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CEO '마이웨이'

일반입력 :2012/03/20 15:23    수정: 2012/03/20 16:00

이재구 기자

브레이크 없는 애플 성장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시대를 선언했다.

19일 애플이 가진 1천억달러 가까운 현금유동성에 기반한 주식배당을 선언한 것이 스티브 잡스 신비주의시대와의 결별의 첫단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스티브 잡스가 회사의 경영난을 이유로 들어 주식 현금배당을 마지막으로 시행한 지난 1995년 12월 이후 17년 만의 일이다.

애플은 주식배당을 통해 주주와 단절됐던 끈을 연결하면서 주주와의 관계 변화 등 지금까지 이뤄져 온 기업경영의 틀을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운영하게 됐다.

팀 쿡은 이 결단을 통해 애플을 ’무배당 기업’으로 만든 타계한 스티브 잡스의 유산을 과감히 떨치고 자신의 컬러를 분명히 했다. 이 점에서 이번 주식배당은 모두에게 ‘팀쿡 CEO시대 개막'을 안겨준 의미있는 사건으로 비쳐진다.

지난 해 10월 스티브 잡스가 타계한 시점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잡스없는 애플’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팀 쿡은 멈추지 않는 애플 성장세를 이끌며 자신의 컬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팀 쿡의 결단은 애플 주가가 450달러였던 지난 1월 캐너코드 제뉴어티가 “애플은 시가총액 1천억달러가 될 시점인 3월 중 주식배당을 하는 이정표를 세울 것”이라고 한 예상과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지난 2월에는 대중에게 모습을 잘 비치지 않던 팀 쿡이 투자자컨퍼런스에 등장, “애플의 이사회는 애플이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것 이상으로 현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무엇을 할지 토의하고 있다”고 선언하듯 말했다.

19일 컨퍼런스 콜에서 애플의 신제품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애플은 신제품을 발표하는 것을 사랑하지만 컨퍼런스콜에서는 하지 않는다”는 말로 되받았다.

그는 올초 애플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중국 폭스콘 근로자들의 저임금이 문제가 되자 언론과 주주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애플을 변호하는 공세적 방어로 눈길을 모은 바 있다.

물론 기업경영을 보다 개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잡스시대와의 결별이다. 하지만 잡스의 혁신엔진은 그대로가동된다. 팀 쿡은 이날 주식배당소식발표와 함께 이 결정이 우리의 혁신의 문을 닫게 하지는 않을 것이란 말로 기술혁신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팀 쿡 마이웨이의 시작

이번 결정에 따라 애플은 오는 7월1일로 시작되는 자사 회계 연도 4분기 시작 시점부터 총 450억달러를 분기마다 주당 2.65달러로 주주들에게 배당하고, 자사주 구입에 100억달러를 사용하기로 했다.

팀 쿡 애플 CEO의 결단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을 안고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표면적인 가장 큰 변화는 팀 쿡 스타일의 경영, 즉 잡스 사후 불안했던 애플에 대한 그의 리더십을 강조할 수 있게 됐다는 점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까지 오기에는 이익배당시 주가 하락 우려 등을 감안한 은행가들의 자문을 받는 등 만만치 않은 탐색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식 배당의 조짐은 지난 1월 말 페터 오펜하이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분기실적 발표 때 컨퍼런스콜에서 밝히면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현금 사용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애플의 호주머니 속에 잠겨있지 않게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애플은 이미 976억달러 이상의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는 투자배당에 따른 고객만족과 함께 또다른 애플 주식 투자자를 유발하면서 애플의 미래 성장을 이끌 적극적인 인수합병 등의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성장엔진 확보 차원의 투자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애플의 성장세가 둔화될 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게될 투자자 이탈방지효과도 거둘 전망이다.

이번 조치로 팀 쿡은 주식배당을 통해 주주와의 단절됐던 매듭을 이었다. 이는 그동안 애플의 투자라든가 성장세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비밀주의와 완전히 결별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는 향후 자사 주식 저평가에 대비해 주식배분과 함께 100달러어치의 자사주 매입도 병행키로 하는 안전판을 마련하는 치밀함도 놓치지 않았다.

■애플, 투자자에 배당해도 여유만만

투자자들의 의구심 가운데에는 애플이 투자자에게 배당하면 성장엔진이 줄어들게 되는 것은 아닌지, 또는 애플의 성장엔진이 식는 것은 아닐까 등의 의구심 등 부정적 인식도 빼놓을 수 없다.

팀 쿡의 이번 주주 배당 결정이 애플의 향후 성장세를 멈추게 할까?

결론적으로 애플의 성장세는 멈추기는 커녕 더욱더 급가속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팀 쿡은 아이폰5가 아닌 아이폰4S만으로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데다가 16일 출시한 새아이패드는 출시 사흘여만에 300만대라는 공전의 판매기록을 세웠다. 통산 베스트셀러가 100만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기록은 경이롭다. 이 기록이 쉽게 수그러지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 한 해에만 380억달러의 현금유동성을 확보할 정도로 승승장구했고 올들어서도 새아이패드의 사상최고치 판매라는 기록으로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 이같은 기대감을 반영하듯, 애플의 주가는 19일 하루에만 2.7%의 상승세를 보여주었다.

애플의 이번 조치가 또다른 투자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스턴 아기의 쇼 우 분석가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이번 조치로 그동안 이익배당하는 회사에만 투자했던 뮤추얼 펀드 회사들이 새로운 투자자로 등장하게 됐다”면서 “이로써 애플도 투자자의 저변을 넓히게 됐다”고 말했다.

게다가 팀 쿡의 이번 투자배당은 애플주식을 가진 직원들에게도 이익을 배분한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물론 애플이 주식배당과 주식매입을 시행하면서 다른 오래된 IT기업처럼 보일 수 있고,배당에 따른 성장률 감소 우려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애플의 현금 배당 능력은 어느정도?

애플이 확보하고 있는 현금유동성 976억달러(11조원)는 페이스북을 통째로 사들이거나 국가부도위기에 몰린 그리스 국가부채를 2년에 걸쳐 갚아줄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금액이다.

애플이 발표한 대로 배당한다면 애플 주주들은 오는 7월부터 매 분기마다 주당 2.65달러씩 3년간 총 31.8달러를 받게 된다. 이는 분석가들이 애플 배당능력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분석가들이 평가한 애플의 배당 능력을 이미 주당 450달러 시점에서 주당 103달러를 배당할 수 있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다. 19일 애플 주식은 주당 600달러를 돌파했으므로 산술적으로는 주당 137달러까지 주당 배당을 할 정도로 여유가 만만이다.

애플의 이번 배당은 세금문제 때문에 규모를 크게 제한했을 정도인데도 이만큼 어마어마한 액수가 됐다.

현금배당을 더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해외 이익을 본사에 송금하는데 따른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배당을 제한했다는 얘기다.

애플의 현금 유동성 가운데 3분의 2인 640~650억달러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세금만도 220억달러 이상에 이른다. 이는 시가총액의 5%에 달하는 엄청난 것이다.

■애플, 남아도는 돈 어디에 쓸까?

애플이 이 현금을 집행하지 않는다 해도 이 유동자산을 그대로 묵혀둘까? 투자자에게 이익배분을 하려면 성장동력을 이어가야 하고 이를 위해 투자처를 찾게 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애플은 이 남아도는 현금을 장기적인 관점의 부품업체 투자 및 SW업체 투자에 사용할 수 있다. 남아도는 자금에 대한 여유가 만만인 셈이다. 이는 아이폰4S에 사용된 실리콘 밸리의 회사 시리, 그리고 아이폰과 아이패드용으로 사용될 낸드플래시 반도체업체인 이스라엘의 애너비트를 인수한 데서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업체에 대한 투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HS서플라이의 데이터에 따르면 애플이 아이패드와 아이폰용 디스플레이 구매비용은 지난 2005년 20억달러에서 2010년 50억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IHS서플라이는 “애플이 저전력 고해상도 장점을 지닌 이그조(IGZO) 디스플레이 양산을 돕기 위해 샤프에 투자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애플에겐 아직도 남아도는 현금을 사용할 또하나의 결정적인 사용처가 있다.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은 바로 애플의 차기 성장동력인 iTV일 것이라는데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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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우 스턴 아기 분석가는 “애플이 (iTV) 파트너십을 체결하기 위해 돈을 쓴다면 정말 엄청난 설득력을 갖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유는 애플이 콘텐츠 스트리밍 방송을 하거나 TV생방송권을 라이선스하길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종류의 거래는 진정으로 애플의 TV사업을 시작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