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특허워즈<2> "애플의 습격"

일반입력 :2012/03/21 15:15    수정: 2012/03/23 10:40

봉성창 남혜현

[연재 순서]

특허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

특허워즈 에피소드<2> “애플의 습격”

특허워즈 에피소드<3> “삼성의 복수”

특허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합의”

애플이 스마트폰 특허 소송 무대에 처음 오른 것은 지난 2009년 10월이다. 노키아는 당시 미국델라웨어지법에 아이폰이 무선단말기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애플에 소송을 제기했다.

노키아가 문제 삼은 것은 와이파이 망에서 휴대전화를 걸거나 무선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을 포함한 10개 통신 기술 특허였다. 노키아 측은 애플이 이들 기술에 대한 어떠한 라이선스 협약도 거부해 결국 제소하게 됐다고 말했으나 결국 승리, 애플로부터 항복 선언을 받아냈다.

노키아로부터 '한 방' 맞은 애플은 이듬해 3월 첫 구글 레퍼런스폰 '넥서스'를 만든 타이완 HTC를 제소한다. HTC가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를 비롯한 20건의 아이폰 특허를 훔쳤다는 것이다.

당시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성명을 통해 경쟁자가 애플의 특허 발명을 훔쳐가는 것을 보고 이에 대해 뭔가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통신기술이 애플의 발목을 잡는다면, 강점을 가진 디자인과 UI를 앞세워 경쟁자들의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잡스가 말한 '뭔가'의 진짜 표적은 삼성전자였다. 신제품 발표회 등 공개석상에서 삼성을 카피캣(모방꾼)이라 몰아붙였던 애플은 곧 미국서 삼성 갤럭시 시리즈가 자사 아이폰을 베꼈다며 소송을 낸다. 스마트폰 특허를 둘러싼 꼬리물기식 소송이 본격화 된 건 바로 이때부터다.

이와 같은 애플의 장외 공세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침묵과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스마트 시장에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애플은 경쟁사이기도 했지만 이와 함께 많은 부품을 구매해주는 1등 고객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독설을 넘어 급기야 소송으로 삼성전자를 강하게 압박했다. 2011년 4월 15일 미국 새너제이 법원에 갤럭시S와 갤럭시탭 디자인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한데 이어 6월에는 독일 만하임과 네덜란드 헤이그, 한국 서울지방법원 등에 유사한 내용의 소송을 냈다.

이후 애플은 미국을 비롯해 한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 등 전세계 9개국에서 벌인 20여개 송사에서 삼성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유럽 일부 국가에선 삼성 갤럭시S와 갤럭시탭이 자사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모방했으니 판매를 금지시켜달라는 가처분도 신청했다.

애플은 소송을 치루는 와중에 '터치 스크린' 관련 특허를 내는 꼼꼼함도 보였다. 하나 또는 여러개의 손가락을 사용해 스크린을 터치하고, 손가락 수에 따라 페이지를 조작하고 해석할 수 있는 기술 관련 특허인데, 모바일 기기 전분야에 걸쳐 적용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씨넷은 터치 스크린 상에서 움직이는 거의 모든 화면 조작 기술을 포괄하고 있어 향후 터치스크린 관련기기에 관한 한 누구도 피해가기 힘든 초강력 특허라고 평가했다.

소송이 본격화 되면서 ‘최대 고객사’였던 삼성과 애플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왔다. 애플이 삼성 칩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최대 부품 고급처를 타이완 TSMC로 옮길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했다. 또 인텔과 협력하에 삼성이 최대 호황을 누리는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삼성을 겨냥한 독설도 계속 됐다. 당시 애플 최고운영자(COO)였던 팀 쿡은 2011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는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며 이 문제는 법정에서 해결을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이 이처럼 삼성에 맹공을 펼친데에는 초기 '경쟁자'라 생각하지 않았던 안드로이드 진영이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는 배경이 있다.

2008년까지만 해도 이 시장에 스마트폰이라곤 '아이폰'이 거의 유일했다. 이제 막 휴대폰 시장을 노크한 신인이, 기존 휴대폰을 '구닥다리'로 만들었다. 아이폰은 발매 1분기만에 100만대 이상 팔리며 승승장구 했다.

그러나 상황은 급반전됐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선보이며 시장은 서서히 양분됐다. 모토로라가 선보인 첫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드로이드'는 출시 첫 주에 25만대가 팔려나갔다. 애플로선 무시할 수 없는 충격파였다. 안드로이드가 해마다 급성장하더니 결국 2011년 5월에는 iOS 점유율을 꺾는 성적을 냈다.

그 중심엔 삼성 갤럭시가 있었다. 스마트폰 초창기 시절, '옴니아폰'을 내놓고 수모를 겪었던 삼성은, 이후 반도체칩과 LCD 디스플레이 등 자체 하드웨어 역량을 결집한 갤럭시S를 내놓는다. 한국에서나 먹히겠지라던 일각의 편견을 깨고 갤럭시S 시리즈는 지난해 3분기 애플을 누르고 처음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1위에 올랐다.

잡스의 격노는 바로 이 부분에서 비롯한다. 갤럭시S는 단순히 겉모습만 비슷한게 아니라, 성능도 놀라운 속도로 아이폰을 따라잡았다. 옴니아를 만들던 삼성이, 어떻게 1~2년 만에 애플을 따라올 수 있었을까.

실제로 이 당시 업계에선 그럴싸한 '소문'이 돌았다. 애플의 A4와 A5칩을 생산하던 삼성전자가 엑시노스를 개발하면서 애플의 칩 설계 기술을 참고했을 것이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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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완제품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부품을 직접 설계한다. 흔히 우리나라 기업들이 만든다라고 알고 있는 디스플레이 역시, 사실은 핵심 기술과 설계의 경우 애플이 직접한다. 국내외 기업들은 이를 수주받아 정말로 '만들기'만 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 기술을 위탁 생산 기관들이 참고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잡스가 삼성을 카피캣이라 몰아붙인 시점도 이같은 소문이 돌 즈음이다. 한때 애플이 삼성과 부품 협력 관계를 줄일 것이란 예측이 나온 것은 단순히 특허전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