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블소'가 디아3 겁내지 않는 이유

일반입력 :2012/03/02 12:55    수정: 2012/03/03 09:51

김동현

많은 언론 또는 커뮤니티, 게임 이용자들이 손꼽는 올해 상반기 최고의 경쟁은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과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의 맞대결이다. 양사는 이에 대해 “장르가 다르다”라고 이야기하지만 혹자들은 이 둘의 대결에 대한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이 둘의 대결을 업체에서 부정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장르에 대한 차이점보다는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디아블로3는 블리자드의 킬러 타이틀이자 전 세계 게임 이용자들이 오랜 시간 기다려온 명작RPG다.

이런 입장에서 블리자드가 작은 나라 한국의 MMORPG 하나에 밀린다는 생각을 할 리가 없다. 재작년 지스타에서 블소가 공개됐을 때 블리자드 개발자들이 직접 즐겼다는 일화는 유명하지만 이것이 견제하기 위함과는 상관없는 순수한 게임 이용자의 호기심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반대 입장도 비슷하다. 블레이드&소울 개발자들은 디아블로3을 경쟁상대로 보고 있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의 경쟁상대로는 다른 국내 개발사에서 전혀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영역에 대한 개척을 해야 하는 자신들을 꼽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봤다.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 블소는 차세대 MMORPG가 될 것

엔씨소프트의 개발자들은 하나같이 블소가 시도하는 모든 것이 전에 없는 획기적인 결과물을 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엔씨소프트 홍석근 리드 프로그래머는 “오죽하면 배재현 PD에게 우리도 뻔 한 것 좀 하면 안되겠냐”고 말했다.

홍석근 팀장은 “MMORPG에서 해서는 안 될 것을 전부 구현하기 위해 정말 많은 시도와 노력이 들어갔다”며 “남들이 어렵다고 포기하는 것은 블소에서는 절대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몇 개의 변화가 아닌 진정한 변화를 추구한 차세대 MMORPG라는 것이다.

이는 사운드부터 그래픽 등 여러 부분에서도 느낄 수 있다. 사운드를 담당하고 있는 송호근 실장은 “일반적으로 타사에서 사운드를 맡고 있는 곳은 10명 남짓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사운드 실에는 40여명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고 이는 국내외서도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귀무자 시리즈의 배경음악 제작으로 유명한 이와시로 타로 감독과 함께 작업한 웅장한 배경음악부터 게임 속 모든 효과음을 직접 제작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게임의 주는 보는, 듣는, 만지는 재미 모두를 살리기 위해 노력이기도 하다.

이왕수 캐릭터 원화 팀장과 조용환 배경 리드아트디렉터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시각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두 사람은 블소가 추구하는 형태가 기존 게임들과 매우 차별화돼 있으며, 다른 개발사에서 볼 수 없는 큰 규모의 프로젝트라고 전했다.

이왕수 팀장은 “블소를 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것’을 만드는 것이었고 그 다음은 타협이 없는 김형태 아트디렉터의 높은 눈”이라며 “우리가 만드는 것은 게임 이용자들의 눈을 몇 단계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조용환 배경 리드아트디렉터도 “게임의 배경만을 위해 34명 가까운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블소가 보여주는 시각적인 완성도는 다른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한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못지않은 연출을 넣는 최형근 테크시네마 팀장도 이를 거들었다. 이 팀 역시 다른 개발사에서는 볼 수 없는 블소만을 위한 팀이다. 다양한 이벤트 연출을 통해 MMORPG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감동과 재미를 전달하고 있다.

최 팀장은 “테크시네마 팀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많이 볼 수 없는 획기적인 팀”이라며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는 높은 완성도의 연출을 통해 이야기의 몰입 감을 높이고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팀장 모두에게서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오직 블소만이 가능하다는 것. 다른 게임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전하고 이를 실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강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포기는 김장 담굴 때 쓰는 것, 될 때까지 시도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것들이 일사천리, 또는 그냥 많은 인재가 모였기 때문에 된 것은 아니다. 인터뷰에 임한 팀장들은 모두 가능성을 찾기 위해 긴 시간, 뼈를 깎는 노력을 팀원들과 함께 했다. “포기는 김장 담굴 때 쓴다”는 말이 여기에 딱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프로그램 팀을 맡고 있는 홍석근 팀장은 기존 게임들과 다른 점을 구현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다른 MMORPG에서 흔한 선 판정, 후액션도 블소에서는 반대로 적용되고 있으며, 액션성을 강조한 장면들로 인해 새롭게 구현한 기능들도 매우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일반적인 MMORPG와 차별성을 두지 않으면서도 블소만의 액션과 경공 등을 표현하는 일은 프로그램 구현 적으로 매우 어렵고, 이 장르에 맞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다른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적은 용량과 낮은 사양을 구현했다. 언리얼 엔진3로 제작된 블소지만 서비스 초반부터 10GB를 훌쩍 넘기는 다른 대형 게임과는 다른 엔씨소프트만의 적은 용량과 낮은 사양은 프로그램 팀의 노력이 수반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왕수 팀장이 한 개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3차례나 수정하고 다시 만든 사례도 유명하다. 게임 내 중요 인물 중 한 명인 ‘남소유’는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 ‘팜므파탈’ 이미지를 모두 가진 여성 캐릭터다. 이를 위해 이왕수 팀장은 몇 개월이 넘는 시간을 썼다.

이 팀장은 “개발 초기부터 힘들었던 부분은 어떻게 고급스러운 무협을 만들까 였다”라며 “이 문제 때문에 원화가 들과 밤을 세워가며 논의를 했던 기억이 있다. 이를 통해 다른 게임에는 없는 블소만의 무협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30분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7~8개월을 쓰는 테크시네마 팀의 분투도 눈에 띈다. 최형근 팀장은 “한 장면을 위해 기획팀과 그래픽, 프로그램 팀 모두의 협업을 해야한다”며 “우리는 3분이라는 짧은 시간의 영상에도 감정을 살리고 몰입 감을 높이기 위한 무수히 많은 시도를 압축해서 담는다”고 덧붙였다.

눈에 띄지 않지만 멋진 게임 속 무대인 ‘배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높게 평가할 말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조용환 팀장은 “전체적인 화풍을 헤치지 않으면서도 이용자들이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배경을 만드는 과정은 매우 어려웠다. 특히 경공이 많이 들어가는 블소는 정말 큰 난관”이라고 말했다.

게임 이용자들은 잘 느끼지 못한 사운드에 대한 중요성도 엿볼 수 있다. 자체 사운드팀을 구성했으며, 100명이 넘는 성우가 투입되고 동양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 송호근 실장과 그의 팀원들의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

송 실장은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직접 괴물이 되는 느낌을 그대로 사운드로 옮겨보기도 했다”며 “없는 사운드라고 해서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의 소리라도 시각과 청각이 딱 맞아떨어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정서 담은 엔씨만의 무협RPG가 탄생하다

이 같이 많은 개발자들의 노력은 블소라는 대단한 게임의 탄생을 이끌어냈다. 올해 상반기 공개 서비스를 예정하고 있는 이 게임은 따라 하기식 무협RPG가 아니라 블소만의 오리지널 동양 판타지를 만들어냈다.

동양적인 느낌, 우리나라의 정서, 특히 한(恨)을 살린 그래픽과 배경, 사운드는 그동안 국내 개발자들이 잊고 지냈던 우리나라의 모습을 더한 게임의 탄생으로 연결됐다. 국내 게임 이용자들이 불소에 대해 많은 기대를 가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이에 대한 개발자들의 자부심도 상당하다. 설악산을 모티브로 삼은 ‘수련계곡’의 모습이나 해변 근처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눈에 익숙한 솔밭 느낌, 정리돼 있지 않지만 정감이 가는 식당 내부나 마을 앞 정승의 모습들도 한국적인 느낌을 게임 내에 표현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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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인 한을 담은 웅장한 배경음악은 민속 악기를 대거 넣어 그동안 들을 수 없었던 아름다운 선율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고 곡선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린 캐릭터들의 복장과 액션은 거칠고 투박한 타 게임과 다른 재미를 게임 이용자들에게 안겨준다.

5차례의 걸친 인터뷰에서 느낀 점은 이런 매력으로 무장한 엔씨소프트의 블소가 디아블로3을 겁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를 경쟁상대로 세우기보단 그들의 추구하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면 된다. 올해 상반기를 강타할 블소를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