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TV 써보니...혁신과 모방사이…

일반입력 :2012/02/15 10:31    수정: 2012/02/15 15:18

봉성창 기자

삼성전자의 2012년형 스마트TV 국내 출시가 임박했다. 올해는 최근 수년간 줄곧 내세운 스마트와 3D를 넘어 새로운 기능이 대거 탑재됐다. 이를 두고 윤부근 삼성전자 CE 사장은 흑백TV, 컬러TV, 스마트TV에 이은 4세대 레볼루션 TV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뜻밖에 암초를 만났다. 지난 10일 KT가 삼성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 접속을 차단한 것. 당초 스마트TV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KT의 갈등은 망중립성, 트래픽 등 어렵고 첨예한 사안들이 맞물려 있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였지만,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로 막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누가 옳은지 보다는 오히려 스마트TV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노이즈 마케팅 사례로 기록된 지난해 3D 기술 우위 논쟁을 연상케 한다. 물론 의도적인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올해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주력 모델은 ES8000이다. 지난해 가장 상위급 모델은 D8000과 비교하면 크게 ▲음성제어 ▲동작인식 ▲카메라 장착 및 얼굴인식 ▲올쉐어 플레이 ▲향후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레볼루션 키트 지원 등이 달라진 점으로 꼽힌다.

새로운 기능이 대거 추가되면서 가격도 소폭 오를 전망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D8000 모델을 구입한 소비자라면 배가 아플 정도로 많이 변한 것 역시 사실이다. 특히 CES2012에서 최초 공개된 삼성 스마트TV는 확실히 다른 경쟁업체와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일부 기능은 혁신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몇몇 기능들은 이미 앞서 출시된 다른 IT기기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S8000의 주요 기능을 꼼꼼히 되짚어봤다.

■“야! 7번 틀어봐” 음성제어 시대 도래

우선 음성제어는 누구나 생각하기는 쉬우면서도 실제로 도입하기 어려운 기능 중 하나로 꼽힌다. 관건은 인식률이다. 그동안 첨단 기술이 전시되는 자리에서만 소개됐을 뿐 상품화에 성공한 제품은 아직까지 그리 많지 않다.

이 가운데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바로 아이폰4S의 시리다. 자연어에 가까운 높은 인식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매력적인 시리는 TV에서도 유용해 보였다. 소문이 무성한 애플TV에 시리가 지원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물론 올해 삼성 스마트TV는 시리 정도의 섬세한 음성 제어 기능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TV는 수화기에 입을 가까이 붙여서 말하는 스마트폰과 달리 일정 공간 떨어져 있다. 잡음이 섞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리모컨에 마이크를 다는 방식을 채택한 TV도 있지만 애당초 리모컨을 집어들 것 같으면 버튼을 누르는 편이 낫다는 점에서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니다.

반면 TV는 스마트폰에 비해 그리 복잡한 명령이 필요없다. 전원을 켜고 끄고, 채널을 바꾸고 음량만 조절할 수 있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우 훌륭하다. 그런 점에서 ES8000에 탑재된 음성제어 기술은 쓸만해 보인다. 실제로 체험해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음성제어 그 자체를 혁신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이를 탑재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삼성전자는 향후 음성제어 기술을 아이폰의 ‘시리’ 수준까지 발전시킬 계획이다. 가령 “소녀시대가 더보이즈를 부르는 방송을 보고싶어”라고 하면 스마트TV가 이를 검색해 결과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동작인식 “신기하지만 힘들어”

적응 여부에 따라 유용해 보이는 음성제어와 달리 ES8000의 동작 인식 기능은 아직은 설익은 느낌이다.

이 기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정용 게임기 X박스360의 동작 인식 컨트롤러인 ‘키넥트’에서 차용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응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다 보니 쓸수록 팔만 아프다. 쇼파에 기대거나 혹은 누워서 보는 TV를 시청하는 사람에게는 있으나 마나한 기능이다.

반면 경쟁사인 LG전자의 스마트TV가 그동안 채용해 온 매직리모컨은 닌텐도의 Wii 컨트롤러를 모방한 제품이지만 반응 속도 만큼은 확실히 빠르다. 물론 이 기능 역시 별도의 리모컨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활용성을 크게 떨어진다.

만약 시청자가 누워서 가볍게 손짓하는 것 만으로 채널 변경이나 음량 조절을 할 수 있고 이에 대해 TV가 빠르게 반응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러나 올해 삼성 스마트TV는 아직 그정도 수준은 아니다. 동작인식을 TV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다만 향후 선보일 동작인식 기반 콘텐츠와의 시너지는 다소 기대해볼만 하다. 가령 인식률과 반응이 크게 개선된다면 스마트TV 앱 개발자 입장에서도 충분히 활용해볼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X박스360 키넥트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카메라 장착 “내가 TV를 볼 때, TV도 나를 본다”

카메라 그 자체는 혁신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TV에 카메라를 장착하는 것은 상당히 좋은 생각으로 여겨진다. 우선 TV 앱 개발자들에게 더 많은 여지를 부여한다. 가령 스마트폰은 카메라를 활용하는 무수히 많은 앱들이 있다. 반면 스마트TV는 아무리 아이디어를 내려고 해도 딱히 만들만한 것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VOD)나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 앱이 넘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카메라가 생김으로써 스마트TV의 활용도는 극대화됐다. 가령 PC 사용이 익숙치 않은 지방에 사시는 부모님과 간단하게 화상 통화를 할 수도 있다. 인터넷 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도 거의 들지 않을뿐더러 화면도 커서 훨씬 생생하다.

또한 집을 감시하는 용도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TV가 꺼져 있더라도 앱을 실행시켜 원격으로 스마트폰에서 집안 상황을 보는 것 쯤은 기술적으로 전혀 어렵지 않다. 이미 로봇청소기 등에서 제공되고 있는 기능이기도 하다.

단순히 카메라 하나가 달렸을 뿐이지만 스마트TV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해진다. 때문에 적어도 카메라 만큼은 향후 경쟁사들도 하나둘씩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볼루션 키트’ 스마트TV의 한계를 뛰어넘은 혁신

레볼루션 키트는 ES8000의 가장 혁신적인 기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스마트TV 생태계 조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교체 주기가 2년 정도인 스마트폰과 달리 TV는 교체 주기가 7~8년 이상 된다.

이로 인해 스마트TV가 생태계를 이루려 해도 기술 발전이 더딜 수 밖에 없다. 소프트웨어는 인터넷을 통해 업데이트가 가능하더라도 긴 교체주기로 인해 하드웨어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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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한 것이 바로 ES7000, ES8000 제품에 채택하고 있는 레볼루션 키트다. 내년부터 출시 예정인 레볼루션 키트를 구입해 TV에 장착하는 것으로 마치 PC를 업그레이드 하듯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삼성전자는 이 기술에 대한 공개를 꺼리고 있다. CES2012는 물론 국내 신제품 발표회에서 조차 여전히 전시품에 레볼루션키트 부분을 가릴 정도다. 따라서 레볼루션키트가 얼마나 스마트TV의 성능의 향상을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발표대로라면 소비자들은 매년 10~20만원 정도의 적은 비용으로 매년 신형TV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기능 및 성능 개선이 이뤄진다면 이는 말 그대로 TV 혁명이다.