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와 앱 공모전, 개발자 '혹평'…왜?

일반입력 :2012/02/22 14:26    수정: 2012/02/22 14:48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가 API 공개 기념으로 연 '쇼핑 앱 공모전'이 개발자들의 빈축을 샀다. 공모전 수상작에 대한 저작권을 모두 다나와가 갖는다는 규정 때문이다. API 공개를 구실로 자사 서비스 기획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개발 비용을 아껴보려는 노림수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다나와는 자사가 제공하는 상품 정보, 분류 목록, 코드 검색, 뉴스 데이터 등을 다룰 수 있는 API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용을 원하는 개발자는 다나와 회원으로 가입 후 개발자 등록을 신청하고 관리자 승인을 받은 다음 API 인증키를 요청해 발급받으면 된다. 인증키 발급시 사용할 API 종류를 골라야 한다.

다나와는 API 공개와 함께 이를 기념한 앱 공모전을 열었다. 회사가 제공한 API를 활용해 iOS, 안드로이드, 윈도폰용 앱을 만드는 내용이다.

공모전 요강에 따르면 모든 수상한 응모작에 한해 저작권은 다나와로 귀속된다. 수상자들에게 자신이 제출한 앱에 대한 저작권을 포기하라는 셈이다.

내용상 주최측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수상경력이 아쉬운 학생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을 쉽게 얻어내려는 모양새로 비친다. 대회 수상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노트북과 PC용 주변기기 등 현물과 다나와의 홍보 지원을 받는데 그치기 때문이다.

■개발자 커뮤니티 저작권 귀속, 말도 안 돼

다나와는 최우수상 1명에게 '삼성전자 센스 시리즈5 울트라북', 우수상 2명에게 '맥미니 MC815KH/A 모델', 장려상 5명에게 '아이디팩토리 기계식 키보드(넌클릭/체리 정품)'을 시상하며 모든 수상자들에게 온라인에서 앱을 홍보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같은 공모전 안내를 두고 '합법적으로 저작물을 갈취하는 방법'의 한 사례라는 비판이 나온다.

다나와 오픈API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남긴 한 개발자는 노트북 남는거 하나 던져주고 앱개발 시키려고 하냐며 그냥 일주일 알바하고 노트북 사겠다고 썼다.

또다른 방문자는 1등(상금)이 1천만원 하는 앱 경진 대회도 저작권 귀속 안시키는 게 요즘 추세라며 API를 얼마나 썼는지 보려고 소스코드를 공개하라는데, 안그래도 확인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커뮤니티 '안드로이드펍'의 한 회원도 무슨 공모전이 상품 몇개로 수상한 앱을 홀라당 가져가 먹으려 한다며 공모전 수상이 아쉬워 이런데에 목숨 걸 학생들이 불쌍하다고 평했다.

수상자 전원에 주어지는 '온라인 홍보' 기회에 대해서도 불만이 이어졌다.

다나와는 향후 공모전 광고, 홍보, 프로모션을 위해 국내외 온오프라인 매체에 활용될 수 있으며 다나와가 수상작 콘텐츠 일부를 변경하거나 제공자의 성명표기 없이 활용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수상한 앱의 제공자 성명을 표기하지 않고 그 결과물만을 홍보할 경우, 이를 수상자 '특전'이라 표현하긴 무리가 있어 보인다.

또다른 안드로이드펍 회원은 심지어 자신들 API로 만든 앱을 특전상으로 무료홍보를 해준다고 한다며 자기들 홍보하는 거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원래 공모전이 다 그래?

이를 두고 다른 한 회원은 (지난 2010년 열린) 삼성전자 TV용 앱 공모전이 생각난다고 지적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총상금 1억원으로 TV용 앱스토어 활성화를 겨냥한 앱 공모전을 열며 제공한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 이용약관을 통해 결과물에 대한 개발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이는 개발자는 삼성SDK를 사용해 새로 개발된 애플리케이션 자체에 대해 어떤 소유권 또는 지적재산권을 따로 갖지 않는다며 개발자는 삼성SDK를 이용해 개발한 관련 프로그램 또는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삼성에 비독점적인 사용권을 부여한다는 당시 설명에서도 드러난다.

또다른 한 회원도 공모전 대부분이 (주최측에 대한) 소스 제공이고 (흔히) 그게 귀속된다는 게 불편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공모전이 참가자의 아이디어와 출품 결과물에 대한 권리를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또다른 회원도 간혹 제출자에게 저작권과 특허권을 인정해주는 공모전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해 스마트폰, 태블릿PC용 앱 기획을 주제로 열린 '2011 대한민국 스마트미디어 앱 공모전'이 한 사례다. 대회 유의사항에 따르면 수상작에 대한 저작권은 공모전 참가자에게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지난 2010년 기상청이 주최한 '날씨정보 앱 공모전'도 있다. 기상청은 당시 공모전 심사를 마친 뒤 응모 출품작에 대한 소유권은 개발자에게 있으며, 불가피한 사유가 없는 한 배포제한은 없다고 공지했다.

■저작권 귀속 강제 못한다

한편 이같은 주최측의 일방적인 운영약관이 법적 효력을 갖지는 못한다. 공모전 출품작의 저작권에 대한 근거는 운영약관보다 우선하는 현행 저작권법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다만 주최즉과 참가자간에 별도 체결한 계약 내용에 따라서는 출품작이나 선정작에 대한 저작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22일 한국저작권위원회 오기석 연구원은 과거 판례를 근거로 대회 홍보물이나 포스터에 짤막하게 언급된 문구, 주최측이 일방적으로 참가자에게 제시하는 약관은 일반적으로 불공정한 내용이라 강제성이 없다며 출품 과정이나 선정 이후 단계에서 주최측과 참가자가 해당 저작권 이용범위를 구체화한 양도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요즘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회 공모전 수상자들에게 저작권 귀속여부에 대한 별도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다나와 공모전은 회사 API를 활용해 스마트폰, 태블릿PC용 앱을 만드는 내용이다. 대상 플랫폼은 애플 iOS5 이상, 구글 안드로이드2.2(프로요) 또는 2.3(진저브레드) 버전,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폰, 3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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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거주하는 개발자들은 2인이하 팀이나 개인 자격으로 참가 가능하다. 접수 양식에 맞춰 다음달 4일까지 신청하면 다나와가 7일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 선정된 참가자는 대회 게시판에 창작한 앱에 대한 소개글을 작성하고 해당 앱과 제출 항목을 메일로 보내면 된다. 과제 시한은 오는 4월10일 자정까지, 수상작 발표는 오는 4월13일이다. 앱 심사기준은 API 활용성 40%, 유용성 30%, 창의성 30%다.

다나와는 응모한 작품이 타인의 권리(저작권 및 초상권 등)를 침해했을 경우 그로인한 모든 법적 책임은 응모자에게 있다며 다나와 오픈API 약관을 따르지 않았거나 타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거나 이미 상용화된 모바일 앱을 일부 각색, 표절한 경우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고 수상 이후라도 취소된다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