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트래픽과의 전쟁

일반입력 :2012/02/18 08:51    수정: 2012/02/19 11:24

오늘날은 통신의 시대다. 인터넷 연결이 안되면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다. 반면, 통신사는 가입자들이 만들어내는 사상초유의 트래픽과 전쟁에 돌입했다.

지난 15일 시스코시스템즈는 올해부터 향후 5년간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을 전망한 보고서(VNI 2011-2106)를 발간해 관심을 끌었다. 2016년까지 전세계 모바일 트래픽이 올해보다 18배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스코는 작년부터 '비주얼 네트워킹 인덱스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전망'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이번이 두번째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월별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10.8엑사바이트(EB)에 달할 전망이다. 연간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130엑사바이트에 달한다.

한국도 올해 대비 2016년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10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연평균 58%씩 성장한 국내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2016년이면 월별 0.46엑사바이트에 달할 전망이다. 연간 트래픽은 5엑사바이트에 이른다.

■1년 동안 모바일로 오가는 DVD가 330억장

디지털 용량을 나타내는 바이트는 기가, 테라, 페타, 엑사, 제타 순으로 표기한다. 이렇게 보면 얼마나 큰 용량인지 감을 잡기 힘들다. 이를 일상 생활의 디지털 환경으로 환산해 보면 더 크게 와닿는다. 일단 엑사바이트는 기가바이트의 10억배 용량이다.

130 엑사바이트는 DVD 330억 장의 용량에 해당한다. MP3파일은 4천300조 개, 문자메시지는 81경 3천조 개와 맞먹는다. 한국의 5엑사바이트라면 12억5천장의 DVD, 165조개의 MP3파일이 모바일로 유통된다.

연평균 성장률(CAGR)로 보면 전세계 모바일 트래픽은 매년 78%씩 늘어나게 된다. 시스코는 2016년이면 인구 60%가 매월 1기가바이트 이상의 트래픽을 소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래픽 먹는 인터넷 단말기의 폭증

시스코는 모바일 트래픽의 증가세가 급격한 이유로 단말기의 증가를 꼽았다. 2016년 전세계 인구수를 73억명 수준으로 볼 때, 인터넷 연결 모바일 기기는 100억개를 훌쩍 넘게 된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 뿐 아니라 사물통신(M2M) 모듈을 포함한 수치다.

한국의 경우, 2016년 인터넷에 연결된 모바일 기기 수는 M2M 모듈을 포함해 1억 5천4백만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인당 약 3개의 기기를 보유하는 셈이다.

트래픽 비중별로 스마트폰은 가장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수단이다. 스마트폰은 전체 트래픽의 48.3%를 차지하게 되며, 이어 노트북 24.2%, 태블릿 10.0% 순이다.

각 기기별로 트래픽을 기존 피처폰과 비교해자. 스마트폰 1대는 피처폰 35대의 트래픽을 소비하며, 태블릿 1대가 피처폰의 121배에 이르는 트래픽을 소비한다. 노트북은 피처폰 498대의 트래픽을 소비하고, 휴대용 게임기은 피처폰 60대의 트래픽을 소비한다.

■트래픽 소비가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

인터넷에 연결되는 단말기가 가파르게 늘어난다는 점, 단말기 한대 당 소비 트래픽도 증가한다는 점 외에 또다른 트래픽 증가요인이 있다.

콘텐츠 소비 패턴의 변화다. 단말기 성능이 좋아지고, 무선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의 용량은 자연스럽게 커진다. 유선환경의 경우 PC통신 시절 메가바이트였던 파일용량이 현재 수백기가바이트로 커진 것을 떠올리면 된다.

생각해볼 수 있는 콘텐츠 형태는 스트리밍 비디오다. 시스코는 2016년 전체 모바일 트래픽의 70%가 비디오의 차지일 것으로 전망했다. 더구나 국내는 작년에 이미 전체 모바일 트래픽 중 63%가 비디오일 정도로 앞선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오늘날 국내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스마트폰 실시간 방송 애플리케이션이나 포털사 스포츠 생중계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음을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예상가능하다.

또한, 애플리케이션이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으로 변모한다는 점도 크다. 전통적인 애플리케이션은 한번 설치하면 인터넷 연결없이도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인터넷과 연결된 상태에서 작동하는 것으로 애플리케이션 형태가 변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만 해도 이메일, 웹서비스 등의 트래픽을 다 합쳐야 넷플릭스, 판도라와 같은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의 트래픽과 비슷해진다. 2016년이면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은 71%를 차지하며, 월 7.6엑사바이트의 트래픽을 소비한다.

시스코는 모바일 클라우드 트래픽은 95%의 연평균성장률을 보여, 2016년이면 지난해 대비 28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의 모바일 클라우드 트래픽은 67%의 연평균성장률을 나타내고, 2016년 작년 대비 13배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통신사는 전쟁이다

가입자가 유발하는 트래픽의 연간 성장률 추세는 가파르다. 그에 반해 통신사 인프라의 용량 증설 추세는 완만하다.

현재같은 추세라면, 네트워크 사용량이 늘어나는 만큼 요금이 함께 가파르게 오르지 않는 한 통신인프라는 항상 부족한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또 그 격차는 날로 벌어지며 사용자경험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통신사로서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매년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은 한정돼 있다. 인프라 증설비용과 요금수입 사이에서 적절하게 투자를 조절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분야의 인프라 요소 가운데 투자우선순위를 정하게 된다.

올해 국내의 경우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은 네트워크 투자를 모두 이동통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롱텀에볼루션(LTE) 전국망 구축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유선 네트워크의 용량증설은 후순위로 밀려난다.

문제는 이동통신의 경우 무한정으로 네트워크를 증설할 수 없다는 점이다. 주파수는 한정돼 있으며, 모든 주파수 자원을 동원해도 트래픽 증가추이를 충족시킬 수 없다.

3G처럼 4G 이동통신도 언젠가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때문에 이동통신망이 아닌 트래픽 분산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트래픽을 분산시켜야 한다. 와이파이, 펨토셀 등이 주목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와이파이와 펨토셀 등이 이동통신망의 트래픽을 일정부분 흡수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기본적으로 와이파이와 펨토셀은 무선망이라기보다 유선망에 더 가깝다. 와이파이는 유선 네트워크에 액세스 포인트를 붙여 무선 네트워크를 실현한다. 펨토셀 역시 일반 이동통신처럼 가까운 거리는 무선으로, 먼 거리는 유선 백본망을 이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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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통신사가 구축해놓은 유선 인프라도 결국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처럼 통신사들이 유선투자를 뒤로 미루고, 무선투자에 올인하는데 열을 올린다면, 대체망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무선투자와 유선투자 모두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프라 구축에 새로운 솔루션이 다양하게 선택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통신-유선의 통합뿐 아니라, 와이파이-펨토셀 등 대체망의 데이터베이스까지 모두 통합하는 방식으로 투자절감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