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질라, 마지못해 H.264 코덱 지원하다

일반입력 :2012/03/27 15:41    수정: 2012/03/27 16:27

모질라가 모바일 웹에서 '사실상 표준'이 돼가는 H.264 기술을 받아들이기로 입장을 바꿨다. 모바일 비중이 늘어가는 시장 상황에 살아남기 위해 기존 오픈소스 진영의 자존심을 양보한 모습이다.

지난주 미첼 베이커 모질라 재단 의장은 우리는 여러해동안 독점적 특허 라이선스에 묶여 있는 H.264 기술(사용)을 피하려 노력해왔다면서도 현재 웹 환경, 특히 모바일 기기 영역이 기존 입장을 바꾸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사용자 경험(UX)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으로 기술을 도입하기보다 사용자가 자신이 쓸 기술에 대한 결정권을 더 많이 얻도록 하는 바람을 간직해왔다며 정책을 바꾸는 전략은 드문 일이지만 결국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브렌든 아이크 모질라 최고기술책임자(CTO)도 확실한 점은 H.264는 당장 모바일 부문에서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라는 것이라며 안드로이드나 B2G에서 돌릴 파이어폭스(모바일)에 H.264 콘텐츠를 거부할 수 없으며 (컴퓨터 사용 비중이) 모바일로 이행하는 환경에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 본다고 진단했다.

또 2년전 구글이 온투 테크놀로지를 사들여 웹M을 내놓고 데스크톱용 크롬 브라우저에 H.264 지원을 배제했고 어도비가 플래시 환경에 VP8 코덱 지원을 포함키로 발표했다면서 결국 구글과 어도비가 웹M 지분 확대를 꾀한 시도들은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H.264 vs. 웹M(VP8) 코덱 전쟁

H.264는 HTML5 표준으로 웹동영상을 처리할 수 있는 여러 코덱 소프트웨어(SW)가운데 유료 특허가 걸린 기술이다. 여러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업체가 이를 통해 만들어진 동영상을 서비스한다. 주요 데스크톱 브라우저 개발사와 여러 모바일 단말기 제조사가 그 동영상을 열어볼 수 있도록 제품에 해당 코덱을 탑재했다. 그 브라우저와 단말기를 쓰는 일반 사용자들이 직접 비용을 물진 않는 대신, 제품 개발사가 H.264 특허 라이선스를 관리하는 업체 'MPEG LA'에 로열티를 지불한다.

이전까지 모질라가 이를 거부해온 논리는 오픈소스 회사로서 그 생태계에 반하는 유료 특허 기술 사용을 조장하고 사용자들에게 그 부담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지디넷코리아가 약 2년전 <차세대 웹표준의 뜨거운감자 '동영상 코덱'> 보도를 통해 진단한 오픈소스 진영의 대안은 '오그 테오라' 또는 구글이 사들인 VP8 코덱이었다. 오픈소스 기술을 쓰는 어느 누구도 특허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당시 구글은 VP8과 오그테오라의 뿌리인 VP3 코덱 개발사 온투테크놀로지를 사들였고 몇달 뒤 VP8을 오픈소스화한 동영상 표준 형식 '웹M'을 공개했다. 이후 데스크톱 브라우저 가운데 구글 크롬, 모질라 파이어폭스, 오페라소프트웨어 오페라, 3개가 H.264를 배제하고 오픈소스 코덱을 쓰기로 했다.

초기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은 자사 브라우저 사용자들에게 H.264 기술을 지원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었다. 다만 이후 MS는 인터넷익스플로러(IE) 사용자라도 웹M가 탑재된 컴퓨터에선 그 웹동영상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오픈소스 코덱, 모바일에서 후퇴

반년쯤 뒤인 그해 8월말 MPEG LA는 웹기반 동영상에서만큼은 H.264 코덱을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한다. 이전까지 브라우저 개발사와 단말기 제조사에 물리던 특허 로열티를 오는 2014년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했던 조건을 무기한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는 MPEG LA가 H.264 특허료를 포기하는 대신 구글의 오픈소스 웹M 영향력 확대에 제동을 걸겠다는 시도로 읽혔다.

이때도 모질라는 H.264 기술을 지원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당시 마이크 셰이버 모질라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H.264코덱 특허료가 영원히 무료일 것이라 보기 어려우며, 무료 정책도 웹비디오에 한정된 만큼 다른 제품과 서비스에선 장점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1년반쯤 지난 현재 모질라 입장은 그때와 확 달라진 모습이다. 모바일 브라우저에 H.264 코덱을 지원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현재 웹비디오를 소비하는 모바일 플랫폼 시장 대부분은 H.264 코덱을 내장한 애플 iOS 기기와 구글 안드로이드 단말기 차지가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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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소식을 접한 업계 관계자는 27일 모질라가 H.264 지원 영역을 모바일로 제한하긴 했다면서도 (웹상에) 워낙 H.264 콘텐츠가 많아 구글 웹M만으로는 브라우저 시장에서 경쟁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고 평했다.

이같은 모질라 입장은 더이상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정치적 의도만으로 제한하긴 어려움을 방증한다. 재단측은 물론 일반 사용자들이 좋아할만한 제품을 내놓는 것과 동시에 음성과 영상을 처리하는 데 제약이 없는 기술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는 과제를 풀어나갈 것이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