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 구글 실패 재탕 안하려면…"

일반입력 :2012/02/23 11:43

남혜현 기자

애플TV도 휴대폰과 같은 보조금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보조금 문제를 해결 못하면, 초기 애플 TV 시장 형성은 어려워진다. 구글TV의 실패를 재탕할 수도 있다.

이성춘 KT경제경영연구소 팀장은 21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공개 세미나에서 애플이 TV 시장서도 이동통신사와 손잡고 보조금 결합 모델을 들고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지만, 업계는 연내 애플TV 공개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 전략이다. 애플은 지난 2010년부터 셋톱박스 형태의 '애플TV'를 선보였으나 스스로 '취미'라 폄하했다. 이미 미국내 여러 가정에서 셋톱박스를 보유하는 상황에, 유사한 단말기 하나를 추가하는 수준이란 것이다.

상황이 바뀐 것은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의 타계 이후다. 사망 직후 발간된 자서전에서 그는 사용하기 쉬운 인터페이스(UI)에 다른 iOS 단말기와 동기화가 되는 통합 TV를 만들 해법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후 일부 외신에선 캐나다 케이블 방송국을 통해 애플이 TV 망연동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애플이 그간 TV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적극적 행보를 보이지 않은 것은 방송시장의 진입 장벽 때문이었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국가별 단일 통신사업자와 손잡고 출시하는 형태로 판매해왔다. 그러나 방송의 경우 국가별, 권역별 사업자가 파편화돼 전국을 포괄하는 통합 시장을 만들기 어려웠다.

이 팀장은 잡스의 해결책이 '통신사 결합 모델'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각 국가별로 유선 망을 가진 케이블 사업자나 이동통신사와 손잡고, 보조금 모델을 적용할 경우 파편화된 시장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통신사와 결합할 경우 지금까지 애플이 성공한 전형적인 사업모델이 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 유럽 등 국가를 막론하고 애플TV를 팔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각 국가별 이동통신사나 케이블 사업자가 모두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어려운 문제는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소비자들이 애플TV를 더 쉽게 살 수 있게 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예컨대 애플이 애플TV를 200만원 이상 고가 모델로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이동통신사와 2~3년 약정을 맺고 애플TV 서비스를 받는다면 매월 요금을 지불하는 대신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보조금 모델을 도입할 경우 판세를 뒤집고 싶은 2~3위 통신사업자들은 애플과 협력할 의사가 충분할 것으로 내다 봤다.

이 팀장은 미국서 늦게 아이폰을 도입한 이동통신사들은 보조금과 서비스 투자 때문에 오히려 영업익이 떨어졌다며 그래도 아이폰에 대한 높은 충성도 때문에 이탈자를 고려, 울며 겨자먹기로라도 아이폰을 수급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애플의 핵심 경쟁력인 아이튠스도 이동통신사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경쟁력인 '콘텐츠 수급' 문제를 아이튠스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구글TV 실패 이유를 '무료 콘텐츠' 정책으로 정의했다. 구글이 유튜브를 통해 무료 동영상을 제공해 왔지만 비용 부담, 기존 방송사들의 반발, 수익원 부재 등의 문제로 고전했다.

이와 관련 이 팀장은 아이튠스의 경우 유료로 프로그램을 판매하기 때문에 콘텐츠 사업자들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유료 콘텐츠 판매를 구상한 애플의 성공 가능성이 더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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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초고속 인터넷 등 여러 서비스를 결합하는 새로운 요금제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어 2~3위 사업자는 시장구도 바꾸고 싶어한다면서 애플TV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단말이며, 이를 일정 계약 기간동안 독점 공급할 수 있다면 유선 망을 가진 케이블이든, 이동통신사든 안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