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출사표 대기업, 중간 성적표는?

일반입력 :2012/03/27 16:11

남혜현 기자

SK플래닛, 교보문고, 삼성전자 잘했고 신세계I&C, 네이버, LG전자 기지개

전자책 시장 진출을 선언한 국내 대기업들의 성적표는 대략 이렇게 요약된다. 지난해는 국내 주요 이동통신사들과 단말기 제조업체, 포털, 유통업체, 대형 서점 등이 모두 전자책 시장에 관심을 보였다. 최소 수 억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투자한다는 소문도 들렸다. 단순히 콘텐츠 매매의 장을 마련하는 곳부터, 전자책 제작 플랫폼을 제작하는 곳까지, 그 형태도 다양했다.

기업들이 전자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콘텐츠 확보가 단말기 사업의 성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단말기가 인기를 끌면서, 콘텐츠 생태계 확보가 기업들의 사활을 결정할 핵심 사업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애플이 앱스토어, 아이튠즈, 아이북스 등 콘텐츠 생태계를 앞세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수천만대씩 팔아치운 것도 국내 대기업들이 전자책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이유다. 국내서도 잘 만든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나왔지만, 사용자들은 단말기서 볼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반응은 기업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교보문고 전자책 월 매출 '12억원'…전자책 부흥할까

지난해 본격적으로 전자책 시장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린 기업으로는 교보문고와 SK플래닛, 삼성전자 등이 꼽힌다. 세 업체의 공통점은 작가와 출판사를 상대로 본격적인 콘텐츠 확보 마케팅에 힘썼다는 점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교보문고의 전자책 매출액은 월 12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SK플래닛이 운영하는 '티(T)스토어' 역시 월 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세를 불리고 있다. 두 업체는 각각 오프라인 서점과 이동통신사 가입자라는 든든한 회원을 기반으로 갖고 있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연말부터 베스트셀러를 집중적으로 전자책화 하는데 공을 들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연말 기준, 종이책 베스트셀러 10권 중 절반 이상이 전자책으로 함께 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펍플'이란 전자책 제작 플랫폼을 공급, 자체 콘텐츠 육성에도 관심을 보였다.

SK플래닛은 이통사 중 가장 열성적으로 전자책에 역량을 투입했다. '멜론'이란 서비스를 도입, 음원시장서 절대적인 강자로 자리매김한 경험을 갖고 있기에 그 누구보다 콘텐츠 확보의 중요성을 먼저 실감하고 행동으로 옮겼다는 평가다.

SK플래닛 김종선 부장은 전자책 사업은 멜론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회사 내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2배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리더스허브, 올해 러닝허브 등 관련 플랫폼을 잇달아 선보이며 전자책 시장에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갤럭시탭, 갤럭시 노트 등 단말기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가능한 많이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대형 출판사인 위즈덤하우스와 손잡고 '디지털 문학상'을 창설, 자체 콘텐츠도 육성할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러닝허브는 34개 교육 콘텐츠와 1만2천여개 유무료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소비자, 교육관련업체, 출판사들이 모두 참여해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러닝허브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세 노리는 잠룡들, 탄탄한 경쟁력 갖춰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전자책 신규 진입업체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다. NHN은 내달 중 네이버 북스를 통해 전자책 유통을 확대한다. 지난해부터 바로북 등과 손잡고 전자책 일부를 유통했으나 올해엔 그 종류와 가짓수를 전폭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가 판매하는 전자책 다수는 교보문고가 공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일부 출판사들이 교보문고, 네이버와 손잡고 도서 할인판매전 등의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국내서 가장 많은 회원을 확보한 포털이 콘텐츠를 직접 판매하게 되면서 그 파급력도 상당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유통강자인 신세계도 올해 상반기 중 자회사 I&C를 앞세워 전자책 시장 진출을 본격화 한다. 지난해 대략적인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약 1년만의 성과다.

신세계I&C는 지난해 8월, 전자책 플랫폼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네오럭스 콘텐츠를 인수하는 등 유통업체로서는 발 빠르게 전자책 시장을 준비해왔다.

이 회사 측은 당시 유통 본연의 역할은 좋은 콘텐츠나 상품을 소비자에 소개하는 것이라며 콘텐츠 업체와 윈윈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시장 진출의 의의를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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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올해 전자책 가독성을 강조한 신형 스마트폰 '옵티머스 뷰'를 발표하며 콘텐츠 장터인 'LG 리더스'를 공개했다. 애플 아이북스처럼, 원하는 출판사나 작가들이 참여해 자신의 콘텐츠를 소비자들에 직접 판매하는 형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전자책 플랫폼을 처음 선보인 정도라며 향후 스마트폰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구매해 볼 수 있는 장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