서 관리할 수 있는 트리구조를 갖는다. 장애 표시된 부분을 클릭하면 할수록 커널 레벨에서 시스템 자원이나 상태를 확인 수정할 수 있다. 장애추적, 문제해결 능력을 제공하는 디트레이스 기능으로 상세한 부분까지 펼쳐 볼 수 있다.

또다른 장점은 타 오라클 제품과의 호환성이다. 엑사데이터, 엑사로직 등의 타 장비는 기본적으로 단일 랙에 플래시 메모리를 스토리지로 활용한다. 그러나 이제품들도 백업용도나 용량 확장 스토리지를 필요로 하는데, ZFS스토리지는 외장형 스토리지로서 엑사시리즈의 각종 고성능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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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렬 한국오라클 시스템사업부 부장은 “오라클 온 오라클이라 해서 하이브리드 컬럼 압축기능을 지원하며, 엑사데이터 없이 각 서버와 ZFS스토리지를 DIY형태로 구매해 엑사데이터를 구현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ZFS스토리지는 일반 NAS 영역인 웹용도 외에도 가상화 부분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라며 “가상데스크톱인플(VDI)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으며, 공공쪽 교두보를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