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문석-정형문...'한국 IT 경륜의 힘'

일반입력 :2012/03/06 17:11    수정: 2012/03/06 17:45

국내IT 2세대가 현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윤문석, 정형문. 오라클과 EMC의 한국지사를 이끌며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했던 인물들이다.

첫 테이프는 윤문석 사장이다. 한국오라클을 국내 데이터베이스(DB)업계 1위에 올려놓은 그다. 그는 2010년 12월 VM웨어코리아 지사장으로 돌아왔다. 이제 와서 귀환이라 하기엔 늦은 감도 있다. 하지만 VM웨어코리아가 작년부터 서버가상화와 가상테스크톱인프라(VDI)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노장의 귀환을 논하기 충분하다.

이와 함께 정형문 사장도 전선에 복귀했다. EMC 초대 한국지사장으로서 기업용 스토리지 시장을 석권했던 인물이다. 그는 작년 11월 액티피오란 회사의 지사장으로 복귀했다. 국내엔 생소한 미국업체의 지사장으로 돌아온 정 사장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로 불타오른다.

윤문석 사장과 정형문 사장은 1990년 중반부터 2004년까지 국내 기업용 솔루션 시장을 휘저었다. 오라클DB, EMC SAN 스토리지 등은 두 사람의 지휘 속에서 기업의 전산실을 채웠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2004년 몸담았던 회사를 나와 다른 곳으로 적을 옮겼다.

■고난의 행군 VM웨어와 윤문석

1951년생인 윤문석 사장은 대우에 입사해 16년을 근무했다. 그는 1993년 한국오라클에 합류했다. 그는 한국오라클을 35명 규모의 회사에서 740명 규모의 회사로 키웠다.

윤 사장은 2004년 한국오라클 회장에 임명된 후 연말 한국베리타스소프트웨어 지사장직으로 자릴 옮겼다. 2005년 시만텍이 베리타스를 합병한 후엔 시만텍코리아 사장을 맡았다. 2008년 시만텍코리아를 떠나 한국테라데이타 지사장을 지냈다.

윤 사장은 공격적인 영업과 조직 장악력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막 시작된 오라클의 ERP를 포스코에 공급했던 일화는 아직도 인구에 회자된다.

그는 지금 VM웨어코리아를 이끌며 서버 가상화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미국 등 전세계 서버 가상화 시장을 80% 이상 장악한 VM웨어다. 하지만, 유독 유닉스에 강한 애착을 보이는 한국에서 VM웨어는 생각보다 성과를 내지 못했었다.

윤 사장의 지휘체제에서 VM웨어는 성장세를 탄 모습이다. 각지에서 전문가를 영입해 영업조직을 재정비한 후다. VM웨어코리아는 현재까지 삼성, 포스코, SK, 정부통합전산센터 등 500개 이상의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지시장 임명당시 11명이던 직원은 30명선을 바라보게 됐다.

또한 시트릭스시스템스가 강세를 보였던 가상 데스크톱 인프라(VDI) 시장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를 둘러싼 업계 환경은 우호적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가상화가 작년부터 본격적인 바람을 탔고, VM웨어 본사차원의 제품 경쟁력도 높다. 공공 시장의 VDI 수요도 기대할 만하다.

윤 사장이 한국오라클에 재직하던 당시는 유닉스의 시대였다. 과거 유닉스 서버 파트너와 DB, ERP를 공급했던 그, 현재는 x86 서버의 확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스토리지업계 용장 스토리지 통합으로 돌아오다

1957년생인 정형문 사장은 1995년 한국EMC를 설립한 인물이다. 국내 스토리지 시장점유율 60%란 한국EMC의 오늘날 모습이 그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6년동안 분기실적 경신이란 기록을 세웠다. 그의 지휘아래 공공, 금융시장은 한국EMC의 텃밭이 됐다.

윤문석 사장이 쉴틈없이 현장에서 활동해온 반면, 정 사장은 곡절이 많았다. 2004년 한국EMC 회장에서 물러날 때는 건강이 좋지 않았다. 이후 프랑스 스토리지업체 에이템포의 한국진출을 주도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을 맡았지만, 이내 사임했다.

이후엔 이스라엘 XIV의 국내 총판사인 헤이워드테크란 회사를 차렸지만, IBM에 XIV가 인수되며 좌절을 경험했다. 2009년까지의 이야기다.

정 사장은 작년 11월 미국 데이터관리 전문업체 액티피오의 한국지사장으로 다시 현장에 복귀했다. 액티피오는 ‘데이터보호 & 가용성 스토리지(PAS)’란 솔루션을 갖고 있다.

PAS는 데이터를 가상화해 원본 데이터에서 하나의 복제본 데이터를 만든 후 애플리케이션, 인프라 환경에서 공유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어떤 서버, 스토리지 하드웨어에 상관없이 하나의 복제 데이터로 프라이머리, 백업, 아카이빙, e디스커버리, 중복제거 등의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PAS 하나에 백업, 스냅샷, 중복제거, 재해복구, 테스트 개발, 분석, 컴플라이언스 등이 모두 담겨있다. 기존 인프라와도 공존하며, SLA 매니지먼트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한다.

그는 지난 5일 액티피오 한국지사장으로서 기자들 앞에 첫 공식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자신에 넘친다. 올해 15개의 유의미한 레퍼런스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이한 것은, 기존 스토리지업체들이 개별적으로 갖고 있는 각종 소프트웨어를 하나로 묶어버린 제품을 국내 외장형 스토리지업계의 선구자가 판매한다는 사실이다.

■왜 2세대가 돌아오는가

현재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IT기업의 지사장들의 연령대는 40대에서 50대 초반이다. 특히 40대 중후반의 지사장들이 주류를 이룬다.

윤문석 사장과 정형문 사장은 6년차지만, 전성기를 보냈던 시기는 1995년부터 2004년까지로 같다. 당시는 한국 IT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시기다. 당시 현장을 주름잡던 인물 중 지금까지 현역에 남은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들어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 혹은 시작할 때 유력한 인물을 찾는 경우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나이를 떠나 오랜 현장 활동으로 쌓은 경력, 인맥, 경험,능력 등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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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를 키워냈던 연륜이 관심을 받고 있다. 윤 사장과 정 사장 모두 작은 회사를 반석 위에 올려놨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IT시장에 연륜을 앞세운 노장들이 귀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