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한목소리 “게임 문화연구 절실”

일반입력 :2012/02/21 16:53    수정: 2012/02/21 16:59

전하나 기자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자는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최근 학교폭력사태와 관련 게임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부정적 측면만이 부쩍 강조되고 있는데 따른 반작용이다. 전문가들은 게임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정책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은다.

게임문화재단이 2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한 ‘나는 게임이다’ 심포지엄에선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게임의 사회적·문화적 위상을 되짚어보는 토론을 진행했다.

먼저 학계는 게임이 이미 주류 매체로 자리잡았을 뿐 아니라 문화예술 장르의 하나로 바라봐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대구카톨릭대 박근서 교수는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이 다른 이들과 함께 접속해 경쟁하고 또는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는 구조”라면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반적인 선입견과는 다르게 게임은 지극히 사회적인 놀이 문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게임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교류, 협력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소셜게임도 등장했다”며 “게임이 소통을 매개하는 도구이자 하나의 매체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림대 박태순 겸임교수도 “이제 게임이 지배문화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배문화는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데 여기에는 긍정적·부정적 측면이 모두 있다”며 “지금은 이 양면적 가치에 대한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게임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합의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연구가 산업적 규모에 비해 너무나 빈약하다는 지적은 계속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문화로서의 게임에 대한 연구 부재가 게임과 관련한 사회적 부정론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게임업계가 ‘산업이냐 청소년 보호냐’라는 이분법의 감옥에 갇히지 않기 위해선 게임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영화산업계가 스크린쿼터 축소 사태때 많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영화에 대한 이론적, 학술적 연구가 뒷받침했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한편 최근 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게임 규제책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문화연대 정소연 팀장은 “청소년 문화에 대한 사회 보편적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게임문화정책이 필요한 때”라면서 “특히 중복 규제가 아닌 전문 부처의 게임문화에 대한 통합적이고 일원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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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이광석 교수는 “정부부처가 단순히 산업진흥이 아닌 문화진흥이라는 관점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연 교수는 “학교폭력이라는 논쟁적 문제를 단순히 게임에 연관지을 것이 아니라 학교가 나서 게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새로운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창의적인 게임 미디어 교육을 학교 교육과정에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