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유통업계 "이러다 수출 역군 될라"

일반입력 :2012/03/21 15:37    수정: 2012/03/22 08:50

온라인 유통가에 국내 상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새로운 형태의 수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거래량이나 자본 구조가 튼튼한 대기업과 달리 해외 수출이 까다로운 중소기업들에게 온라인 유통업계가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 지사가 있는 글로벌 유통업체나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TV홈쇼핑 업체들이 국내 중소기업 상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루폰코리아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국내 기업 상품의 해외 유통 사례가 주목할 만하다. 그루폰은 전세계 47개국에 각국 지사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은 우수 상품을 국내에 소개할 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해외 판매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루폰 47개국 지사 통해 중기 제품 판매 지원

가령 그루폰코리아는 최근 풍년이 내놓은 양면 프라이팬을 그루폰 싱가폴 지사에 소개하고, 싱가폴 지사가 거래를 성사시켜 500개 이상을 판매했다. 풍년은 국내에선 나름 유명한 브랜드지만 외국에서는 생소한 제품이다. 이를 널리 알려진 그루폰에서 판매하며 다른 나라에서도 인지도를 높인 것이다.

또 외국인 전문 관광업체인 코스모진의 서울시티투어 프로그램을 그루폰 말레이시아 지사에 소개해 주목할만한 성과를 얻었다. 최근 한류 열풍이 일고 있는 동남아 소비자를 겨냥한 거래로, 국내 여행사가 해외에서 직접 마케팅이나 홍보 작업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그루폰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를 성사시킨 것이다.

그루폰코리아는 이같은 ‘글로벌 딜’은 국내 지사가 본사에 제안한 사업이라고 밝혔다. 국내에 좋은 상품을 해외서 그루폰을 통해 판매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지난해 10월경부터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그루폰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에서 잘 나가는 중소기업이 해외에 진출하고 싶을 때 외국에서 얼마나 팔릴지 고민을 많이 하기 마련”이라며 “글로벌 딜은 다른 나라에 진출한 그루폰 지사가 현지에서 수요를 파악하고 판매를 시작한 후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해외 마케팅 플랫폼을 활용하기 편리하다”고 말했다.

제조사가 직접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루폰 지사들이 물건을 추천하고 판매 틀을 짜고, 마케팅까지 대신 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진 해외 시장에서 제품 반응까지도 확인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딜은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 가운데 그루폰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장점을 강조했다.

■이베이 해외 판매 올해 2천500억원 전망

오픈마켓 이베이도 이와 유사한 거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베이는 현재 G마켓과 옥션을 통해 국내에 진출한 상태다.

이베이옥션은 국산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판매자를 위해 CBT(Cross Border Trade) 프로그램을 마련해 수출을 원하는 판매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거래 규모가 무시못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호주 뿐만 아니라 유럽, 남미까지 거래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이베이를 통한 해외 인기 품목은 주로 의류, 신발, 액세서리 등 패션 제품군이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연예인이 사용하는 패션 아이템 판매가 성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시장 특색에 맞는 제품들도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겨울이 몹시 추운 러시아 소비자를 겨냥한 경우 보온효과가 큰 기모후드셔츠와 레깅스, 양털부츠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베이는 이같은 해외 판매 서비스를 지난 2008년부터 시작했다. 시작 당시 국내에서 해외로 판매하는 연 거래 규모는 170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천500억원을 돌파했다.

이베이 CBT팀 임지현 부장은 “이베이를 통해 해외에 수출하는 규모가 매년 크게는 100%, 적게는 60~7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며 “올해에는 2천5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베이 전체로 볼 때 아시아에서 한국만큼 온라인 수출 규모가 급성장하는 곳이 없다”며 “한국 판매자들은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적응이 빠를 뿐만 아니라 제품 설명 수준 등 모든 면에서 세계와 비교해도 퀄리티가 높아 공격적 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GS홈쇼핑-트루GS 태국에서 명품이 되려면...

TV홈쇼핑 사례도 눈길을 끈다. 최근 TV홈쇼핑 업체들은 연이어 태국, 베트남, 인도 등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에서 크게 발전한 TV홈쇼핑 유통 플랫폼을 외국에서도 만들어내는 것이다.

GS홈쇼핑은 지난해 10월 태국에 ‘트루GS'를 개국했다. 현재 트루GS를 통해 인기를 얻는 상품을 살펴보면, 국내 TV홈쇼핑 방송에서도 판매량이 많았던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휴롬 원액기, 해피콜 다이아몬드 프라이팬, 락앤락 밀폐용기, 쌍빠 마스크팩, 애틸래트 제모기 등 한국의 중소기업 제품이 태국에서도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특히 휴롬 원액기가 눈에 띄는 상품이다. 휴롬 원액기는 이미 국내서도 홈쇼핑 대표 상품이다. 휴롬엘에스는 원액기 단일 상품으로 GS홈쇼핑에서만 지난해 330억원의 매출을 올려, GS홈쇼핑의 최고 중소기업 협력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홈쇼핑을 통해 태국에 진출한 휴롬은 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GS홈쇼핑 관계자는 “태국은 홈쇼핑 방송에 오른 상품에 프리미엄 이미지가 더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트루GS에서 최초로 생방송을 진행한 휴롬은 40분 생방송만에 일 평균 매출을 올리며 인기를 끌었고, 태국 내 백화점에서 입점 제의를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밖에도 인도 시장에서도 수출 소식이 들려온다. GS샵이 3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인도의 24시간 홈쇼핑 업체 ‘홈샵18’에서 해피콜 다이아몬드 후라이팬은 인도 현지 주방용품 평균 매출보다 2배를 넘는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이같은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코트라(KOTRA)는 인도 홈샵18과 함께 국내 중소기업 인도 진출을 위한 3자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