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케이드, '오픈플로를 위한 변명’

일반입력 :2012/03/02 11:53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에 대한 브로케이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네트워크업체의 자살행위란 시스코시스템즈의 주장과 정반대 위치에서 강력한 지지를 보내는 모습이다. 시스코 독점적인 네트워크 시장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계기기 때문이란 이유다.

켄 쳉 브로케이드 서비스프로바이더(SP)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회사의 네트워크 사업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IT업계에 부는 혁명적인 변화 중 중요한 기술요소가 SDN과 네트워크 패브릭이다”라며 두 기술을 주도하는 것으로 브로케이드가 시장 리더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네트워크 패브릭은 이더넷의 3계층(코어-애그리게이션-액세스) 구조를 단순화해 유연성과 확장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브로케이드는 VCS 패브릭이란 이름으로 부르며, 현재 상용화해 판매중이다. 스패닝트리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이더넷 구조는 확장하기 어렵고, 경직돼 있기 때문에 대규모로 빠르게 확장해야 하는 클라우드·가상화 환경의 장애물로 꼽힌다. SDN은 오픈소스 기반 가상 네트워크 기술이다. 시스코, HP, 주니퍼, 브로케이드 등 장비업체에 상관없이 사용자가 네트워크 통제권을 갖는 표준 프로토콜을 사용한다.

SDN의 대표적인 움직임은 오픈플로다. 오픈플로는 스탠포드대학과 UC버클리대학에서 개발을 시작해, 현재 IBM, HP, 주니퍼네트웍스, 브로케이드 등이 후원한다. 지난해 3월 오픈네트워킹파운데이션(ONF)을 설립하면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는 제조업체마다 다른 ASIC을 사용하며, 운영체제(OS), 기능, 성능이 모두 제각각이다. 라우터, 스위치 등의 공급업체를 다르게 구매할 경우 하나로 통합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오픈플로는 네트워크 하드웨어에 담겨있던 컨트롤 플레인(OS)과 데이터 플레인 중 제어 부분을 x86서버에 SW로 설치하고, 단순 트래픽 전송기능과 통신포트만 다수 보유한 박스를 연결하는 것으로 구현된다.

오픈플로의 궁극적인 목표는 네트워크 장비를 x86서버처럼 코모디티화 하는 것이다. 시스코는 이 점에 주목, 네트워크업체의 존재가치를 없애는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취한다.

시스코의 주장을 따른다면, 브로케이드는 자살골을 넣으려 애를 쓰는 것과 같다. 하지만 켄 쳉 부사장은 이같은 지적에 “옛날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시스코는 기존 자기 시장을 잃게 되기 때문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라며 “오늘날 네트워크의 모든 부분이 바뀌고 있으며, 고객도 바뀌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드웨어 판매와 단타 매출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와 장기적 매출원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오픈플로 개발을 지원하는 업체의 면면을 보면 그의 말에 설득력이 실린다. 구글, MS, 페이스북, 야후, 버라이즌 등 인터넷, 클라우드 서비스업체들이 오픈플로 개발세력을 주도하고 있다.

첸 부사장은 “서비스업체들은 전세계 여러 고객에게 각자 별도의 네트워크를 할당해줘야 한다”라며 “패브릭을 통해 확장성 높은 인프라를 갖추고, 오픈플로를 통해 네트워크 OS와 하이퍼바이저를 구성, 그 위에 논리적 네트워크 구축하는 것으로 자유롭게 멀티테넌트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SP들은 현재의 네트워크로 이를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픈플로 같은 기능을 원할 수 밖에 없다”라며 “네트워크벤더의 부가가치는 근본적으로 변모하는데 브로케이드는 새로운 미래를 생각하면서 미리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박스의 차별화에 대한 시스코의 지적엔 부족한 답변이다. 그는 브로케이드의 SDN 전략으로 이에 대한 답을 내놨다. 그는 “브로케이드는 SDN에 이더넷 패브릭을 적용하는 것을 지원하고, 여러 터널 솔루션을 지원하면서, 네트워크 배열 자동화 도구 개발을 도울 것”이라며 “SDN을 위한 기술과 서비스 역량을 먼저 갖추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SDN을 활용한 사례 3가지를 소개했다.물리적인 인프라를 여러 곳이 공유하는 네트워크 가상화, WAN 플로 매니지먼트, 유무선 통합 등이다.

이중 WAN 플로 매니지먼트는 비디오 트래픽의 라우팅 중 특정 지점의 장애 시 새로운 길을 자동으로 열어주는 것이다. 불규칙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트래픽으로 발생하는 접속 단절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오픈플로를 사용한다. 현재 NTT도코모가 이를 채택해 시범망을 구축했다.

그는 오픈플로 도입의 효과로 비용절감을 들었다. 그는 “ONF 설립사는 주요 8개 인터넷 사업자로, 네트워크를 늘릴 때 라우터 과금을 늘리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라우터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가의 통신사급 라우터를 판매하는 주니퍼, 시스코를 겨냥한 말로 보였다.

그는 “이렇게 구매비용을 줄이는 것과 함께, 많은 SP들이 운영비용에서 엄청난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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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브로케이드가 주목하는 시장은 SP다.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 호스팅이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SP 시장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코와 브로케이드의 장비를 구입하는 고객은 SP란 지적이다.

그는 “서버 매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기업들의 서버 구입은 늘지 않는다”라며 “누가 서버를 사냐면 호스팅, 클라우드 업체다”라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서비스수준협약(SLA)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므로, 브로케이드는 SLA에 더 많이 집중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